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근대 이후 동아시아에서 제기된 지역연대에 대한 이상과 비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지역이 거쳐야 했던 갈등과 좌절의 역사를 반영한다.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지역연대에 대해 천착해온 김경일(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은 서남동양학술총서 <제국의 시대와 동아시아 연대>를 통해 그간의 이러한 문제의식에 한층 깊이를 더했다.
이 책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고 인종주의와 국가주의를 통해 발현된 근대의 전쟁·폭력·학살·차별 등과 아울러 전후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폭발적으로 나타난 근대 이후 동아시아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연대를 모색했던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객관적 시선으로 살피면서 오늘날 동아시아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연대의 방향을 탐색한다.
출판사 리뷰
동아시아 연대의 이상과 현실
지난 100여년간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상호교류와 이해를 위한 수평적 연대의 필요성을 입을 모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의 반대편에는 동아시아 내부에서 성립된 근대 민족국가와 아울러 외부에서 등장한 서구유럽이 존재해왔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몰입과 헌신은 근대에 들어와 출현한 현상이지만, 그에 대한 물신성과 민족지상주의/국가중심주의는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고유한 속성의 하나로 이해돼왔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나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의 상호교류와 연대를 위한 시도는 동아시아에서 특히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1920~30년대 태평양회의에 참가한 지식인들이 국가로부터 독립적 가치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지식인들조차 국가권력에 실질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던 사실은 이와 관련하여 시사적이다. 동아시아 삼국 중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에서조차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의 출현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적어도 1945년 이전 동아시아의 주인공은 민족과 국가, 그 일원으로서의 개인들이다. 동아시아 연대에 대한 이들의 이상은 흔히 민족국가의 수립과 회복, 강화라는 동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각각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 그리고 서구와의 조우시점 같은 여러 요인들의 결합에 따라 동아시아의 세부 지역들은 동아시아의 이상과 민족국가의 현실 사이에서 다양한 선택을 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에 들었던 것은 일찍이 근대화에 성공하여 민족국가 체제를 갖춘 일본이었다. 세계체제의 국제관계 현실에 효율적으로 적응했던 것만큼이나 동아시아 삼국 중 일본에서는 연대에 대한 전통적 이상이 일찍이 정형화된 형태로 출현했고 또 그와 동시에 훼손되어갔다. 메이지 시기 이래 일본에서 등장한 아시아주의와 삼국연대론, 동양평화론 등의 담론은 그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일시적인 지지와 환호에도 불구하고 점차 불신과 배척이라는 현실과 직면해야 했다. 20세기로 넘어오는 세기 전환기를 전후하여 아시아 연대에 대한 일본의 배신과 그에 대한 비난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서구에 대한 타자로서의 동아시아 vs 변혁과 해방의 동아시아
동아시아론에 대한 역사적 검토는 애초에 서구에 대한 타자로서 자신의 외부로부터 출현한 동아시아 개념이 근대 민족국가라는 내부의 장벽과 오랜 시간에 걸쳐 상호대면, 경합 그리고 절충하는 것을 통해 자의식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는 서구에 대한 타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고정성과 불변성, 배타성 그리고 때때로의 공격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도 했으나 점차 가변성과 유동성 그리고 타자성을 극복한 보편성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아시아에 대한 두가지 상반되는 이미지가 공존한다고 본다. 하나는 최초에 아시아가 서구에 대한 타자로서 등장하면서 가지게 된 인종주의와 식민주의, 아시아주의의 편린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가 스스로 타자성을 해소하면서 쟁취한 개방성과 능동성 그리고 세계성과 보편주의에 대한 지향으로서의 아시아다. 이 둘은 이론적 범주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범주이기도 하며 현실에서는 두가지가 서로 착종된 형태로 발현되었다. 중국 신좌파를 대표하는 왕 후이(汪暉)가 “일본제국의 식민 계획을 대표로 하는 아시아주의와 아울러 약소민족의 민족해방운동으로 표현된 피압박민족의 민족자결 요구”라는 상이한 두 아시아상을 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저자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근대 아시아의 역사를 전제와 정체의 아시아로부터 해방과 변혁의 아시아라는 대조적인 이미지로 이행해온 역동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이를 내재적 시각에서 다시금 아시아란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가 파악하는 동아시아 연대에는 피압박민족의 항일운동, 예를 들어 약소민족동맹이나 반파시스트연맹 같은 시도로 가장 극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에 가려져 나타나지 않았던 비제국주
작가 소개
저자 : 김경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덕성여대 교수, 미국의 뉴욕주립대Binghamton와 프랑스의 파리 인간과학연구소Maison des Sciences de L’Homme에서 후기박사과정, 일본 도쿄 대학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미국 버클리 대학, 워싱턴 대학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6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한국사회사와 사회사상, 역사사회학, 동아시아론 등에 관심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 《일제하 노동운동사》(1992), 《이재유연구》(1993), 《지역연구의 역사와 이론》(1998),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2003), 《동아시아의 민족이산과 도시: 20세기 전반기 만주의 조선인》(공저, 2004), 《한국노동운동사 2, 일제하의 노동운동: 1920-1945》(2004), 《한국 근대 노동사와 노동운동》(2004),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2004), Pioneers of Korean Studies(편, 2004), 《이재유, 나의 시대 나의 혁명》(2007), 《제국의 시대와 동아시아 연대》(2011), 《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2012), 《노동》(2014), 《한국 근대 여성 63인의 초상》(공저, 2015), Modern Korean Labor: A Sourcebook(공편, 2015)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제1장 동아시아의 정체성과 지역연대
제2장 아시아연대의 유형과 양상
제2부
제3장 태평양회의와 태평양문제연구회(IPR)
제4장 아세아민족회의와 아세아연맹
제3부
제5장 동아신질서와 동아공동체
제6장 대동아공영권과 아시아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