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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여읜 마음
독서 에세이 : 읽고 쓰며 나이들기
소감 | 부모님 |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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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이과 남자가 역사서, 철학서, 소설을 읽으면 어떨까. 클레오파트라,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의 나이를 직접 계산해보고 헛웃음을 짓는다. 『역사의 풍경』 앞에서는 수학 용어 해설을 곁들여가며 독자를 대신해 분투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는 '불온새끼'가 되고, 안나는 '안놔'가 된다. 틀린 번역어 하나를 발견하면 끝까지 파고든다. 이 사람의 독서법은 정밀하고, 솔직하고, 때로 짓궂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매달 한 권을 읽고 한 편씩 써 내려간 30개월의 기록이다. 책 사이사이로 한 사람의 삶이 흘러나온다. 직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새 일을 도모하다 실패하고, 연금 없이 노년을 맞이한 삶. 낯선 포천 땅에서 도서관 공고를 보고 독서모임에 발을 들인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수업을 함께 들으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시간도 담겨 있다. 보건소에서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다는 담담한 고백도 있다. 삶의 무게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글은 무겁지 않다.

  출판사 리뷰

이과 남자가 역사서, 철학서, 소설을 읽으면 어떨까. 클레오파트라,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의 나이를 직접 계산해보고 헛웃음을 짓는다. 『역사의 풍경』 앞에서는 수학 용어 해설을 곁들여가며 독자를 대신해 분투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는 '불온새끼'가 되고, 안나는 '안놔'가 된다. 틀린 번역어 하나를 발견하면 끝까지 파고든다. 이 사람의 독서법은 정밀하고, 솔직하고, 때로 짓궂다.

읽기 힘들면 힘들다고, 별로면 별로라고 했다. 500쪽짜리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상에 내동댕이쳤고, 어려운 책 앞에서는 "하드커버인 것도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달에 또 책을 읽고, 또 글을 썼다. 『장자』 앞에서는 저절로 추임새가 나왔고, 불교와 동양 철학 앞에서는 수십 년을 공부해온 사람답게 깊고 조용하게 말한다. 수와 논리를 다루던 사람의 정밀함과 동양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의 깊이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한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매달 한 권을 읽고 한 편씩 써 내려간 30개월의 기록이다. 책 사이사이로 한 사람의 삶이 흘러나온다. 직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새 일을 도모하다 실패하고, 연금 없이 노년을 맞이한 삶. 낯선 포천 땅에서 도서관 공고를 보고 독서모임에 발을 들인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수업을 함께 들으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시간도 담겨 있다. 보건소에서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다는 담담한 고백도 있다. 삶의 무게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글은 무겁지 않다.

저자는 "3일밖에 지난 것 같지 않은데 30개월이나 지났다"고, 지루하지 않았고 나이가 들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젊어지는 비결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것이고, 그러려면 책 읽고 글 쓰면 된다고. 이 책은 독서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책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출판사 서평

그런 인생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1

손대원 님을 처음 만난 것은 제가 강의했던 ‘함께 읽고 쓰는 책모임’ 시간이었습니다. 희끗한 머리칼은 단정했고, 눈매는 날카로웠습니다. 말 한마디 가볍게 흘리지 않을 듯한 인상이어서 젊은 강사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지 내심 걱정되었습니다. 수업이 거듭되며 첫인상이 조금씩 허물어졌습니다. 경상도와 충청도 말씨가 섞인 말투가 정겨웠고, 툭툭 던지는 농담이 재밌었습니다.
손대원 님은 합평 과제로 ‘티미한 놈’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저는 그때 ‘어리석다’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 ‘티미하다’를 처음 알았습니다. 글을 쓴 이유를 물으니,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티미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이 들어 돌아봐도 아버지 말이 맞다고 했습니다.
글에는 아버지 앞에서 티미했던 저자의 지난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니, 호박 심을 구덩이를 파고 똥지게를 나르는 열세 살 소년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빨리 끝내고 놀 생각으로 구덩이를 대충 파서, 똥물을 치우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혼나는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수학 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티미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글을 다 읽고 알았습니다. 티미한 놈이라는 말 안에 담긴 깊은 애정을. 아버지는 막 제대한 아들의 손을 잡고 서예학원으로 갔습니다. 판서와 서류 작업을 휘갈겨 쓴 글씨로는 할 수 없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저자는 “아버지는 아들을 꿰뚫어 보고 계셨다. 티미한 놈을 티미하지 않은 놈으로 고쳐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신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직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다 끝맺지 못했고 아버지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글을 끝맺습니다. “삶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고, 배고픔을 알고 나서야 낮추고 굽히고 겸손해질 줄 알았다. 실패와 좌절은 쓰지만 가르침을 주었다. 지금은 연금 없이 노인 일자리에서 일하며 기초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초라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티미한 놈이 맞다.”

