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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푸른역사 | 부모님 | 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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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몽골 제국과 고려 시리즈 3권. 한국사에서 '소외'된 고려사를 생동감 넘치면서 신중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꾸준하게 소개해온 이승한의 역사서 <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위기에 직면한 고려 말 부마국 체제의 모순과 왜곡을 다룬다.

이 책에서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원 간섭기에 고려의 정치 사회를 주도한 부원배附元輩라는 세력이다. 몽골 제국에 체류하면서 무종과 인종 두 형제 황제를 옹립한 충선왕은 두 황제의 재위 동안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특히 인종 황제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충선왕은 몽골 제국의 2인자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충선왕은 그렇게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양국 사이의 경계나 고려 사회의 정체성은 오히려 희미해져갔다.

달리 표현하자면 고려 사회가 몽골 세계 제국에 동화되어갔거나 세계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해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당시 국제어인 몽골어와 한어를 익히는 것이었다. 이런 국제어를 누구보다 앞서 익힌 자들이 바로 부원배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래서 부원배는 곧 세계화 시대의 국제인이었다.

  출판사 리뷰

포박당해 원으로 끌려간 충혜왕

1343년(충혜후 4) 10월 말, 원의 자정원사資政院使로 있는 환관 고용보高龍普가 고려에 왔다. 고용보가 고려에 머문 지 보름 남짓 지나서 원에서 갑자기 사신 8명이 도착했다. 이틀 후에는 또 6명의 사신이 황제의 조서를 들고 들이닥쳤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조서를 반포한다는 명목으로 충혜왕에게 교외로 출영할 것을 요구했다. 충혜왕은 병을 핑계로 출영하지 않으려 했다. 충혜왕이 대궐 밖으로 출영하기를 망설이자 고용보가 나서서 거든다.
“황제께서 평소에 국왕을 불경하다고 여기시는데 만약 지금 출영하지 않으면 황제의 의심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충혜왕은 조복을 갖춰 입고 백관을 거느리고서 마지못해 출영하여 정동행성征東行省에서 원의 사신을 맞았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원의 사신들이 달려들어 충혜왕을 에워싸고 발길질을 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주변에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주춤거리는 사이, 원의 사신들은 충혜왕을 벌써 포박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몇몇 호위 무장들이 한발 늦게 구출하러 나섰지만 조금도 망설임 없는 원 사신들의 깊은 칼날에 두 명이나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국왕 측근의 인물들이나 출영을 따라온 백관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고, 그래도 용기를 내어 주춤거리다 뒤늦게 돌아서는 호위 무장들은 등에 창을 맞았다.
충혜왕은 원의 사신들에게 그렇게 폭력적으로 포박당하여 말에 태워진 채 원으로 끌려갔다. 1343년 11월 하순이었다. 한 달 후, 원의 대도(북경)로 끌려간 충혜왕은 황제로부터 게양현揭陽縣(지금의 광동성 조주 지방)으로 유배 조치를 받는다. 대도에서 2만 리나 되는 거리였다. 황제가 충혜왕을 유배 보내면서 내린 마지막 말은 이런 것이었다.
“너 왕정王禎(충혜왕의 이름)은 임금이 되어 백성을 탄압하고 갈취함이 너무 심했다. 너의 피를 천하의 개에게 먹여도 오히려 부족한 일이다. 하지만 짐은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게양에 유배하노니 나를 원망치 말고 갈지어다.”
그렇게 충혜왕은 함거에 실려 게양현으로 떠난다. 얼마나 철저하고 단호한 조치였는지 고려 조정에서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충혜왕은 유배 가는 도중 악양현(호남성)에서 죽고 만다. 시종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으니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남겨진 기록이 없다. 1344년 1월, 충혜왕의 나이 30세였다.

원 간섭기 고려 왕조의 위기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을까? 현재 재위 중인 고려 국왕이라는 지위는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았다. 이무렵 몽골 제국과 고려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은 이런 황당한 일뿐이 아니었다. 심양왕을 고려왕으로 앉히려는 ‘심왕 옹립 책동’이나, 고려 왕조 자체를 아예 없애고 고려를 원 제국의 한 지방 행정구역으로 만들자는 ‘입성책동’ 등 고려 왕조에 국가 존망의 위기가 밀어닥친다. 폭력적인 충혜왕 납치 사건은 그런 위기의 결정판이었다.
한국사에서 ‘소외’된 고려사를 생동감 넘치면서 신중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꾸준하게 소개해온 이승한의 《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몽골 제국과 고려 제3권)는 이처럼 위기에 직면한 고려 말 부마국 체제의 모순과 왜곡을 다룬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장면도 나오겠지만 역사 기록 그대로 드러내어 가감 없이 정면으로 직시하겠다고 강조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만이 우리 역사가 아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 교훈으로 삼자는 것도 주된 목적은 아니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으며, 그런 사건들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따져보는 것, 여기에 목적을 두겠다.”

