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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책 | 부모님 |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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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정신분석학자이자 음악학자인 미셸 슈나이더가 20세기 문학의 거장 마르셀 프루스트의 가장 깊은 내면을 파고든다. 이미 글렌 굴드와 슈만의 심연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저자는, 이번 『엄마』를 통해 프루스트의 삶과 문학을 지배했던 유일한 존재, 어머니 ‘잔 베유’라는 거울을 통해 걸작이 태어난 숨은 가닥들을 집요하게 찾아 나선다.

저자는 프루스트가 평생 감추고자 했던 유대인 정체성과 동성애라는 두 가지 비밀, 그리고 어머니의 부재라는 절망이 어떻게 인류의 거대한 문학적 유산으로 피어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서늘하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차마 쓰지 못했던 숨은 아픔과 고독한 쾌락은, 그녀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종이 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슈나이더는 이 눈물겨운 글쓰기를 상실의 고통을 달래고 넘어서기 위한 거대한 고해성사로 읽어낸다. 단호하면서도 우아한 저자의 언어는 프루스트의 문장을 넘어 그 행간에 숨은 뜻밖의 진실을 날카롭게 풀어낸다.

그리하여 이 책은 거장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슈나이더의 정밀한 시선 아래에서 마침내 밤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머니의 입맞춤을 기다리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즉 보편적인 기억으로 가만히 번져나간다.

  출판사 리뷰

“단 한 문장도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미셸 슈나이더의 예리하고 아름다운 언어,
그 독보적인 비평 예술로 마주하는
프루스트의 찬란한 미로.”

“평생을 감추고자 했던 비밀과 죄책감,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차마 쓰지 못했던
숨은 아픔과 고독한 쾌락을
문학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힌
거대한 고해성사의 기록.
타인의 몸 대신 종이 위에 평생을 누워 살며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되기를 선택했던 마르셀 프루스트,
그가 모든 것을 박탈당한 침대 위에서
그토록 가닿으려 했던 잔혹하고 찬란한 세계.
글렌 굴드와 슈만의 심연을 그렸던
미셸 슈나이더의 완벽한 비평 예술이 건네는
이 단 하나의 열쇠를 쥐고,
우리는 비로소 프루스트의 거대한 우주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간다.“


풍월당의 출판브랜드 밤의책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미셸 슈나이더의 신작 『엄마』를 선보인다. 새로운 도서를 출간할 때마다 늘 깊은 설렘이 동반되지만, 이번 신작이 지닌 의미는 특히나 남다르다. 이 책은 전통적인 비평서의 틀을 깨고, 마치 한 편의 팽팽한 심리극처럼 전개되는 대단히 독창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저자가 구축해 놓은 매혹적인 문학적 미로 속에서 거장의 숨은 진실을 마주하게 될 첫 순간을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레는 기대감으로 고대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음악학자인 미셸 슈나이더가 20세기 문학의 거장 마르셀 프루스트의 가장 깊은 내면을 파고든다. 이미 글렌 굴드와 슈만의 심연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저자는, 이번 신작 『엄마』를 통해 프루스트의 삶과 문학을 지배했던 유일한 존재, 어머니 ‘잔 베유(Jeanne Weil)’라는 거울을 통해 걸작이 태어난 숨은 가닥들을 집요하게 찾아 나선다. 저자는 프루스트가 평생 감추고자 했던 유대인 정체성과 동성애라는 두 가지 비밀, 그리고 어머니의 부재라는 절망이 어떻게 인류의 거대한 문학적 유산으로 피어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서늘하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차마 쓰지 못했던 숨은 아픔과 고독한 쾌락은, 그녀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종이 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슈나이더는 이 눈물겨운 글쓰기를 상실의 고통을 달래고 넘어서기 위한 거대한 고해성사로 읽어낸다. 단호하면서도 우아한 저자의 언어는 프루스트의 문장을 넘어 그 행간에 숨은 뜻밖의 진실을 날카롭게 풀어낸다. 그리하여 이 책은 거장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슈나이더의 정밀한 시선 아래에서 마침내 밤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머니의 입맞춤을 기다리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즉 보편적인 기억으로 가만히 번져나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깊은 지도를 그려낸 이 독특한 비평은, 프루스트를 이미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뜻밖의 눈부신 발견을, 아직 그를 읽지 못한 독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비밀의 입구를 선물할 것이다.