2

저의 아버지는 손대원 님보다 네 살 위로, 같은 세대입니다. 아버지는 일흔이 된 이른 봄, 심한 어지러움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고 여러 검사 끝에 만성 골수증식질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암제를 먹은 지 두 해가 지났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내고 싶다는 아버지의 오랜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조급해지는 날들입니다.
아버지의 책을 내는 마음으로 『생각을 여읜 마음』을 만들었습니다. 줄 노트 93장을 빼곡히 채운 친필 원고를 받았을 때, 각기 다른 서른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알맞은 크기로 줄과 줄 사이를 메운 손 글씨를 보는데(아들을 서예학원에 보낸 저자의 부친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난 사실 티미하지 않다’라는.
저는 마흔이 넘어도 아버지가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콧노래를 부르다가도 문밖에서 아버지 발소리가 들리면 자는 척을 했습니다. ‘티미한 놈’이라는 말 대신 “네가 커서 뭐가 되겠냐?”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 또한 할아버지 앞에서 티미한 장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생각을 여읜 마음』 곳곳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만났습니다. 아버지가 소리치며 회초리를 들 때는 무서웠지만, 함께 서점에 가고 영화관에 갈 때는 속이 간지러울 만큼 따뜻했습니다.

3

작가는 쓰는 사람입니다. 쓰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면 전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 됩니다. 손대원 님은 티미하지만 티미하지 않습니다. 티미했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티미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한 권의 책을 완성했습니다.
저자는 손자에게 넉넉한 할아버지입니다.
“손자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수업을 함께 보고 들었다. 동영상 시청이 끝나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고 과제도 하고, 과제 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담임 선생님에게 전송하면 일과가 끝났다. 나머지 시간은 손자와 산책도 하고 엎치락뒤치락 장난도 치면서 뒹굴며 놀았다.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18쪽)
클레오파트라,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의 나이를 계산하며 저자 자신과 비교하는 모습은 유쾌합니다.
“클레오파트라를 중심으로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나이에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는데 그들은 참으로 대단했구나!”(60쪽)
안나와 브론스키가 ‘안놔’와 ‘불온새끼’로 개명하는 과정은 짓궂으면서도 천진합니다. 충청도식 유머에 빠져들었습니다.
“후반부로 가면 안나의 사랑은 집요한 집착으로 변한다. 브론스키는 외친다. “제발 나를 놓아줘! 놓아달란 말이야! 놔! 놓으라고! 안 놔?” 그래서 안나는 ‘안놔’로 개명했다. 한편 브론스키는 행실도 온당하지 않지만 마음도 불온하다. 그래서 ‘불온+스키’가 되고 혀 짧은 소리로 ‘불온새끼’가 되었다나.”(104쪽)
재수생 시절 불교와 인연을 맺고 직업까지 바꾸게 된 사연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1977년 충청도 촌놈이 서울로 재수하러 왔다. 관훈동에 있는 재수종합반 정일학원에 등록했다.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집으로 가거나 단과학원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러 갔다.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 하릴없이 학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쉼터로 발견한 곳이 조계사였다. 경내의 돌덩어리에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돌아왔다.”(160쪽)
서른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손자와 뒹굴며 놀고, 클레오파트라의 나이를 계산하며 헛웃음 짓고, 안나의 이름을 ‘안놔’로 바꾸고, 조계사 돌덩어리에 앉아 있던 그를 만났습니다. 티미한 놈이라 꾸짖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저자는 손자와 엎치락뒤치락 장난치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런 인생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윤혜린((주)도서출판 밤나무 대표, 『엄마의 책장』 저자)

