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문정신의 탐구' 열번째 책. 서양철학은 세계의 변화와 존재의 문제로부터 발단되었고, 변화와 존재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시원적 설명을 극복하려는 목표를 향해 전개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철학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통상적 기술 속에 아직까지 충분히 고찰되고 주목받지 못한 세 가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첫번째 오해는 형이상학의 토대개념인 '에이나이'(einai)에 대한 언어적 오해이다. 많은 이들이 형이상학적 사변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에서 ‘에이나이’와 ‘온’이 일차적으로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etwas Bestimmtes sein)라는 것을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시(詩)와 플라톤의 대화편의 주요 논증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밝힌다.
두번째는 고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정향'(metaphysical orientation)에 대한 오해이다. 이 오해는 ‘형이상학’이란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고대’에서부터 ‘형이상학’이 고대 사유를 이끈 중심 모티프였다는 생각이다. 세번째 오해는 플라톤과 파르메니데스를, 변화하고 유전하는 세계를 형이상학적-인식론적으로 평가절하한 대표적 공적(公敵)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의 원전들을 직접 분석하면서 고대 철학에 대한 ‘해석사적’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고대를 중세나 근현대가 아니라 고대 자체의 시각과 철학적 관심으로부터 읽는 철학사 독해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출판사 리뷰
서양철학사는 고대 철학을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 기술(記述)하고 있다
서양철학사가 형이상학 비판의 역사라는 것은 오늘날 철학사 기술의 정설이다.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은 존재로 충만한 완전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수립하고, 헤라클레이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와 흐름으로 점철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를 수용하며, 중세 철학은 고대의 형이상학들을 종합하여 창조의 형이상학으로 변형시킨다. 반면 근대 철학은 인간의 오성(Verstand/understanding)이나 체험(Erlebnis)과 같은 인식의 주관적 조건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기존의 무분별한 형이상학적 사변을 비판하고, ‘언어적 전환’에 편승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은 최종적으로 모든 형태의 ‘실체형이상학’(Substanzmeta-physik)의 종말을 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철학사의 흐름에 대한 이런 포괄적 설명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서양철학은 세계의 변화와 존재의 문제로부터 발단되었고, 변화와 존재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시원적 설명을 극복하려는 목표를 향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철학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통상적 기술 속에 아직까지 충분히 고찰되고 주목받지 못한 세 가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대의 원전들을 직접 분석하면서 고대 철학에 대한 ‘해석사적’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고대를 중세나 근현대가 아니라 고대 자체의 시각과 철학적 관심으로부터 읽는 철학사 독해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형이상학의 토대개념인 '에이나이'(einai)에 대한 언어적 오해
‘존재를 존재인 한에서’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중심개념은 흔히 ‘존재’로 번역되는 ‘에이나이’이다. 각각의 형이상학이 제시하는 궁극적 원리나 대상이 무엇이든 형이상학은 그런 원리나 대상의 ‘존재’를 탐구하는 순수 ‘존재론’(ontology)이다. ‘존재론’은 그리스어 ‘에이나이’의 분사형인 ‘온’(on)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에이나이’는 그리스 철학자들, 특히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그들의 철학적 사유를 표출하고 이론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사용한 핵심개념이었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적어도 찰스 칸의 등장 이전까지는, 이 개념을 ‘실체적 존재’(existence)로 이해하였다. 그렇게 서양철학사는 형이상학적 실재론(realism)에 대한 비판의 역사로 파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에 중대한 이의제기를 한다. 중세와 근현대의 형이상학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저자는 많은 이들이 형이상학적 사변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에서 ‘에이나이’와 ‘온’이 일차적으로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etwas Bestimmtes sein)라는 것을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시(詩)와 플라톤의 대화편의 주요 논증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밝힌다. 저자는 실존적(existential) 번역 외에도 서술적(predicative) 번역과 진실적(veridical) 번역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을 지지하는 광범위한 문헌상의 증거들을 제시한다.
고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정향'(metaphysical orientation)에 대한 오해
이 책의 저자는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대 철학에 대한 또 다른 오해와 대결한다. 이 오해는 ‘형이상학’이란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고대’에서부터 ‘형이상학’이 고대 사유를 이끈 중심 모티프였다는 생각이다. 고대인들은 정말로,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가 생각하듯이, ‘세계의 정지된 관찰자’였는가? 그들은, 어떤 세계든, 그런 세계의 실제 존재를 단순히 전제하는 데서 출발하고, 그렇게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와의 인식적 조우의 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직관적 사유와 같은 극히 원초적인 인식형태에서 찾았는가? 저자는 기존의 철학사적 상식을 깨고 이러한 질문들을 천착한다. 저자
작가 소개
저자 : 이상인
196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인츠 대학과 마부르크 대학에서 고전문헌학과 철학을 연구하였다. 마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저서로 『"메논"에서의 상기: 형상에 따른 지식 매개의 가능성과 방법에 대한 플라톤의 고찰』(독일어 출간)과 『플라톤과 유럽의 전통』(이제이북스, 2006)이 있고, 역서로는 플라톤의 『메논』(이제이북스, 2009)이 있으며, 그리스 철학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였다.
목차
서문 5
플라톤의 주요 저작의 각국어 표기 및 약칭 26
1부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1. 파르메니데스 ― 사유에 의해 판단하라 29
1. 단편시의 목표 29
2. '사유를 위한' 탐구의 두 가지 방법과 기준 31
3. 'estin'의 주어와 의미 37
4. '어떤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의 표지들 56
5. 인식론과 우주론 ― '많은 싸움을 담은 논박' 67
6. 가사자들의 확신(doxa)에 대한 논박 75
(1) 우주의 변화에 대한 확신의 기술(記述)과 오류 75
(2) 우주의 변화에 대한 사유의 기술과 진리유사성 81
2. 헤라클레이토스 ― 사유는 공통된 것이다 91
1. 헤라클레이토스의 문제 91
2. 우주론 ― 불의 전쟁과 만물의 유전 96
3. 만물유전론에 대한 오해 105
4. 인식론 ― 공통적 사유와 사적 사유 113
5. 파르메니데스 대 헤라클레이토스 120
2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1.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철학적 기원 127
1. 아리스토텔레스의 증언 127
2. 유전론의 가설과 플라톤의 비판 132
3. 플라톤의 유전론과 이데아의 가설 144
4. 유전론의 가설과 이데아의 가설 163
2. 플라톤의 진리 기준과 가설(hypothesis)의 방법 167
1. 『파이돈』의 '두 번째 항해'와 '이데아의 가설' 167
2. '이데아의 가설'과 번역의 문제 169
(1) 실존적 번역 169
(2) 진실적 번역 177
(3) 규정적 번역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