쓰려면 길어질
미셸 슈나이더의 문장은 참으로 경이롭다. 한 호흡으로 읽기 숨이 차면서도, 결코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기묘한 흡인력이 있다. 가장 감탄스러운 점은 프루스트를 다루는 글에서 프루스트 자신의 가장 큰 특징인 '끝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만연체)'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와 그를 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상과 형식을 일치시킨 최고의 글쓰기 중 하나다. 글의 첫머리에 "쓰려면 길어질"이라는 말을 툭 던져놓고, 정말로 프루스트의 온 우주를 단 하나의 문장 안에 집요하게 밀어 넣는다. 독자는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이미 이 거대한 문장의 흐름에 휘말릴 준비를 하게 된다.
거장의 등 뒤에서 발견한 비밀과 죄책감
지금까지 마르셀 프루스트를 다룬 수많은 평론이 그의 문학적 성취를 찬양하는 데 그쳤다면, 미셸 슈나이더의 시선은 철저히 그 너머를 향한다. 저자는 프루스트를 박제된 문학의 우상에서 내려놓고, 밤마다 어머니의 부재에 숨 막혀 하던 예민한 인간 마르셀의 내면으로 독자를 이끈다.
슈나이더는 프루스트의 삶 전반에 깃든 두 가지 비밀인 ‘유대인 정체성’과 ‘동성애’가 어떻게 문장 속 주름으로 숨어들었는지 정신분석학적 시선으로 정교하게 찾아낸다. 저자의 안내를 따르다 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단순한 기억의 복원이 아니라, 어머니의 눈길을 피하려 했던 ‘기만’과 그녀의 금기를 넘어설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이 빚어낸 거대한 고백의 기록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프루스트의 가장 부끄럽고 슬픈 비밀을 들추어내며, 그것이 어떻게 문학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게 되었는지 그 숨은 진실을 다정하게 증명해 낸다.

"인생은 너무 길고, 프루스트는 너무 짧다"
사람들은 흔히 프루스트를 두고 “너무 길다”며 고개를 저어왔다. 아나톨 프랑스는 “인생은 너무 짧고, 프루스트는 너무 길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나이더는 반대로 고백한다. “인생은 너무 길고, 프루스트는 너무 짧다”고 말이다.
저자는 프루스트의 긴 호흡을 슈베르트 음악의 ‘긴 길이’에 비유한다. 그 길이를 자른들 작품은 짧아 보이는 게 아니라 더더욱 끝이 없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프루스트의 문장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밤마다 엄마가 오지 않던 ‘기다림의 시간’이자, 영원히 지속되길 바랐던 ‘불안의 두께’였기 때문이다. 슈나이더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프루스트의 길이를 걷어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그 서두름 없는 덧없음의 시간 속으로 함께 침잠하자고 권유한다.
이렇듯 문장들이 깊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을 쉽게 읽어내지 못하고 어렵게 느끼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건 실제 프루스트의 삶이고, 이건 소설 속 장면이다"라고 친절하게 갈라주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반죽처럼 뭉쳐놓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서사 위주의 글이 아니라, 인물 내면의 안개 같은 심리를 긴 호흡으로 쫓아가기 때문에 첫 문장을 읽다가 끝에 도달하면 앞 내용을 놓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묘사들 덕분에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지루하거나 난잡해지지 않고, 오히려 독자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잔상을 남긴다. 결국 이 문장 자체가 하나의 작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느껴지며, 읽는 이로 하여금 프루스트의 삶이라는 지독하고 고독한 미로를 한 바퀴 함께 걷게 만드는 독보적인 필력의 산물이다.

