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생활인으로는 빵점에 가까웠지만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의 문학과 자존심만은 쉽게 저버리지 않았던 7~80년대 문인들을 추억하는 책이다. 당시 문화의 중심지였던 관철동을 배경으로 김수영, 박인환, 천상병, 신경림, 황석영 등 우리 문학사의 중추를 이루는 작가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출판사 리뷰
50~60년대 '명동 시대'부터 70~80년대 '관철동 시대'까지
자칭 '7류 소설가' 강홍규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우리 시대 글쟁이들의 아름다운 초상지난 일들이, 추억 속의 인물들이 자주 생각나는 계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려는 이때, 잠시 우리가 잊었던 이름과 얼굴들과 마주하게 된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60년대까지는 서울의
명동이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그 후 70년대부터는 관철동으로 옮아갔다. 바로 이 책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은 한 무명 작가가 떠듬떠듬 기억해 내는 그 시절의 문단 야사로 낯익은 이름들과 조금은 낯선
얼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지금은 중견 작가로서 나름대로 문학의 일가를 이룬 신경림, 황석영, 최인호의 문단 신인 시절, 저자가 직접 겪진 못했지만 관철동의 술집 말석에 앉아 들었던 윤동주, 박인환, 오상순, 이장희 선배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그리고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한 시인 김수영, 두고두고 기인으로 기억되는 천상병. 또한 큰 이름을 남기진 않았지만 문단 한쪽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던 작가들과 신춘문예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작가
지망생들까지. 그야말로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강홍규 역시 스스로 '7류 소설가'라고 겸손해 하면서 잡지사/신문사를 수없이 옮겨다니며, 문단의 외곽만을 배회하던 아웃사이더로서 등단도 하고 소설도 몇 편 썼지만 한번도 문학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았던 작가였다. 사실 이 책은 강홍규가 1986년부터 87년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관철동 시대'로, 87년 같은 이름의 책으로 첫 출간됐다가 1990년 저자가 별세한 다음에 ≪문학동네 술동네≫로 개정
증보하여 출간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돈 버는 데는 재주가 없는, 생활인으로서는 빵점에 가까웠지만 자신의 문학과 자존심만큼은 쉽게 저버리지 않았던 문자 괴짜/스타들의 지난 이야기들을 좇다 보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팍팍했던 그 시절,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눈에 띈다.
황석영이 〈장길산〉을 신문에 인기리에 연재할 즈음, 어느 술자리에서 '약장수 타령'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본 공병우 박사 일행은 그가 자신을 황석영이라고 소개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을 한다며 타박했다. 인기 작가와 약장수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또 어느 술자리에서 문인들 중 누가 엄부(嚴夫)인지 또는 공처가인지 분분하다가 결국 노총각 시인 민병산이
공처가(空妻家)가 된 사연, 천상병이 식객 노릇을 하며 소설가 오영수의 집에 얹혀 살 때, 용돈 80원을 책상에 두고 가지 않았다고 그를 골려 주기 위해 만년필을 가지고 나와 결국은 5백 원을 받고 돌려준 일 등은
작가들 특유의 엉뚱함과 유머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문인들과 술은 떼어놓을 수 없는 법. 오죽했으면 이 책의 두 번째 판의 제목이 '문학동네 술동네'였겠는가? 친구와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집도 몰라본 시인 김응규, 술잔이 놓일
새도 없이 잔을 비워 버리는 러시아 문학가 박형규 등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이면 서울 종로 관철동 근방을 어슬렁거리던 문인들의 그림자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렇듯 그들의 소소한 생활들을 들여다보면 재기 발랄함에 저절로 웃음도 나지만,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 책장을 덮을 때가 되면 가슴 한 켠이 시려 옴을 느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인들 대부분이 지금은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고인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시대적 상황 또는 작가 개인사의 어려움 때문에 요절을 하거나 아픔을 겪었던 모습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함께 그러한 불행이 아름다운 언어들로 탈바꿈하여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에서 삶의 아이러니함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첫 시집 출간을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자랑했는데,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제본소에서 불에 타 재가 되는 불운을 겪은 '명동 명물' 박인환은 30년 7개월이라는 너무도 짧은 생을 살았다. 한하운 역시 천형
작가 소개
저자 : 강홍규
1941년 함경남도 신포에서 태어나 1990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지은 책으로<도둑잡기>, <마지막 게임>, <다리 위의 도둑>, <건(巾)>, <안개 속에서>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