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것이 잠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영원히 떠나는 여행이라면...
그렇다면, 하며 다시 집 안을 둘러보자 내가 남긴 자리가 너무 우울하게 느껴졌다. 큰 강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낸 듯 내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다. 나는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멍하니 서 있다가 찬찬히 내 살림살이를 살펴봤다.
이것이 영원히 떠나는 여행이라면, 낡은 냉장고를 바꾸지 않기를 잘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던 서랍장을 사지 않은 것도 잘했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지 않은 것도 잘했다. 미리 유서를 써 놓은 것도 잘했다. 또또는 형제들 중 누군가가 나에 대한 도리이려니 하고 돌봐줄 것이다.
눈길이 전화기에 닿았다. 기다렸으나 받지 못했던 수많은 전화들, 받기 싫었으나 어김없이 받게 되었던 전화들, 전화를 통해 들려왔던 대부분 슬프거나 마음이 상했던 소식들...
집을 나서려고 하자 또또가 또 나를 말간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가방을 둘러매고 말했다.
'빨리 갔다 올게!'
작가 소개
저자 : 조은
196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습니다.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외의 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묵시론적 통찰을 보여주면 등단하였습니다. 그 이후 세 권의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과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조용한 열정] 장편동화[햇볕 따뜻한 집], [동생], [다락방의 괴짜들]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최민식과 공동 작업한 포토 에세이집[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 사직동의 소담한 한옥에서 조요하지만 치열하게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한편,어린이들에게 폭넓은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따뜻한 동화 쓰기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목차
자서(自序)
갈림길 고뇌 강/화/도
물속 길, 물밖 길 제/부/도
내 몸이 깨어날 때 해/인/사
그날 우리가 여기 왔다면 삼/척
담을 넘는 힘 소/쇄/원
마음에 새겨지는 세월 봉/정/사
그 하늘 아래를 서성거렸다 청/령/포
시인의 나무 전/등/사
촛불과 여인들 국/사/당
식물의 안부 속/초
무인도를 꿈꾸며 상/주
낯선 곳에서 얻는 위안 인/천/차/이/나/타/운
가을, 서원 안/동
그 무지개 태/안
마당에서 어우러지다 장/호/원
숲에서 보내는 시간 한/계/령
발자국 위로 걷기 부/석/사
심연으로 가는 징검다리 거/제/도
돌을 품은 바위 변/산
노을을 향한 열정 무/의/도
일렁이는 그늘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