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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
파람북 | 부모님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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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김완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는 파람북 시집 시리즈 ‘파람의 시’의 첫 번째 문을 여는 작품이다. 올해로 등단 40년 차를 맞이한 김완하 시인은 그동안 진솔한 고백과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오랜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가정적으로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된 인생의 전환기에서 탄생했다.

시집은 지나온 수많은 날을 고요히 돌아보고 다가올 내일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삶의 한고비를 넘긴 이의 문장답다. 시인이 오랜 세월 천착해 온 핵심 상징인 ‘길’과 ‘허공’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단단하고 원숙한 사유의 창으로 진화하였다. 사물의 외형에 머무르지 않고 본질적 원형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어들이 존재론적 깊이와 넓이를 웅숭깊은 어조로 개척해 낸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어린 손자들을 품에 안으며 발견한 생명의 신비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경이로움이 빛을 발한다. 손자의 첫돌과 함께 맞이한 첫눈, 손자가 쥐고 있던 작은 돌멩이 등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은 시인의 눈을 통해 우주적 섭리와 생명의 본원으로 확장된다. 나태주 시인이 “삶의 지혜와 문장의 진경을 얻은 득음의 세계”라고 찬사했듯, 낮고도 가늘게 울려 퍼지는 시인의 목소리가 치유와 긍정의 힘을 건넨다. 상처가 상처를 덮고 서로를 품어 안는 생의 예지를 터득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메마른 일상을 적시는 맑고 푸른 시간의 축제를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등단 40년, 서정의 원적(原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진경
김완하 시인은 지난 40년간 개체적 인간 실존의 조건을 투시하며 가장 아름다운 근원적 가치를 탐구해 온 ‘마음의 고고학자’다. 그의 시는 인간의 삶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초월의 힘을 발휘하는 동시에, 서정시가 지녀야 할 따뜻한 감동과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다. 이번 시집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는 시인이 평생 다져온 서정의 법도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정년퇴임과 조부(祖父)가 되는 경험적 재구성을 통해 한층 더 원숙해진 인생론적 시선을 보여준다. 나르시스적 도취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의 불모성과 마주하며, 순수 원형을 회복하려는 고전적 열망이 시집 전반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길’과 ‘허공’이라는 원숙한 사유의 창으로 바라본 세상
김완하 시학의 오랜 기법이자 상징인 ‘길’과 ‘허공’은 이번 시집에서 미학적 진척의 정점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길’은 고정된 통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신생(新生)하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수록시 「길 속의 길」에서 시인은 화분의 벵갈고무나무 가지가 잘린 자리에서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며 “가던 길이 막히자 막힌 길 가까이 / 새길을 여는” 나무의 지혜를 발견한다. “길이 길을 밀고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인간사 역시 양보와 조화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또한 시집에서 등장하는 ‘허공’은 비어 있음의 공간이 아닌, 세계의 가장 근원적인 질서이자 충일한 사랑의 토대다. 「허공 이론」에서 시인은 “누구라도 손을 들어 크게 원을 그릴수록 그것은 내 것이 된다”라고 노래하며, 누구의 것도 빼앗지 않으면서 많이 가질수록 다른 이에게 이로움이 되는 꿈과 희망, 용기와 사랑의 가치를 제시한다. 허공에 그리는 더 큰 원은 곧 타자를 향해 품을 넓히는 시인의 실존적 공간이며, “사랑이 싹트면 허공도 단단한 암반의 토대가 된다”는 형이상학적 신뢰로 이어진다.

어린 생명의 박동과 교신하는 오래된 미래의 시간
이번 시집의 가장 따사로운 대목은 제2부 ‘손자병법’을 비롯한 시편들에서 나타나는 아기와 할아버지의 우주적 교감이다. 시인은 손자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며 생과 사, 신생과 소멸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맞물려 있음을 포착한다.
「첫눈」에서는 첫돌을 맞은 손자가 첫눈을 보며 환호하는 순간을 통해 “처음과 처음이 만나는 강렬함”으로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선사한다. 또한 시 「돌」에서는 첫돌 지난 손자가 두 손에 꽉 쥐고 있던 작은 돌 두 개를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 안에서 콩콩콩 뛰는 손자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돌’은 아기의 온기와 빛을 시간 저편에서 전해주는 신비로운 매개체가 되며, 시인은 아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통해 자신 또한 이 세상을 처음 보는 것처럼 맑게 정화됨을 느낀다. 손자의 작은 박동에서 시인은 과거 어머니로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타래를 확인한다. 30년 전 아들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재발견하며 시인은 “거울 속에는 나의 오래된 미래가 있다”라는 깊은 시간의 고리를 완성하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선명한 감각과 후미진 곳을 향한 궁극적 긍정
이숭원 문학평론가가 짚어냈듯, 김완하 생명 시학의 동력은 예민한 시선과 온화한 마음에 기반한 자연과의 호혜적 결속이다. 시인은 자연 사물 자체의 경관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인사가 따스하게 병치되는 순간을 정밀하게 기록한다.
수록작 「보듬는다」에서 봄날의 흙이 제 살을 잘게 저며 나무뿌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문을 열어 초록의 화살을 피워 올리는 과정은, 자연이 지닌 무조건적인 모성적 사랑을 보여준다. 흙이 제 몸을 털고 일어나 초록의 손길로 상처를 보듬듯, 시인의 시선 역시 삶의 상처를 입은 존재들을 향해 열려 있다.
이러한 시선의 백미는 단연 시 「목련」에서 드러난다. 아파트 남쪽 벽의 목련이 안쪽 마당의 목련보다 유독 일찍 눈부신 군무를 펼친 이유에 대해, 시인은 “힘겨운 주민들이 그곳에 와서 / 속 깊은 사연과 울음을 쏟고 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언제나 후미진 곳에 봄이 먼저 온다”라는 나직한 선언은 고통을 우회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 안아 찬란한 영혼의 멍으로 피워내는 시인만의 따스한 생태적 비전이자 궁극적 긍정의 정신을 대변한다.