침묵의 방에서 잉크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프루스트에게 어머니 잔 베유는 삶의 전부이자 숨을 쉬게 하는 산소 그 자체였다. 1905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서른네 살의 마르셀을 깊은 어둠 속에 고립시켰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코르크로 방음 처리된 오스만 거리의 방, 슈나이더는 바로 이 은둔의 방이 거대한 문학적 실험실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프루스트가 작가가 되는 과정을 ‘어머니를 종이 아래 묻기 위한 마음의 훈련’으로 짚어낸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그녀의 단호한 시선과 도덕적 금기 때문에 감히 쓰지 못했던 것들, 즉 자신의 악덕과 고독한 쾌락을 어머니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써 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완전한 상실이 프루스트에게 집필의 자유를 허락한 셈이다. 슈나이더는 프루스트가 흘린 잉크의 정체가 결국 곁에 없는 어머니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마법이자, 그녀가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이 아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던진 편지였음을 조용히 보여준다.

어머니 잔 베유
실제 역사적 사실로 보아도 프루스트의 어머니인 '잔 베유(Jeanne Weil)'는 부유하고 교양 풍부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3개 국어에 능통했던 지적인 여성이었다. 평생 천식을 앓았던 프루스트는 "내가 아파야만 엄마의 완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무의식을 가졌고, 엄마는 성인이 된 아들의 모든 육체적 삶을 통제하려 들었다. 엄마의 무의식적 욕망은 아들이 다른 '성(性)'을 욕망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프루스트는 이성애적 갈망을 거세당한 채 자랐다. 엄마가 내 방에 오지 않던 밤들에 대한 복수로 밤마다 남성들을 침실로 불렀던 프루스트에게, 동성애와 밤샘 글쓰기는 어머니라는 거대한 존재로부터 도망치고 동시에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침대 위에서 밤새도록 글을 써 내려간 처절한 생존 방식이었다. 역설적으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완전한 상실이 오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집필의 자유를 얻어 그녀를 종이 아래 묻기 시작한 것이다.

‘마들렌’이라는 운명과 ‘어미 없는 아들들’
프루스트의 문학을 ‘문학적 근친상간의 늦둥이’라 부르는 슈나이더의 통찰은 정교하다. 어린 마르셀을 재우기 위해 어머니가 읽어주던 조르주 상드의 소설 『프랑수아 르 샹피』 속 방앗간 여주인의 이름은 ‘마들렌’이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랑의 구절들을 건너뛰며 읽어주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생략된 틈새가 프루스트의 문학적 몽상을 키워냈다. 훗날 잃어버린 기억을 깨우는 가장 거대한 매개체가 된 과자 ‘마들렌’의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더불어 슈나이더는 프루스트가 소설 속에서 동성애자들을 가리켜 기이하게도 ‘어미 없는 아들들’이라 불렀던 구절에 주목한다.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 들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구한 아기”로 붙들어 매려 했던 어머니의 순수한 선의. 말하는 것은 곧 아픔을 뜻했기에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마르셀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밤새도록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슈나이더는 프루스트의 밤샘 글쓰기와 은밀한 쾌락이, 사실은 자신을 가두었던 어머니의 세계에 대한 가장 우아하고도 잔혹한 복수극이었음을 밝혀낸다.
이 부분은 평론의 정수이자 가장 흥미로운 분석이다. 아버지가 부재하거나 배제된 채 오직 '어머니(마들렌)와 아들'만의 완벽한 결합을 꿈꾸는 환상이 프루스트의 내면에 있었고, 이러한 소년의 심리가 훗날 실제 프루스트의 동성애적 성향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나아가 프루스트는 자신의 실제 연인이자 운전사였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을 때 절망했고, 그 비극을 소설 속 여주인공 '알베르틴'으로 변장시켜 고스란히 옮겨 적었다. 남성 연인을 여성으로 바꾸어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검열과 수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과 상실을 기록해야만 했던 작가의 집요한 집착이 동성애라는 코드를 통해 소설 전체를 관통하게 된 것이다. 슈나이더는 동성애라는 정체성에 갇혀 사교계 스타로만 남았던 인물들과 달리, 프루스트는 그 고통과 성적 비밀을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로 승화시켜 위대한 작가가 되었음을 증명한다.