부원배, 세계화 시대 국제인

이 책에서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원 간섭기에 고려의 정치 사회를 주도한 부원배附元輩라는 세력이다. 몽골 제국에 체류하면서 무종과 인종 두 형제 황제를 옹립한 충선왕은 두 황제의 재위 동안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특히 인종 황제의 각

  작가 소개

저자 : 이승한
전남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살고 있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민족사,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일제 식민 통치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성급하고 위험한 것으로 취급받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역사를 연구하는 데 ‘민족’이나 ‘민족주의’의 시각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게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기제를 작동시키고, 이는 이러한 시각으로 배제된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의 기제를 작동시켜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더욱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기제를 강화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 역사 연구는 수단화되고 도구화되고 만다. 저자는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 연구가 지금까지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원 간섭기’의 고려사가 이런 연구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주제이다. 이 시기는 일제 식민 통치 시기와 다르게 지금 여기와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그 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다. ‘민족’이나 ‘민족주의’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더라도 심리적 부담이 적다. ‘원 간섭기’의 고려사가 저자에게 색다른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안겨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족하지만 이 ‘원 간섭기’로의 역사 여행이 많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민족을 벗어난 역사 보기의 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주요 저서로는 《고려무인이야기》(1~4) 등이 있으며 지금은 ‘몽골 제국과 고려’ 시리즈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이 그 첫 번째 성과이며, 이 책 《혼혈 왕, 충선왕》이 다음을 잇는다.

  목차

프롤로그 _ 포박당해 원으로 끌려간 충혜왕
고려 왕실 세계
몽골 왕실 세계

제1장 _ 왕위 다툼, 심양왕과 고려왕

1. 제자리 찾는 충숙왕
충선왕의 티베트 유배|인사권 회복, 정방 복구|새로운 인사, 옛 인물|핍박당하는 부왕 측근들|충선왕의 돈줄, 채홍철과 배정지|비리 감찰기구, 찰리변위도감|충숙왕의 새로운 인물들|갑작스런 입원

2. 심양왕
심양지방의 고려 유민들|고려 유민 관할권 문제|심양왕이라는 왕위|심양왕 충선왕과 홍중희|입성책동이란?|홍중희의 입성책동|두 왕위의 분리|심왕 왕고와 고려왕 왕도

3. 심왕 옹립 책동
조적이라는 인물|심왕을 쫓는 무리들|책동의 서막|충숙왕, 왕권을 정지당하다|복위 환국을 요청하다|황제 칙서 사건|충숙왕에 대한 모함|재정 지원을 차단하라|심왕을 고려 국왕으로|심왕 옹립 책동, 거부당하다

제2장 _ 국가 존망의 위기, 입성 책동

1. 입성책동의 배경
주동 인물, 유청신과 오잠|부원배가 살아가는 방식|원 제국에서 바라본 고려

2. 왕관의 반대 상서
쿠빌라이 칸의 유훈을 지켜야 한다|중국의 법과 제도로 다스릴 수 없다|백성들이 동요할 수 있다|수입보다 재정 부담이 크다|군대가 주둔해야 한다|유청신과 오잠은 고려를 배반한 자다|왕관, 그는 누구일까?

3. 이제현의 반대 상서
유구한 역사의 고려 왕조|양국 관계의 역사성|쿠빌라이 칸의 조서 문제|기타 반대 이유|직접 통치와 간접 통치

제3장 _ 왕위의 파행과 파탄

1. 돌아온 상왕
충선왕 방환운동|황제 영종의 죽음과 충선왕의 방환|충선왕의 판단|절반의 왕권 회복|몸통은 놔두고 깃털만|계속되는 심왕의 영향력|충숙왕, 다시 원 공주와 결혼|충선왕이 마지막 한 일|불신의 시대, 혹은 격동의 시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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