‘시쓰기’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의 고백, 그리고 온기의 나눔
김완하 시인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언어를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사후적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사물을 원초적으로 기억해 가는 절실한 과정이다. 시 「발자국」에서 시인은 “시를 끌고 가려 하지 말고, / 시가 나를 밀게 하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비탈에서 굴러내린 작은 눈덩이가 결국 커다란 눈사람으로 우뚝 서듯,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언어예술을 실존의 지표로 삼아 걸어온 시인의 삶 그 자체를 은유한다. 제자가 선물한 러시아 인형을 보며 “작은 것에 더 큰 것을 씌우는” 시의 비밀을 탐색하는 시 「속내」 역시 시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결국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는 우리 시대가 마주한 기후 위기와 소외, 삶의 불모성을 치유하는 든든한 항체와도 같은 시집이다. 유성호 평론가의 말처럼 “생의 상처를 감싼 사랑의 기억이 김완하 시의 존재 형식”이며, 이번 시집은 그 견딤과 위안을 주는 치유의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길 가던 누군가 나의 온기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맑은 하늘을 바라보기를 꿈꾸는 시인의 웅숭깊은 마음자리에서, 독자들은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삶을 다시금 껴안을 수 있는 궁극적 긍정의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길을 양보하면

새로운 길이 트이는 법,

길이 길을 밀고 가는 것이다

022_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

지난밤 별빛 실어 흐른 강은 서해에 닿아

바다 속 더 큰 꿈 안으로 스미어 들었다

013_수평선

세계를 열면 모든 것은 하나,

겨우내 얼었던 화살나무들 푸른 싹을 틔운다

046_손자병법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완하
시인,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했다. UC 버클리 객원교수를 지내며 버클리문학협회를 창립하고 『버클리문학』을 창간했다. 현재 『시와 정신』 발행인 겸 주간, 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집으로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마정리 집』과 시선집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 『꽃과 상징』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제 60회 잡지의 날 문체부장관 표창, 대전광역시문화 상, 충남시협 본상, 한남문인상, 제1회 자랑스러운 대전예술인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추천의 글 나태주(시인) 004│이숭원(문학평론가) 005
시인의 말 006

제1부 수평선
수평선 013│허공 이론 014│다가가 앉아본다 015│길 속의 길 016│문경 사람들 018│물의 감정 020│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 022│스프링 024│우화 025│정물 026│돌탑 028│배송 030│ 순간의 꽃 032│사자 033│낙하산 034│속내 036│틈 038│발자국 039│코엑스 040

제2부 손자병법
나무늘보 045│손자병법 046│돌 048│박동 050│첫눈 051│금강에 닿다 052│거울 속의 거울 054│응시 055│금강을 건너며 056│손자와 강아지풀 058│엄마 - 손자 도진에게 060│물과 꿈 - 손자 도하에게 062│별 06

제3부 오월
오월 067│포토존 068│화분 하나 070│부메랑 072│새둥지를 보며 074│실족 076│꽃의 둘레 078│길 위의 사람들 - 인도풍 080│보듬는다 082│빗줄기 083│도솔산 084│둥지 085│능소화 086│국수나무 087│장마 088│숲 089│숲길 090│삼겹살 굽다가 092│어떤 사람 094│여름 095│목련 096

제4부 역방향
역방향 099│봄밤 100│어머니와 꽃밭 102│유등천 103│소리의 빛 104│화살나무 105│숲길 따라 106│동백은 몇 번 꽃피나 107│태엽 108│허공을 딛고 나아갈 때 109│꽃길을 걸으며 110│그늘 속의 집 111│우듬지 사랑 112│반 뼘만 더 113│가을 童話 114

해설 순수 원형에 대한 궁극적 긍정의 시학 _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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