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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고요아침 | 부모님 | 200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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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 숲길 열고 부챗살 펼친 붉은 아침
세속 도시 기웃대다 쉬엄쉬엄 숨 고르다
따그락 딱딱 따그락 젖은 발목 말리고 있네.
기름기 도는 잎새 위를 둥둥 떠가는 봄 그리메
해종일 산빛 두르고 들숨 날숨 돌아와서
따그락 딱딱 따그락 저문 전(廛)을 거두고 있네.
―「매봉산 딱따구리」전문
윤금초의 위의 시에서 자연은 매우 이상적인 모델로서 존재한다. 시적 주체는 그 자연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단순한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묘사행위를 통해 대상인 자연과 서로 동화하고
있다. 그것은 이 묘사가 자연의 외피만 모사(模寫)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사물 속에 들어있는 사물의 정신까지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묘사가 사물의 정신에까지 이를 때 소위 정경교융(情景交融)이나
물아일체(物我一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지훈식으로 말해서'자아의 대상화와 대상의 자아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윤금초의 시조에서 자연에 대한 모방은 주체중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도르노가 꿈꾸고 있는 객체 중심의 동일화도 아니다. 주체가 일방적으로 자연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조화롭게 만나는 것이다.
(중략)
윤금초가 지니고 있는 동양시학에는 고전주의적인 계기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고전주의적 계기를 지니고 있는 윤금초에게 있어서 모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이란 생명력으로 가득 찬 이상적인 그 무엇이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그러한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은 <장수풍뎅이>, <숲>1, 2, 3, 4, 5 연작과 <춤추는 물고기> 1, 2, 3 연작 등 자연물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두루
발견된다.
(중략)
이번 시조집에서는 「산빛에 물빛에」라는 연작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는데, 그것들은 한결같이 고전 작품을 모방하고 있다. 원래가'자연'(인간과 그 행위까지 포함하는 고전주의적 자연 개념)을 모방한 고전인데,
「산빛에 물빛에」라는 윤금초의 연작은 그 고전을 다시 모방하고 있어서 모방이 이중적이다. 이는 그만큼 고전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해설 <미메시스, 고전주의적 삶의 행복> 중에서
♧ 저자 소개윤금초시인
1941년 전남 해남 출생. 중앙대학교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66년 공보부(현 문화관광부) 신인예술상 시조부문 입상.
1967년《시조문학》추천 완료. 1968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조「안부(安否)」 당선.
1992년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수상. 정운시조문학상, 민족시가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수상. 시조집『어초문답(漁樵問答)』『해남나들이』『땅끝』등.
4인 시집『네 사람의 얼굴』5인 시조집『다섯빛깔의 언어풍경』 6인 시조선집『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
저서『현대시조 쓰기』『시조 짓는 마을』
대산창작기금,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 출판?저술 지원금 받음.현재 경기대 대우 교수.

  작가 소개

저자 : 윤금초
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집 『어초문답漁樵問答』 『땅끝』 『해남 나들이』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무슨 말 꿍쳐두었니?』, 한국시조대상 수상 작품집 『큰기러기 필법』, 한국 대표 명시선 100 『질라래비훨훨』, 사설시조집 『주몽의 하늘』, 4인 시조선집 『네 사람의 얼굴』 『네 사람의 노래』, 시조 창작 실기론 『현대시조 쓰기』 『시조 짓는 마을』 발행.이영도시조문학상, 민족시가문학대상, 문학사상사 가람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시조대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 저술·출판 지원금 받음.현재 (사)민족시사관학교 대표. 《정형시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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