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국 교실에 최적화된 교사용 토론 수업 안내서
한두 시간 맛보기부터 1년 분량(34차시)까지, 상세 수업안과 활동지 제공
만만치 않은 토론 수업, 이 책 한 권이면 끝! 웬만큼 수업 경력이 있는 교사들도 토론 수업을 할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한다.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교사 본인이 토론의 정신과 원리, 다양한 기법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엔 해당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수업안을 짜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다른 교사의 수업안이라도 구해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수업과 잡무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이 특정 수업에만 시간을 쏟기란 쉽지 않다.
참고 도서를 사 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토론 기법에만 치우쳐 정작 중요한 토론의 원리나 수업의 목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그 기법 또한 단순 나열식으로 실려 있을 뿐 교실에서 어떤 순서로 어떻게 토론하고 정리해야 하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결국 좌절한 교사는 토론 수업을 다음으로 미룬다. 아니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하거나.
이 책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한 맞춤형 지도서라고 할 수 있다. 현직 교사이자 토론 수업 전문가로서 대구·경북·경남·제주·강원 교육청에서 토론 수업 연수 강의를 해온 저자가 자신의 오랜 노하우를 ‘이론 편’과 ‘수업 편’으로 나누어 전수한다. ‘이론 편’에서는 토론 수업에서 가르쳐야 하는 원리와 정신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수업 편’에서는 실제 수업에서 곧바로 활용 가능한 30여 개의 수업안과 활동지를 상세한 설명과 함께 제공한다. 모든 수업을 50분 안에 끝마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시간 배분을 해 놓았고, 모둠 토론의 경우엔 자리 배치와 사회자의 대본까지 수록하여 누구나 쉽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책에 실린 수업안들은 정규 수업,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 등에서 폭넓게 응용 가능하다. 수업 시수도 한두 번에서 한 학기(17차시) 또는 1년(34차시)까지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막 토론 수업을 시작해 보려는 교사에서부터 자신의 토론 수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은 교사, 자신의 수업 과정에 토론 활동을 접목해 보고 싶은 교사까지, 전국의 모든 초·중등 교사들이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토론 수업 워크북이다.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다! ‘토론’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번득이는 조명 아래에 앉아 누군가와 말다툼하는 모습, 귀를 틀어막고 서로 자신의 주장만 외치는 모습 등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론을 ‘상대방을 물리치고 내 의견을 관철하는 합법적인 말싸움’ 정도로 생각한다. 교사건 학생이건 이 점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런 인식 아래서 진행되는 토론 수업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했으므로 잘못된 결과만이 남는다.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현란한 말발과 기술로 상대방을 꺾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우선 토론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바탕원리와 정신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토론의 목적은 설득이 아니라 검증이다흔히들 토론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토론을 통해 누군가를 설득해 본 사람은 별로 없으며 그런 장면을 목격하기도 어렵다. 얼핏 생각하면 ‘토론 무용론’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글쓴이에 따르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토론의 목적은 ‘설득’이 아니라 ‘검증’이기 때문이다. 설득은 토론의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진행되었을 때의)결과일 뿐이다.
대선 후보들이 TV에 나와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토론하는가? 그들은 서로의 주장을 검증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그 결과를 심판받는다. 변호사와 검사가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법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는가? 그들은 서로의 주장과 근거를 검증할 뿐, 최종 판결은 판사나 배심원의 몫이다. 토론의 목적을 설득에 두면 토론자들은 상대를 제압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기 쉽다. 중요한 건 토론을 ‘최선의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면밀히 따져 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쓴이는 모든 토론의 바탕이 되는 여섯 개의 원리를 제시한다.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다(논리의 개별성), 모든 생각엔 일리가 있다(논리의 자기 완결성), 어떤 생각도 절대적인 참은 아니다(논리의 상대성), 공유하는 상위 가치가 반드시 있다(논리의 공유성), 생각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논리의 창조성), 논리로 논리를 넘어선다(논리의 초월성)……. 책에 실린 수업안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이 원리들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다는 게 글쓴이의 믿음이다.
역지사지와 표현의 자유를 배운다 : 토론의 기본 정신토론 실습을 할 때는 해당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 의견과 무관하게 임의로 입장을 정해 주는 게 좋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토론 수업에서 꼭 가르쳐야 하는 정신들 중 하나인 ‘역지사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학생들이 매우 난감해하지만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한다. 자신의 실제 생각과 반대편에 서서 입론과 반론을 준비하다 보면 예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상대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토론의 전제이자 기본 정신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도 배우게 된다. 책 속에는 이런 색다른 경험에 대한 학생들의 생생한 소감이 실려 있다.
이 외에도 글쓴이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토론의 원리와 정신을 보여준다. 독일에선 종교 지도자, 대학교수, 시민단체, 노조, 재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TV로 생중계된 11시간의 토론 끝에 2022년까지 원전을 전부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원전 폐기를 놓고 벌인 40년간의 줄다리기를 끝낸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버스 정류장의 표지판 방향 차이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론의 원리는 무엇일까? 둔한 사람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는 다산 선생의 가르침엔 어떤 정신이 담겨 있을까?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일상 속에 토론 원리와 정신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그것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금세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여건에 따라 골라 쓰는 모듈식 수업안 토론 수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학교마다, 교사마다 제각기 다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 학기 동안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겨우 3~4차시 안에 토론의 원리부터 실습까지를 전부 끝내야 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혹은 동아리에서 토론의 기초만 간략히 가르쳐야 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한 학기 수업과 3차시 수업, 또는 정규 수업과 동아리 수업 내용이 같을 수는 없다. 글쓴이는 주어진 조건에 맞춰 탄력적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module)’ 방식의 수업을 제시한다. 3차시, 5차시, 8차시, 17차시, 34차시 등 서로 다른 시수에 따라 적절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내용과 순서를 구성해 놓은 것이다. 교사들은 본인의 상황에 맞는 시수를 선택해서 그대로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원탁 토론’이나 ‘교차조사 토론(ceda)’같이 유명한 방식들뿐 아니라 ‘나는 입학사정관’ ‘두 마음 토론’ ‘모서리 토론’ ‘배구 토론’처럼 흥미로운 제목의 수업들도 많다. 책 옆면에는 도감 스타일의 색인을 달았다. 이전 차시와 다음 차시가 몇 페이지인지를 굳이 목차를 보지 않고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각 수업에 필요한 활동지도 함께 제공한다. 수업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 적기만 하는 활동지가 아니라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하면서 자기가 깨달은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수업들이 활동지 중심으로 짜여 있으므로 별다른 준비 없이 활동지만 출력해서 나눠 줘도 곧바로 수업이 가능하다. 뜨인돌출판사 홈페이지(www.ddstone.com)에서도 책에 수록된 것과 동일한 활동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