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친구의 등을 두드리는 손처럼 삶의 온도를 담은 식물 드로잉,
현실에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언어의 고백,
화가 백은영의 식물 드로잉 산문집!누구나 마음을 쏟는 ‘대상’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백은영은 ‘식물’에 마음을 쏟는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익숙한 것에 둘러싸여 궁금한 것이 없어서 마음이 어려울 때였다. 바로 그때 ‘식물’이 다가왔다. 작가는 좋아하는 식물들을 ‘수집’하고 ‘그리며’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나만의 정원에서 작가는 홀로 상상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공간. 그곳에서의 쉼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식물 드로잉 산문집 『다가오는 식물』은 나만의 정원을 돌보고 가꾸는 작가의 작은 몸짓을 담았다.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쏟아지는 비,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식물에게 좋은 것은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을, 식물이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갈 때 사람 곁에 가장 오래 머문다는 것을 알게 된 삶의 고백이기도 하다. 슬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는 손처럼 삶의 온도가 고스란히 담긴 ‘식물 드로잉’이 참 아름답다.
‘마음을 쏟는 대상을 수집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지, 그 기억이 내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지가 중요하다.’하루키의 말이다. 누구나 마음을 쏟는 대상이 있다. 평생에 걸쳐, 혹은 한시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백은영이 요즘 마음을 쏟는 대상은 ‘식물’이다. 그 시작은 ‘무엇을 그릴까’였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익숙한 것에 둘러싸여 더이상 궁금한 것이 없을 때였다. 글을 쓰는 손, 책장을 넘기는 손,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있는 손, 슬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는 손, 서툴게 무언가를 만드는 손, 이름 모를 풀을 그리는 손…… 손으로 느끼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래서 화가로 살기로 결심했는데, 하고 싶은 말과 표현하고 싶은 것이 사라져 불안한 시간이었다. 그때 ‘식물’이 다가왔다.
“식물의 이름을 불러요. 물을 주고 꽃잎을 어루만지며 이름을 불러요. 그럼 식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식물 전문가가 아닌 작가가 식물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꽃과 나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식물의 이름을 호명하며 마음속에 선명히 머물다 간 꽃과 나무를 기억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식물과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잎과 줄기, 꽃을 그렸다. 그렇게 호젓한 길을 산책하듯 좋아하는 식물들을 수집하고 그리며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식물에게 좋은 것은 사람에게도 좋다는 걸.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쏟아지는 비,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식물이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갈 때 사람 곁에 가장 오래 머문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기준과 방식에 자신을 맞춰가며 잃었던 마음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 그것은 바로 식물과의 만남이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 내 마음을 빼앗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로 둘러싸인 곳.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지는 곳. 그 속에서 우리는 홀로 조용히 상상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묻고 답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공간. 그곳에서의 쉼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화가 백은영은 식물을 그린다. 그에게 식물을 그리는 건 나만의 정원을 돌보고 가꾸는 작은 몸짓이다. 나로 살아가는 법이자 나답게 살아가는 법이다.
나는 어떤 식물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아름다운 것을 사면 머지않아 죽어갔고, 시간이 지나 그 사실을 잊고 또다른 식물을 샀다. 그래도 식물을 곁에 두고 싶은 건 서툴지만 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은지, 무엇을 하면 슬퍼지는지 관심을 갖고 매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때쯤이면 나도 어떤 식물과 특별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손, 머리를 쓰다듬는 손, 어깨에 묻은 작은 먼지를 떼어주는 손, 책장을 넘기는 손,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있는 손, 슬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는 손, 서툴게 무언가를 만드는 손, 이름 모를 풀을 그리는 손. 손으로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홀로 존재감을 풍기는 꽃, 화려하지 않지만 어떤 것과 함께해도 어울리는 꽃, 기분 좋은 향기를 가진 꽃, 향기는 없지만 고운 빛깔의 꽃, 활짝 피어 있는 꽃,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함께하는 건 서로 다른 색, 모양, 향기, 시간이 어우러져 하나의 꽃다발을 완성하는 것.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해서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일.
친구들이 “어떤 사람이 좋아?”라고 물을 때마다 “소년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아이처럼 신나서 말하고, 그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 그런데 오늘 누군가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걸 말할 때 당신 눈이 반짝거려요.”
스치듯 지나가다 마주치는 식물들을 우리는 무심히 지나친다.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은, 때로는 죽어 있는 듯한 식물들을 볼 때마다 이름이 있는지, 혹여 이름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용히 존재하는 식물들. 그들의 모습에서 기묘한 생명력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제목처럼, 우리가 느리다고 알고 있는 거북이도 사실 빨리 헤엄치듯이 산책하며 우연히 발견하는 야생식물에게서 평범함과 더불어 비범함과 특별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