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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아카이브 | 부모님 |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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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한국의 사고를 돌아볼 때,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체르노빌에서는 소방관들, 핵발전소의 나이 어린 노동자들, 사고 지역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던 농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중 다수가 며칠 이내에, 몇 주 이내에, 몇 달 이내에 사망했다. 그리고 수만 명, 수십만 명의 피폭자, 그들의 아들딸들이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의 기획 및 감수를 맡은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체르노빌 25주기를 맞아 2011년 4월,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2년 1월, 후쿠시마를 방문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 고통과 비극의 실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 32쪽의 화보와 함께 두 번의 인터뷰 속에 담담하게 펼쳐진다. 또한 프리피야트 광장의 황량한 풍경은 26여 년 전 일어난 사고의 맨얼굴을 말없이 증거한다.

  출판사 리뷰

1 진실 혹은 거짓말
체르노빌 사고는 소련과 미국의 무한경쟁 속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강국, 사회주의의 모국인 소련에서 기술 착오로 그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정부 관료를 포함하여 각급 책임자들은 사고의 진실을 덮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결국, 그 때문에 숱한 주민들이 제때 대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어찌 되든 좋았다. 사회주의의 명예와 자부심만 지킬 수 있다면……. 소련 당국은 사고 뒤 이틀이 지나서야 사고를 인정했다. 그리고 5월 6일, 국제사회에 사고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동안 체르노빌, 그리고 최대의 피해지역인 벨라루스에는 어떠한 경보도, 주의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이나 경과, 시각, 사망자 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소련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살인 공기와 함께 유럽을 배회했다. 추측성 보도가 나돌자 소련은 이를 부인했다. 소련 당국은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거부했다. 하지만 마침 폭발 28초 후 체르노빌 상공을 지나고 있던 첩보위성을 통해 미국은 폭발로 날아가 버린 핵력발전소를 확인했고 핵실험을 의심했다. 일본과 미국에 방사능 구름이 확산되기까지는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체르노빌은 국제적인 사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사고의 심각성은 이미 소련의 손을 떠나 있었다. 전 세계 언론의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언론에는 '종말'이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살인 공기에 국경은 없었다(32쪽).

우크라이나의 주도 키예프에서도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5월 전통 축제의 참가를 막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독려한 것이다. 주민들의 동요가 두려워서였다. 평소보다 수천 배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살인 공기 속에서 축제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공식적으로 5월 축제 당시 방사능 수치는 기록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훗날 이 축제에 관한 모든 공식 기록을 삭제했다. 발전소 인근 네르프르 강과 드리피아트 강의 오염으로 이 강이 흐르는 우크라이나 지역과 벨라루스는 향후 100년간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지만 아무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쿠시마 사고 때는 어땠을까? 사고 당사자인 도쿄전력은 사고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급급했다. 가장 먼저 주민들의 대피를 꾀해야 했건만 사고 무마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정상적인 대응은 불가능했다.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해수 주입을 했어야 하는데 제때 결정하지 못했다. 설계 수명인 40년을 다하고 10년 수명 연장을 결정한 발전소여서, 하루하루의 가동이 순수한 이익을 낳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사고가 진행되었다면 수도 도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사고의 결과, 2기를 제외한 나머지 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출 수 있었다. 나머지 2기의 가동 여부도 유동적이다. 인류는 심대한 물적· 심적 파괴와 상실을 경험한 다음에야 비로소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방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천억 원, 수조 원에 이르는 이익도, 흔히 핵마피아라고 불리는 세력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역설이 발생했지만.

2 윤리의 문제, 정의와 부정의의 문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한국의 사고를 돌아볼 때,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체르노빌에서는 소방관들, 핵발전소의 나이 어린 노동자들, 사고 지역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던 농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중 다수가 며칠 이내에, 몇 주 이내에, 몇 달 이내에 사망했다. 그리고 수만 명, 수십만 명의 피폭자, 그들의 아들딸들이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그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피해를 겪어야 했다. 사망한 노동자, 소방관들에게는 영웅 칭호와 100루블이 주어졌다. 어쩌면 그들 이름 없는(!)

  작가 소개

저자 : 강은주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연구원.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환경운동연합과 진보 정당, 국회 등에서 오랜 시간 환경과 안전 정책을 연구하고 살피는 일을 해왔으며, 관련한 강의와 글을 쓰고 있다.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테라스 Y〉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 핵발전의 위험을 경고한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한국 사회의 위험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한 『비보호 좌회전』,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연구소 생태지평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와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체르노빌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인터뷰 체르노빌, 2011년 4월

그날 오후에는 3만 5000명의 주민들이 봄날의 평화로운 토요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미 방사능 수치는 평균치보다 400배가 넘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느끼고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오염되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인간의 오감으로는 절대로 인지할 수 없는 침묵의 살인자들은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다. 입고 있는 옷, 정원의 잔디, 바람에 날리는 꽃잎,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 집안의 모든 살림들 그리고 피부까지 모두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그들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그들이 살았던 집과 가구와 가재도구들은 이제 영원히 누구도 쓸 수 없게 되었다. 터져버린 발전소에서는 방사능이 뿜어져나오고 있었지만, 어떤 경보도 주의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 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인터뷰 후쿠시마, 2012년 1월

정부의 ‘안전하다’는 말을 믿어서든, 혹은 떠나지 못하는 다른 이유 때문이든 후쿠시마에는 여전히 사람들과 아이들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죽음의 공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모른 채 남아 있다. 후쿠시마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땅을 일구고, 바다를 바라보며 후쿠시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던 사람들은 이제 그곳이 영영 아이들을 기를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공기와 물은 이제 아이들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버렸다.

3 한국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이후 한국
인터뷰 한국, 2012년 1월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은 서로간의 심각한 집단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려야 했으며, 소소한 갈등은 크게 번졌고, 법적 공방은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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