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철학이란……
머릿속이 간질간질한 거야.
『우주가 내게로 왔어요』에 이은
사색의 거인들과 아이들의 만남!국내에서도『우주가 내게로 왔어요』로 친숙한 독일 동화작가 구드룬 멥스와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하랄트 레쉬의 두 번째 책인『철학이 내게로 왔어요』가 출간되었다. 첫 책『우주가 내게로 왔어요』에서 하랄트 선생님 즉, 하쌤은 지구와 우주라는 드넓은 세계로 어린이들을 안내했다. 연못가, 공원, 대학 강의실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하쌤의 재미있는 강의와 행성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구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라는 공간에 첫 발을 내딛는 소중한 경험을 나눈 바 있다.
이번『철학이 내게로 왔어요』에서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동시에 왜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하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담았다.
첫 책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내고 철학에 대한 정보를 주입식으로 전하는 형식과 내용이 아니라서 독자는 어쩌면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 가야 할 것이다. 좌충우돌하는 괴짜 대학교수 하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철학지식의 단순한 정보나열이 아닌, 우리 인류의 운명을 바꾼 거대한 지성의 물줄기를 문득 눈앞에서 만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왜 철학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 함께 철학 캠핑을 떠나자!『우주가 내게로 왔어요』에서 하쌤과 함께 웃고 떠들고 투닥거리던 아이들은 그새 쑥쑥 자랐다. 몸도 마음도 자라서 꼬맹이들의 테를 벗고 더 성숙하게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침 하쌤이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며 아이들을 캠핑에 초대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짐을 챙겨 하쌤의 차에 오른다. 1박 2일의 시간 동안 푸른 자연과 하쌤의 보살핌 속에서 철학이라는 낯설지만, 가슴 뛰는 학문의 바다에 풍덩 빠질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기쁘고 흥분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입속 교정기 때문에 사방에 침을 튀며 발음이 새는 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수선쟁이 루카스도 변함없고,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말끝마다 아빠를 찾는 팀의 무한아빠사랑도 여전하다.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에 공부 욕심 많은 리사의 열정도 달라진 것 없고 리사의 다리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말썽꾸러기 유치원생 셀리아도 당연히 이 캠핑에 합류했다. 유난히 하쌤을 좋아하고 따르던 이 책의 주인공 이다 또한 여전히 하쌤을 흠모하며 그가 안내하는 철학의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듯 아이들은 한 뼘 큰 모습이긴 하지만 하쌤을 향한 여전히 어린이다운 순수한 애정과 존경으로 철학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왜 철학이 기후가 온화한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서부터, 자연은 무엇이고 자연과 철학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연법칙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중요성을 띠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과 생각, 그리고 답변이 오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철학에 대한 기초개념을 머릿속에 담게 된다. 그러던 중 버려진 강아지와 우연히 마주친 아이들은 이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하쌤과 함께 철학적인 사고로 접근하기에 이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18세기 위대한 철학자 칸트가
21세기 아이들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이 책에서 하쌤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이들 스스로 얻도록 생각하고 사색하게 유도한다. 이러한 방식을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라고 하는데 정해진 진리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의식적 무지를 깨닫고 의식적 무지로 나아가 그 의식적 무지에서 참다운 진리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이것이 철학의 참뜻에 다가가는 소크라테스의 방식이고 이러한 대화법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뒤돌아보고 그 무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의식적 무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다운 진리의 세계로 철학적 사고를 하는 법을 터득한다.