단 한 문장도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예리한 통찰
미셸 슈나이더의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자적인 문학이다. 음악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작가로서 자기가 가진 모든 기량을 이 책에 쏟아부었다. 그의 문장은 단호하면서도 우아하며, 프루스트의 복잡한 내면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춘다.
"남들의 밤이 망각의 시간이라면 마르셀의 밤은 부활의 시간이다."
"그는 어머니가 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척 가장했고, 어머니는 자신이 알지 못한다고 믿게 하려고 애썼다."
슈나이더는 프루스트와 어머니 사이에 오간 편지, 소설의 초고, 그리고 삭제된 문장들의 행간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들의 은밀한 약속을 되살려낸다. 서로의 비밀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다정한 사랑의 신호들. 슈나이더의 언어는 이 모자(母子)의 관계를 한 편의 팽팽한 심리극처럼 그려낸다. 독자들은 프루스트의 문장을 읽는 것을 넘어, 슈나이더가 완성한 정교한 문학적 양탄자 위에서 거장이 평생 숨기려 했던 비밀을 함께 마주하는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작인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나 『슈만, 내면의 풍경』에서는 음악이라는 거룩한 성벽 안에서 예술가들을 보호하듯 글을 썼고, 인간의 상처와 예술의 아름다움이 화해하는 서정성이 있었다. 반면 프루스트를 다룬 이 책에서는 슈나이더가 훨씬 더 집요하고 공격적으로 내면을 해체한다. 속옷과 배변을 검사하는 엄마의 시선, 복수를 위해 남성을 불러들이던 방 등 예술 뒤에 숨은 지질하고 축축한 사생활을 사정없이 들추어내기에 정서 전반이 다소 무겁고 가학적이다. 인간을 설명하는 데 너무 성공한 나머지 문학이 가진 신비와 신화를 다소 환원시켜 버린다는 아쉬움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 책은 “예술가가 왜 예술을 필요로 했는가”를 묻는 가장 인간적인 책이 된다. 슈나이더는 우리를 위로하는 대신 프루스트가 평생 누워 있었던 그 고독한 침대 위로 우리를 똑같이 눕혀버린다.

아버지 아드리앵의 그림자, 마음을 살피는 문학
흔히 프루스트의 문학적 유산은 어머니 잔과의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슈나이더는 당대 최고의 의사였던 아버지 아드리앵 프루스트의 존재 또한 놓치지 않는다. 어머니를 통해 예술적 기질과 시적 호흡을 물려받았다면, 밤마다 침대 위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의 징후뿐만 아니라 늙어가는 인간들의 무너져가는 신체적 모습들을 필사적으로 채집하고 들여다보았던 불굴의 태도는 의사였던 아버지의 유산이다. 슈나이더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치밀한 논리와 과학적 기록으로 가득 찬 거대한 진찰 기록과 같음을 밝혀내며, 거장의 내면에 자리한 부모의 두 세계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고스란히 살려낸다.
실제 아버지 '아드리앵 프루스트' 박사는 평범한 상인 집안 출신이었으나 자수성가하여 프랑스의 저명한 의사이자 의대 정교수, 방역학자가 된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프루스트 친가가 일리에 마을에서 양초와 기도용 초를 만드는 생업을 했던 것 역시 실제 역사적 사실이다. 소설 속 화자의 아버지는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로 변형되었지만, 실제 아버지가 가진 의학적 시선, 즉 무너져가는 신체를 정밀하게 채집하는 불굴의 태도는 프루스트에게 고스란히 유산으로 남았다. 비평가는 실제 부모의 삶(프랑스 가톨릭 중산층인 아버지와 유대인 상류층인 어머니의 문화적 융합)을 서술하면서, 소설 속 설정과 끊임없이 비교 분석하여 거장의 내면에 자리한 두 세계의 균형을 완벽히 복원해 낸다.