비전 격차가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책을 가까이하고 서점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고 바라본다. 독서는 무사독학(無師獨學)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해준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어느 날 풍자를 잘하는 분이 '복 있는 사람'과 '덕 있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재치 있게 이야기해주었는데,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꽃이나 음료수 상자를 들고 병문안 오는 사람이 많으면 복 있는 사람이고, 병원비 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덕 있는 사람이란다. 복보다 덕이 훨씬 크다. 왜냐고? 돈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 글씨는 매력은 없고 정성만 많이 들어가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과 몸에 대한 이해를 나타내는 수단이다. 명확한 손 글씨는 의사소통만 돕는 것이 아니다. 뇌의 읽기 회로가 글자 인식에 동원되어 학습을 더 재미있게 하고 문자 언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 인지적 혜택에도 도움을 준다. 내 경험에 따르면 손 글씨는 책 내용을 확실히 덜 잊어버리게 한다. 어차피 못 배운 워드, 그냥 계속 손 글씨로 글을 쓰려 한다. 남들 다 하는 문서 편집, 그것도 못하는 뒤처진 나에게도 보이지 않는 혜택이 있었네? 어쭈!

  작가 소개

지은이 : 손대원
1959년에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수학교육학과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대학원 한국문화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서울 디지텍고등학교와 광문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대전대학교 철학과 강단에도 섰다.예순다섯에 경기도 포천으로 귀촌하여 텃밭을 가꾸며 짬짬이 독서와 잡필 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_ 책과 함께 걸어온 길

1부 책으로 세계를 읽다

읽는 사람이 앞서 간다
- 『리더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불확실한 것에 불안해하지 말자
- 『불안세대』
주는 것 보다 더 많이 얻는다
- 『기브앤테이크』
처진 놈의 반전
- 『경험의 멸종』
얼뜨기 기만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질서란 없다
- 『무질서와 질서 사이』
쪼그라진 허위합의 효과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2부 사람과 역사를 읽다

까다로운 역사 바라보기
- 『역사의 풍경』
클레오파트라
- 『독재의 탄생』
의병장 홍범도 장군
- 『민족의 장군 홍범도』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삶
- 『향연』
오만한 철인
- 『소크라테스의 변명』
장자 엿보기
- 『장자』
재미있는 한글
- 『한글의 탄생』
내 모습은 내가 만든다
-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3부 소설로 마음을 읽다

악마의 선택
- 『안나 카레리나』
깝죽거려봐야 우리 엄마 손바닥 안이다
- 『라인강의 품 안에서』
용감했다 그대 여
- 『모비 딕』
돌이켜 봐
- 『브뤼셀의 두 남자』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외계인 인터뷰』
역지사지해봐요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낯선 우리말을 따라 걷다
- 『이해조 문학전집』

4부 책으로 존재를 깨우다

나는 왜 시인이 되지 못했을까
-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예수와 만들어진 신화
- 『넥서스』
화상 입은 예수님
-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비어 있으나 가득한
- 『반야심경 마음공부』
어른이를 위한 사자소학
- 『어른이 한자학습 인성교육을 위한 사자소학』
꾸미고 가다듬기
- 『어른이 한자학습 인성교육을 위한 사자소학』
지자요수(知者樂水)
- 『모든 삶은 흐른다』
생각을 여읜 마음
- 『고요함의 지혜』

나오며 _ 나이가 들 틈도 없이
펴낸이의 말 _ 그런 인생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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