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 이 책은 2015년 6월과 7월 온 나라를 공포와 혼란과 분노로 들끓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들뢰즈와 과타리의 이론으로 분석하고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한 철학 에세이다.
저자는 2015년 6월 15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오간 짤막한 대화 하나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삼성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이 말에 착안해 저자가 집중 분석하는 키워드는 3개다. 삼성(자본), 정부(국가), 메르스(도주)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메르스 사태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와 자본을 해부한다. 여기서‘포획장치로서의 국가’‘전쟁기계’‘사회기계’‘기술기계’‘탈영토화’‘도주’와 같은 들뢰즈와 과타리의 개념이 도입된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다. 저자에게 배어든 개념과 문제들만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여서 책은 술술 읽힌다. 독자를 주눅 들게 하는 문헌 인용도 없고 출처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들뢰즈.과타리의 저작이나 이를 해설한 책을 읽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들이 철학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편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이 “철학자가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실험”이라고 말한다. 실험에서 저자는 현대인의 삶 전반에 대한 미시적인 고찰과 철학 개념을 버무려 내놓는다. 책을 읽다보면 들뢰즈.과타리의 개념도 여기, 이 순간 내 삶의 구체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저자가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도 독자 중에서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메르스는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물음으로 연결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이 책은 2015년 6월과 7월 온 나라를 공포와 혼란과 분노로 들끓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들뢰즈와 과타리의 이론으로 분석하고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한 철학 에세이다. 저자는 2015년 6월 15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오간 짤막한 대화 하나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삼성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이 말에 착안해 저자가 집중 분석하는 키워드는 3개다. 삼성(자본), 정부(국가), 메르스(도주)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을 포획하는 장치로서의 국가
메르스 사태의 한 가운데서 분노와 불평, 공포와 무력함, 비난과 조롱이 넘쳐났다. 표적의 중심은 국가 또는 정부였다. 정부는 어디에 있었나? 정부는 무엇을 했나? 정부는 왜 이토록 무능한가? 이 외침들은 국가나 정부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공공성, 또는 공적 의무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전혀 다른,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국가란 나에게 무엇인가? 국민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안내하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통찰에 따르면, 국가는 처음부터 포획장치(捕獲裝置)로서 있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와 당신을 국민으로 만들지 않았지만, 나와 당신은 이미 국민으로 포획돼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의문 하나가 또 제기된다. 그렇다면,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그 많은 요구들은 왜 생겨나며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흔히 생각하는 것은 국가와의 부채 관계다. 나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의 동원(가령 군대)에 응하고 공권력을 따랐다. 그러니 국가는 나에게 빚을 졌고, 크고 작은 사고와 재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이 같은 책임 추궁이 부채 관계에서 비롯된 정당한 요구인가?
메르스 앞에 국가는 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국가와의 계약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국가는 계약 당사자이자 동시에 심판관이다. 따라서 나와 국가의 계약이 파기되었을 때, 내가 파기 주체일 경우 국가는 나를 심판하지만, 국가가 파기 주체일 경우 국가가 국가를 심판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비대칭적 부채 관계는 국가와 국민이 처음 관계를 맺는 순간 예정된 것이었다. 국가는 원초적으로 국민과의 계약과 부채 관계를 파기할 힘을 지니고 있던 셈이다. 요컨대 국가와 국민은 일방적인 폭력적 관계 속에 있다.
자, 그렇다면 메르스 사태에서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저자는 이 물음에 ‘국가의 부재(不在)’를 답으로 제안한다. 메르스 앞에 국가는 없었다. 메르스는 국가가 누수(漏水)되는 점(點), 새어나가는 점이었다. 아니, 그런 점들 중 하나를 들추어냈다. 국가는 메르스 사태를 대비하고 해결하는 데 무능하다. 국가의 일은 다른 데 있다. 국민은 “국가가 뚫렸다”는 데 대해 분개했지만 메르스에 관한 한 국가는 애초부터 뚫려 있었다.
국민 아닌, 국가장치의 외부에 존재하기
그럼 메르스에 대응한 주체는 누구인가? 저자는 그것이 국가가 아닌 의사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가장치의 일부로서 활동하기보다 때로 그것과 섞이며, 때로 그것의 방해를 극복하며, 자발적이고도 헌신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개입은 어떻게 해석할까? 서울시장, 성남시장, 충남도지사, 야당대표는 중앙정부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함으로써 상황 호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저자는 그 개입의 방식이 국가장치의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비록 지방정부의 장(長)들이 주로 주도하긴 했지만, 이들의 방식은 파르티잔이나 게릴라와 더 비슷했다는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들뢰즈와 과타리는 의사와 같은 존재 방식을 “전쟁기계”라는 개념으로 지칭한다. 전쟁기계가 국가라는 포획장치의 외부에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사(戰士)이다. 전사는 홀로 전쟁을 행한다. 비록 국가장치에 의해 군인(軍人)으로 포획될 수도 있고, 국가장치 언저리에서 용병(傭兵)이 되기도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독립적이고 독자적
작가 소개
역자 : 김재인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동물자원학과 중퇴 후 같은 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 석사 학위(「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연구」)와 박사 학위(「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강사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들뢰즈, 과타리 이론으로 진단한 국가, 자본, 메르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공저),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베르그송주의』, 『들뢰즈 커넥션』,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공역)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Deleuze, Marx and Non-human Sex: An Immanent Ontology Shared between Anti-Oedipus and Manuscripts from 1844”, 「들뢰즈의 칸트 해석에서 시간이라는 문제」, 「들뢰즈의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적 배움─초기 프루스트론을 중심으로」, 「들뢰즈의 미학에서 ‘감각들의 블록’으로서의 예술 작품」, 「지젝의 들뢰즈 읽기에 나타난 인간주의적-관념론적 오독」,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에서 윅스퀼의 위상」, 「들뢰즈의 흄 연구」, 「들뢰즈의 긍정적인 프로이트」, 「긍정과 기쁨의 생성─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 「문제는 니힐리즘이다」,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푸코, 들뢰즈 그리고 대항문화의 여명 니체」 등이 있다.
목차
차 례
머리말
1. 국가가 뚫렸다
2. 삼성은 안 뚫렸나?
3.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