닫혀버린 문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어머니의 입맞춤을 받지 못하면 잠들지 못하는 아이로 등장한다. 하녀 프랑수아즈가 전한 거절의 순간, 저자 슈나이더는 바로 그 결핍과 기다림의 자리가 소설가가 탄생한 지점이라고 짚어낸다. 어머니가 대답하지 않기에, 영원히 닫힌 문 앞에서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일생의 책은 프루스트가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깎아내며 완성한 고독의 집합체다. 서른네 살까지 사교계의 청년으로 머물던 그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소리마저 틀어막은 코르크 방의 침대 위에 누워, 아코디언처럼 늘어나는 가필 노트를 덧붙이며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당대의 지성 앙드레 지드가 사교계의 한가한 청년의 글로 치부해 원고를 거절했다가 훗날 뼈아프게 사죄했던 일화, 버지니아 울프가 “기적과도 같다”고 찬탄하고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읽는 법과 쓰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한 이 거대한 미로는 실은 한 인간이 온전히 녹아들어 지은 커다란 성과 같다. 슈나이더의 정교한 심층 독서는 독자로 하여금 스완의 실패와 베르고트의 죽음, 그리고 노란 벽면의 미궁을 지나, 일인칭의 이름 없는 화자가 비로소 ‘마르셀’이라는 표식을 남기기까지의 행간을 눈앞에서 보듯 입체적으로 목격하게 만든다.
소설 속 “저 애가 병들기라도 하면 당신이 자초한 거요!"라는 아버지의 대사는 1권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침대 곁 입맞춤 사건'의 재구성이다. 어린 화자가 엄마의 밤인사를 받으려고 잠을 안 자고 버티자 엄격하던 아버지가 포기하며 엄마에게 화자의 방에서 자라고 허락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슈나이더는 이 결핍의 순간을 포착해 내며, 소설 속에서 실제 성공한 외과의사였던 남동생 로베르 프루스트의 존재를 지우고 화자를 '외동아들'로 설정하면서까지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려 했던 작가의 무의식을 정교하게 추적한다. 책이 나오면 독자들도 이 문장 앞에서 오랫동안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엄마가 죽고 나면 갖게 되는 이름, ‘나의 어머니’
미셸 슈나이더의 『엄마』는 프루스트라는 한 인간의 영혼을 통과해 우리 모두의 가장 깊은 유년기, 즉 밤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사랑을 갈구했던 그 고독한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통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거대한 미로를 여행하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가장 정밀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삶은 너무 길고 프루스트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껴 생의 한가운데서 주저했던 독자라면, 미셸 슈나이더가 건네는 이 열쇠를 쥐고 비로소 프루스트의 우주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생의 종착지에서 마침내 도달하게 될 영원한 그리움의 세계, 그 비밀스러운 문이 이 책을 통해 마침내 열린다.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방대한 소설을 완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미셸 슈나이더가 포착해 낸 이 날카롭고 서늘한 문장들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을 '위대한 작가의 해설서'가 아니라, 거장의 내면을 훔쳐보는 은밀한 초대장이자 '어머니와 나'의 보편적인 애증 이야기로 읽어내는 것이 저자의 진짜 의도다. 딸로서 마주하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결핍과 불안의 기억, 그리고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의 독립적 영혼을 혹시 구속하진 않는가 하는 서늘한 거울을 동시에 비춰준다. 완벽한 부모도 자식도 없다는 서글픈 안도감 속에서, 부모라는 거대한 세계를 아프게 통과하며 상처받고 자라난 모든 이들의 영혼을 잔인하도록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고백록이다.

문학이 주는 가장 강력한 위로
“엄마는 내 삶에 무심해서...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면, 몇 달 동안 엄마를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식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기에, 아주 작은 거리감이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마음속에 거대한 불안과 결핍의 방을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 우리가 어머니에게 느꼈던 갈증, 다 채워지지 않았던 입맞춤의 기억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어머니가 나이 들거나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복잡한 애증의 감정들을 이 책은 사정없이 건드린다. 프루스트의 유별난 집착을 보며, 역설적으로 우리의 유년 시절과 어머니의 뒷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게 되는 이유다.