또한 이 책에서 아이들은 독일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칸트가 제시한 칸트적 사고에도 익숙해진다. 일찍이 칸트는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하는 존재로서 공동체 안에서 사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칸트의 이 질문들은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세 가지 질문과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칸트가 던지는 네 번째 질문인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칸트로부터 시작된 비판철학의 시작과 모두 연관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렇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소크라테스와 칸트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쌤이 던지는 질문과 야영지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 생각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이끌어낸다. 때론 심각한 상황에서도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숱한 시행착오로 실수와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작은 언덕을 거쳐 제법 높은 산을 오르듯 점차 성숙한 사색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외에도 아이들은 그리스 철학자들이라는 사색의 거인들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신화의 세계인 뮈토스Mythos에서 이성적 사고와 지식의 세계인 로고스Logos로 옮겨 왔는지, 위대한 철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이 생각한 지구는 어떤 물질로 이뤄진 세상이었는지, 그들의 철학이 우리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등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멀게는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 만물이 물로 이뤄졌다고 믿었던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서부터 최근으로는 최초로 인간이 달에 착륙했던 1969년 하쌤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자연철학과 인간의 이야기가 철학 캠핑 기간 내내 쉼 없이 쏟아진다. 이러한 이야기와 캠핑 중 겪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한층 자립적이고 성숙한 사고를 할 줄 아는 인격체로 성큼 도약한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더 큰 세상을 만나는
두근두근 철학 이야기『우주가 내게로 왔어요』아이들이『철학이 내게로 왔어요』에서 한층 성숙한 인격체로 도약했다고 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이다. 이 책에서도 예외 없이 아이들은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거나 서로 놀리고 헐뜯다가 심하게 다투기도 한다. 멋대로 연못가에서 놀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큰 바위까지 올라가서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한 위험천만한 사고도 겪는다. 때론 어른답지 못한 건 하쌤도 마찬가지여서, 철학 이야기에 심취한 나머지 막내 셀리아와 강아지를 빗속에 남겨두고 떠나는 실수도 범한다.
이렇듯『우주가 내게로 왔어요』못지않은 좌충우돌 속에서 하쌤과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의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간다. 그리고 점차 성숙한 생각과 이성적 판단을 하는 아이들로 변모한다.
하쌤은 끊임없이 놀라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철학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세임을 아이들에게 알린다. 또한 철학은 나의 이성으로 이 세상에서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이성의 구급상자’와도 같은 꼭 필요한 학문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에서 오래전 구석으로 밀려난 철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철학 책이라고는 하나, 시험에 유리한 지식이나 하다못해 남들 앞에서 자랑하고 뻐길 수 있는 철학관련 정보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철학이 무엇인지, 어째서 철학이 우리 인류로 하여금 나무 위에서 바나나나 까먹는 따분한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는지, 철학이 왜 이성의 구급상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대사회의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만연한 성급한 사고의 오류와 자기과시, 즉각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풍조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까마득한 옛날, 자연을 관찰하면서 비로소 오랜 무지의 세계에서 벗어난 용감하고 위대한 사색의 거인들을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철학의 부재로 영혼에 구급상자 속 상비약인 ‘빨간약’이 절실한 우리 세대 어른들이 지금이라도 어린이의 손에 쥐여 주고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라고 권할 만한, 인간과 자연 그리고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책이다.

“첫 철학자들은 그리스에 살았단다. 그들의 이름은 나중에 말해 줄게. 그래도 되겠지? 철학이, 그러니까 세상에 관한 사색 말이야, 그 철학이란 게 그리스처럼 항상 날씨가 좋은 나라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신기하지 않니? 너희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근데 좀 빨리 생각해야 해. 내가 지금 지도를 좀 봐야 하거든. 캠프장으로 가려면 어디에서 방향을 돌려야 하는지 봐야 하니까.”
“거기 도착하면 감자튀김집에도 들르나요?” 팀의 엉뚱한 질문에 난 꿀밤 한 대를 때려줬지. 지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 거야, 팀!
“그건요…….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잖아요.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 바다와 산, 올리브나무와 하늘, 태양 이런 걸 봤겠죠. 그럼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거란 말이죠. 거기 존재하는 그것들이 왜 거기 그런 상태로 존재하는 건지. 제 말이 맞지 않나요?”
“맞아, 리사!” 루카스가 즉시 대답했어.
“지금 세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구나. 이 상황에 아주 걸맞은 질문이야. 제일 중요한 질문들이니까 잘 기억해 두려무나. 내가 던진 질문이 아니고 임마누엘 칸트라는 철학자가 던진 질문이야. 칸트는 18세기 아주 똑똑한 철학자였지. 이번에는 그리스인이 아니라 독일인이야. 그리고 그는 키가 아주 작았단다. 루카스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하지만 정말로 위대한 철학자였어.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단다.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하는 존재로서 공동체 안에서 사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이때 이를 답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세 가지 질문이 떠올랐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그래, 지금 나도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보고 팀에게 이 질문에 대답을 좀 해 보라고 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