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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자
삶창(삶이보이는창) | 부모님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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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삶창시선 43권. 김해자 시집. 세상이 온통 새로운 것을 찾아 방황할 때에도 김해자의 두 발은 대지를 이리저리 탐색하며 자신의 몸에 전해 오는 '언더그라운드'의 세계를 기록했다. 거기는 비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지하'이지만 자신을 일으켜 세운 곳이다. '언더그라운드'의 세계는 시간을 분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해자는 '스무 해 전에 도망쳐' 온 '어진내'를 오늘에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스무 해 전'의 '어진내'와 오늘은 '푸른 작업복에 떨어지는 핏방울'로 연결되어 있다. 모두들 '변하지 않은 현실'을 개탄하지만 김해자 시인은 변화하고 있는 현실과 그 변화의 방향에 감각을 개방한다. 이 지점에서 김해자는 여타의 리얼리스트들과 구별되며 단독자적 자아를 정면에 내세우는 여타의 여성 시인들과도 명백하게 갈라선다.

김해자는 세계의 혁명을 꿈꾸는 동시에 존재의 혁명을 꿈꾼다. 그것을 위해 김해자는 죽은 나무에 물을 주기도 한다. 왜냐면 '살아 있다 믿고 물을 주는 한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자의 시는 이러한 무당의 기운이 밑받침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이 '네 누운 이곳에/네 목소리는 없구나/집에 가자 이제/집에 가자'고 말할 때, 그것은 정치적 분노를 넘어 선 신의 음성이 되는 것이다.

  출판사 리뷰

이 나라의 가난한 영혼이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김해자의 시가 있다고 보면 된다.
가난한 영혼을 향한 이 끝없는 사랑,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큰 사랑은… 죽을 만큼 천천히”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내용도 없는 새로움을 찾아 한국시가 망망대해로 탐험을 떠나서 배회하고 있을 때 말없이 대지와 사투를 벌이며 사는 이웃을 떠나지 않은 한 시인이 있다. 새로움을 향한 뱃전에 언어는 포말처럼 와 부딪쳤다. 그 배를 밀고 가는 노질이란 사실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장의 확신은 언제나 가도 가도 수평선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배는 대지를 잃었고 무사히 배를 댄 미지의 뭍에서 처음 경험한 타자들을 자신의 경험과 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누구도 배를 댄 뭍에 사는 주민들이 또 다른 그러나 자신의 과거와 많이 닮은 현실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금맥이 중요했다. 역사는 그 뒤 ‘새로움’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가들이 너도나도 외계어로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을 때, 대지를 경작하는 이웃들의 아픔을 시인은 노래로 불러 하늘로 날려 보냈다. 왜냐면 시인에게는 “비상은 노래,/부딪칠수록 내 날개는 악기가”(「거꾸로 나는 새」) 되기 때문이고 “부재가 노래를 완성”(「흐미」)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인 자신이 “세상에/노래하러 왔네 맞으러 왔네 대신 울어주러 왔네”(「버버리 곡꾼」)라고 자신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자리 꿰차는 순간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는 혁명보다 지금 여기 숨 쉬는 목숨 옆에”(「언더그라운드」) 눕기를 자청하는 자가 시인 아니었던가?
김해자의 시를 일러 ‘노동시’라고 하든 ‘정치시’라고 하든 ‘여성시’라고 하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시인의 영혼이 무당이 아니라면 노동시를 쓰든 여성시를 쓰든 그것은 거대한 허위일 수도 있다. 시인은 “맘껏 두드리시오 이 몸은 두들겨 맞은 고깃덩어리/살가죽으로 만든 북이오니”(「가이아 노래방」)가 외칠 수 있을 때만 다시 다른 지평에 설 수 있다. 시는 새로운 인식을 “뜻을 알 길 없”는(「버버리 곡꾼」) 노래로 바꿔 부르는 존재다. 그러기 위해서 “문턱을 넘고 싶은” “병”(「경계선 장애」)을 자처한다. 아니 자신을 엄습한 그 “병”을 피하지 않고 앓는다. 그것이 언어라는 몸을 입어 여성의 시간이 되건, 노동자의 삶이 되건, 아니면 “집도 절도 없는 붉은말똥게가” 되건 말이다.
김해자의 노동시와 정치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그는 노동시인이 아니다. 정치적인 시인도 아니다. 여성 시인도 아니다. 그는 떠돌이 노래꾼이며 그 노래는 시인 자신의 선험적 내면이 아니라 언제나 세계를 향하며 동시에 세계를 수렴해 자기 내면으로 삼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김해자의 언어는 김해자의 삶과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 “괴물”이다. 그래서 아래의 시와 같은 역설이 가능하며 그 역설은 (비평계에 한 때 유행한 말이었던) 전복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짐승이 돼버렸어
오, 장미 위에 파리 장미 밑에 구더기
우리의 군왕들은 이마를 조아리며 뿌리에 붙어살지
권력은 욕심이 없어 다 나눠 주지
다 가져 물도 땅도 전기도 기차도
민영화 민영화 너희가 다 가져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우리는 괴물이 돼버렸어
오, 장미 위에 파리 장미 밑에 금덩이
독재자의 금고는 장미 아래 묻혀 있지
오오, 신기해라 향기 대신 돈이 줄줄 새 나오네
보이지 않는 손은 위대해 칼 대신 깃털 달린 펜으로
날개를 달아주었네 시간은 돈,
속도를 멈출 수 없었네 오오, 놀라워라
기차는 철로를 벗어나 하늘로 날아갔네

우리는 짐승이 돼버렸네 오, 장미 위에 파리
거리에서 노래 부르던 스물두 살 루까스는 사라졌네
짐승이 되기 전 부서졌네 이 칸과 저 칸 사이
꽃잎처럼 납작하게 붙어버렸네
으깨진

  작가 소개

저자 : 김해자
시인. 1961년 전남 신안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못난 시인』(공저), 『집에 가자』, 산문집 『민중열전』,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민중구술자서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_4

제1부

니가 좋으면_12
지그시_13
남자보다 무거운 잠_14
지상에 의자 하나_16
이승_18
동파문자_20
가죽 가방_22
가이아노래방_24
아, 예 그렇군요_26
비대칭_28
하부구조_29
웅녀의 시간_30
종이거울_32
죽은 나무에 물 주기_34
합일_35

제2부

어진내에 두고 온 나_38
왼손_40
서서학동_41
경계선 장애_42
어머니의 교육법_44
시 안 쓰는 시인들_46
공밥_47
진분홍색_48
날선 울음_50
버버리 곡꾼_52
문고리_53
훈김_54
밀양아리랑_56
아마추어_57
취한 새_58
흐미_60

제3부

합장_64
피에타_66
가난한 사람들_67
사랑 시는 못 쓰고_68
아버지_70
나비의 짐_72
위엄에 대한 예의_74
거북손_75
이사_76
다음 내리실 역은_77
루까스의 장미_78
구럼비는 말이 없다_80
멸종_82
통계 수치_83
일하지 않는 자여, 맛있게 먹어라_84
회전식탁_87
꽃기린_89

제4부

받아쓰기_90
영혼의 집_92
산하_94
文字를 애도함_95
귀가 심장 옆에_96
언더그라운드_98
저를 통과하는 일_100
몰라서 가는 길_101
김동협_102
行人_104
이태민_106
거꾸로 나는 새_108
닻_109
숨은 빛_110
혹등고래의 노래_112
뜨거운 침묵_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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