타인의 몸 대신 종이 위에 평생을 누워 살았던 사람.
사랑을 나누는 대신 글로 사랑을 재우고,
결국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되기를 선택했던 마르셀 프루스트.
삶의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박탈당한 침대 위에서
그가 그토록 가닿으려 했던 세계는 어디였을까.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 속으로 들어서는 건 여자 없는 남자들의 슬픔을 알게 되는 일이고, 파베르제의 달걀 수집가들 내면의 편집광적이고 음산한 질서를 호흡하는 일이며, 베네치아에 대해 황량한 박물관의 방부 처리된 키치 같은 비전을 갖는 일이자, 외로운 소년들의 늙어감을 고통스레 겪는 일이며, 식탁보와 거울 사이를 떠도는 어머니의 죽은 향기를 맡는 일이고, 그가 우리의 슬픔에 대해 말할 때 그의 슬픔을 듣는 일이며, 그가 자기 부모에게 했듯이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일이고, 다시 욕망에 빠진 더러운 아이 또는 광인이 되는 일이며, 그의 감정적인 거짓말과 저속한 세속주의를 견디는 일이고, 밀짚 끈이 달린 푸른 모슬린 정원 원피스를 입은 엄마를 그와 함께 다시 보는 일이며, 엄마가 돌아오지 않던 가슴 아픈 저녁들이 돌아오도록 속눈썹 긴 그의 눈으로 시간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고, 그의 안에 자리한 야수가 우리를 지치게 할 때 천사를 발견하는 일이며, 남들 같지 못하고 자신과 같은 이들만 욕망하는 데 수치심을 느끼는 일이고, 우리가 노화라고 부르는 느리고 긴 죽음에 결국 사로잡히는 일이다. - ‘쓰려면 길어질’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미셸 슈나이더
1944년에 태어난 미셸 슈나이더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로, 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문화부에서 음악 및 무용 국장을 역임했다. 감사원 심의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공직과 집필 활동을 병행하며 현대 프랑스 지성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했다. 정신분석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예술가의 고독과 창조적 고통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는 데 탁월했던 그는, 특히 음악가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 저작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으로는 슈만의 고통과 고독을 정교하게 그려낸 『슈만, 내면의 풍경』과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페미나 바카레스코 상을 수상한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가 있다. 그 외에도 2003년 에세이 『죽음을 그리다』로 메디치 상을, 2006년 소설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으로 앵테랄리에 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음악과 문학, 정신분석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사유의 궤적을 그려온 그는 2022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목차

3 우블리
24 침실은 텅 비고
29 쓰려면 길어질
33 상서로운 어둠에 잠긴
37 밤은 계속되고
46 먼눈파는 표정
54 눈물의 해방
62 반과거의 달콤함
69 나의 커다란 늑대
76 나는 나 자신이 아니다
83 속하다
89 저주받은 종족
98 더없이 매혹적인 공포
103 꽃가루가 퍼졌다
109 나의 부모는 알고 있었다
117 오늘 밤은 그의 곁에서 자렴
126 깨진 꽃병
140 마테르 세미타
149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선
159 우리 바보는 무슨 생각을 할까
174 엄마는 진짜 원리를 알아
178 내가 틀렸을까 봐 두려웠다
184 책 한 권도 다시 펼치지 못했어
191 생각할 수 없는 대상
199 즐기는 몸의 사나움
208 도착자의 슬픔
216 너의 어머니에게 속하는 한 가지
224 입맞춤을 위한 기관은 없다
230 나는 죽음이 아름다울 거라고 늘 믿었는데
238 자기 언어 만들기
247 어미 없는 아들
257 글쓰기의 독신자들
270 발작을 일으켜 엄마를 기쁘게 하기
274 실어증 환자의 말더듬증
281 끊지 마세요
289 대답 없음
296 문은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다
300 불을 껄까요?
306 엄마에 반대하여
313 밤에만 쓸 것이다
319 우리를 조금은 어머니로 만드는 작업
325 자식을 위하는 아버지처럼
339 연필과 종이를 청하며
345 문학부 부국장
354 아버지의 입맞춤
360 흘러가지 않는 이들
372 위대한 시간
378 늑대의 죽음
387 검은 옷을 입은 뚱뚱한 여인
392 페이지, 시트
398 사랑이란 지나친 말
404 감사의 말
405 옮긴이의 말
416 마르셀 프루스트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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