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이아 총서' 여덟번 째 신간.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저문 듯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는 이런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전쟁과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 멀리 가 볼 것도 없이 우리의 일상에서 혹은 인터넷 공간에서 보이는 민족의 논리, 한국인의 논리는 손쉽게 사람을 매장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내셔널리즘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사상적 도구였는지 잘 보여 주는 한편 민족 관념의 이러한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성격 또한 잘 보여 준다. 일본 내셔널리즘의 발생부터 최극단에 이르는 시기까지 사상가들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은 내셔널리즘이 그 내부에 품고 있는 비이성과 광기를 고발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일본은 왜 자꾸 우측으로, 우측으로 가는가
―모토오리 노리나가에서 전쟁기 ‘국체론’까지 일본 내셔널리즘을 해부한 책
소녀시대와 카라를 비롯한 일본 내 한류 열풍 이면에는 한국의 걸그룹을 비하하는 ‘혐한류’(嫌韓流)가 있다. 한국 문화산업의 유입에 대해 ‘무조건 싫다’는 식으로 반응하며 조롱거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심지어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에는 김태희가 독도수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막 시작한 후지TV드라마를 반대하는 시위가 조직되는 등 점차 정치적인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한감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이 주변국들을 무시?배척하며 자신의 내셔널리티를 강화한 것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다.
그 유래는 에도시대에 ‘일본’을 만든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1730~1801)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는 일본의 옛 문헌을 한국과 중국의 흔적을 지우고 일본 중심의 세계관에 맞추어 읽는 작업을 하여 일본인의 언어관과 국가관의 토대를 세웠다. 예컨대 『니혼쇼키』(日本書紀)와 『고지키』(古事記)에는 신(神), 사람, 물건, 장소, 언어 등 수없이 많은 ‘한’(韓)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대표적인 일본의 신 중 하나인 스사노오노미코토가 신라에 강림했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에도의 학자 후지이 데이칸(藤井貞幹)이 『쇼코하쓰』(衝口發)라는 고증학적 저술에서 이런 영향관계를 밝혔을 때,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격분하여 “미치광이의 말”이라고 비난했다. 노리나가에게 그러한 한의 흔적은 오히려 왜(倭)의 흔적이었다. 일본의 신의 위세가 이국땅에 미친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흔적을 지움으로써 성립했다.
이 책은 이러한 일본 내셔널리즘의 담론적 기원을 추적하는 책이다. 모토오리 노리나가를 비롯하여 메이지 시기 문명론자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윤리학자 와쓰지 데쓰로(和?哲?), 철학자 다나베 하지메(田邊元) 등의 내셔널리즘적 담론을 분석하여 일본 사상사상의 주요 맥락을 조목조목 짚어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본 내셔널리즘의 윤곽을 그릴 수 있고, 주변국들에 적대적인 일본인의 심성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 개념 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못지않게 민족 문제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민족’의 기원은 근대로부터
이 책의 내셔널리즘 연구는 개념의 정의를 넘어서 그 개념을 낳은 역사적 담론의 지층을 정밀조사하는 고고학적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졌다. 예컨대 일본의 건국신화를 담고 있는 『고지키』를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그 결과 일본문화의 기원을 어떻게 왜곡하게 되어 자신들의 내셔널리티를 만들어 내는지를 서술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일본민족’이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 아니라 ‘개념의 성립’이 시작된 근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민족의 에스닉한 실체적 기원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념을 갖게 된 계기를 탐색함으로써 근세 이후, 특히 메이지와 쇼와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에게 유입되는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민족’이란 개념 자체가 ‘근대’의 역사에서 성립했듯이 ‘일본민족’ 역시 일본 근대사 위에서 재구성된 관념임을 밝혀낸다.
일본 사상사에서 지속된 내셔널리즘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고지키 해석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고지키』를 일본어로 읽었다. 정확히는 『고지키』라는 한문 텍스트에서 고유 일본어 ‘야마토고토바’(大和言葉)를 읽어 냈다. 그는 『고지키』의 제작자가 상고사회의 전승 기록을 고어 그대로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게 의도였으므로 후세인도 그에 따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일본어가 먼저 있었고 이를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자를 사용한 것뿐이므로 ‘천지’(天地)와 같은
작가 소개
저자 : 고야스 노부쿠니
1933년생. 근현대 일본에 관한 저명한 사상가로서,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윤리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오사카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담론에 관한 고고학적인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모토오리 노리나가, 오규 소라이, 히라타 아쓰타네, 후쿠자와 유키치 등에 관한 사상사적 검토를 행해 왔고, 근래에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등 폭넓은 사상사적 논의를 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건’으로서의 소라이학』(‘事件’としての?徠學), 『귀신론』(鬼神論),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일본 근대사상 비판』(日本近代思想批判), 『방법으로서의 에도』(方法としての江戶), 『히라타 아쓰타네의 세계』(平田篤胤の世界), 『한자론』(漢字論),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을 정밀하게 읽는다』(福澤諭吉『文明論之槪略』精讀),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누구인가』(本居宣長とは誰か), 『‘근대의 초극’이란 무엇인가』(‘近代の超克’とは何か), 『소라이학 강의 : 『변명』을 읽는다』(?徠學講義: 『弁名』を讀む), 『사상사가가 읽는 논어』(思想史家が讀む論語)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해독 1. 일본의 고유성과 타자의 흔적-모토오리 노리나가에 있어서의 광기와 정기
‘한’(韓)의 흔적 | ‘일본’의 성립 | 신라에 강림한 신 | 『쇼코하쓰』라는 저술 | 정기의 담론이란 무엇인가 | ‘일본’ 성립의 언어적 기념비 | ‘한’을 포괄하는 제국
해독 2. ‘일본어’(야마토고토바)의 이념과 그 창출-모토오리 노리나가 『고지키전』의 선물
‘일본어’란 | 『고지키』를 읽는 것 | 『고지키』를 읽을 수 있는가 | 노리나가의 『고지키』 발견 | ‘야마토고토바’의 훈독 | 먼저 ‘야마토고토바’가 있었다
해독 3. 제사국가 일본의 이념과 그 성립-미토학과 위기의 국가신학
‘천조’라는 한자어 | 『신론』과 국가적 장계 | 제사적 사적의 회상 | 소라이의 귀신제사론 | 국가적 위기와 민심 | 죽음이 귀착하는 곳
해독 4. 국체론의 문명론적 해체-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과 국체론 비판
국체 개념의 기존성 | 국체론과 문명론 | 국체 개념의 탈구축 | 고습의 혹닉
해독 5. 도덕주의적 국가와 그 비판-후쿠자와 유키치의 ‘지덕론’ 해독
비판적 담론으로서의 문명론 | ‘지덕론’의 과제 | 지ㆍ덕의 구별과 재구성 | 도덕주의 비판 | 지력이 행해지지 않는 사회 | 인지 발달의 광경 | 독립 인민과 정부: 급진적 리버럴리즘
해독 6. ‘일본민족’ 개념의 고고학-‘민족’, ‘일본민족’ 개념의 성립
고고학적 해독이라는 작업 | 개념 성립을 둘러싼 ‘시차’ | 사전에서의 ‘민족’ | ‘민족’ 개념의 전이적 성립 | 국수주의적 ‘일본’ | ‘일본민족’ 개념의 성립 | ‘일본민족’ 개념의 이중화
해독 7. ‘민족국가’의 윤리학적 성립(1)-와쓰지 데쓰로의 윤리학에 대해: 에식스에서 윤리로
먼저 ‘윤리학’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