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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북폴리오 | 부모님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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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퇴사를 결심하고 우연히 북아일랜드의 장애인공동체 캠프힐의 자원봉사자 '코워커'로 일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그곳에서 장애,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문화, 사고방식 심지어 날씨와 식습관까지 완전히 뒤바뀐 채 느리고 서툴지만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배우며 인생의 소중함을 경험한다.

캠프힐은 일일이 사람 손이 필요하며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부르는 것이 일상인 곳이었지만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느긋한 시골 생활, 식빵을 직접 굽고, 샐러드에 들어갈 양상추와 샐러리를 재배하며 소와 양들을 초원에 풀어놓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그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허겁지겁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삶. 직장과 학업, 심지어 결혼마저도 뒤처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삶.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이 마을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몬그랜지 커뮤니티의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 비교와 경쟁이 제거된 환경 속에서 저자는 훼손된 독립성을 회복해 갔다. 느슨한 일상이란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지 시간적 여유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출판사 리뷰

“느리지만 성실하게, 서툴지만 무리하지 말고”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출근길 지옥철과 야근, 다달이 빠져나가는 카드 값,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일상의 불만을 마음 한 구석에 품은 채 우리는 늘 엉거주춤한 자세로 퇴사와 이직을 고민한다. 저마다 다른 인생 시간표를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성공을 항해 내달리는 동안 자신이 가장 원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다시 ‘어제의 나’를 반복하는 것이다.
북폴리오 신간《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의 저자는 간절히 원했지만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예전 꿈들을 떠올리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정보를 찾던 중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Camphill에 대해 알게 되고 그곳에서 1년 간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캠프힐은 ‘요즘 같은 세상에’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일이 사람 손이 필요하며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부르는 것이 일상인 곳이었다.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느긋한 시골 생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줄 유기농 식단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문화, 사고방식 심지어 날씨와 식습관까지 완전히 뒤바뀐 채 저자는 느리고 서툴지만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배우며 인생의 소중함도 경험한다.
무언가를 꾸역꾸역 채워 넣는 대신 그동안 고여 있었던 편협함을 쉼 없이 흘려보내고 캠프힐에서 돌아온 후 지난 2년 간 저자는 매거진 에디터로, ‘여행책방 일단 멈춤’의 운영자로 지내오면서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을 자책하거나 초초해하지 않게 되었다. 그 시간은 실패와 도전의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의 일과 즐거움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으며 여전히 어제와 이별하는 시간을 갖으며 ‘오늘의 나’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스물일곱 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스물아홉이라면 지금보다 더 몸을 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정류장에 들러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고 싶었던 저자는 어느 날 퇴사를 결심하고 들른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자신의 앞길을 인도할 빛줄기를 발견한다. 인지학Anthroposophy을 기반으로 설립된 장애인공동체 캠프힐. 그곳의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자원봉사자인 코워커에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실패와 거절로 점철된 멍든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지금과는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미묘한 긴장감으로 캠프힐의 문을 두드렸다.
낮선 땅에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화답하듯이 북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잿빛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몬그랜지로 향하는 픽업 차량 안에서 하우스패런츠 조가 건낸 한마디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스스로 일구는 삶은 멋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이 마을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몬그랜지 커뮤니티의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는 캠프힐에 오기 직전까지 채식을 했던 저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선 식빵을 직접 굽고, 샐러드에 들어갈 양상추와 샐러리를 재배하며, 소와 양들을 초원에 풀어놓고 키운다.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며 수확한 감자와 오이, 파, 토마토, 각종 허브가 담긴 채소 상자는 손수레에 실려 집집마다 주기적으로 배달된다.
도시의 속도에 떠밀려 엉거주춤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지난 생활에 비하면, 먹는 것을 스스로 일구는 몬그랜지의 삶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가볍고 경쾌했다. 식물보다 낮은 자세로 허리를 굽혀본 일이 거의 없었던 저자가 이곳에서 좀처럼 쓸 일 없는 근육을 사용한 바람에 온몸은 늘 천근만근이었지만, 몬그랜지의 일상은 자연의 리듬을 하나씩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느린 손으로 그릇의 물기를 닦아내듯, 마른빨래를 다림질하고 개는 동안 몬그랜지의 빌리저들은 생활 감각을 유지했다. 일상의 작은 부분일지언정 스스로 그것을 가꾸는 것과 제공받는 것의 차이는 컸다. 이는 자존감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자신의 쓸모를 경험하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자랑스러워하게 되는 게 아닐까.


잠시 쉬어가는 법을 배우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달팽이가 실은 최선을 다해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몬그랜지의 생활은 분명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정해진 일과 동안 필요한 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마치 게으름을 피우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건 초과 노동의 경험에서 기인한 부작용이었음을 저자는 뒤늦게 깨달았다. 느슨한 일상이란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지 시간적 여유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건강하게 노동한다. 그것은 밤을 꼬박 새우거나 주말을 상납하면서까지 서로를 착취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그 대신 몬그랜지에선 매일의 성실함을 요했다. 계절 내내 밭을 갈고 수확한 것으로 한 끼 식사를 마련했다. 매일 한 가닥씩 베틀을 짜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카펫이 완성되듯 저자는 몬그랜지에서 1년을 살아냈다. 그토록 꿈꿔 왔던 낭만적인 슬로 라이프였다. 더 이상 허겁지겁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삶. 직장과 학업, 심지어 결혼마저도 뒤처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삶. 적어도 몬그랜지는 그런 기대를 얼마간 충족해 주었다. 비교와 경쟁이 제거된 환경 속에서 저자는 훼손된 독립성을 회복해 갔다. 필요한 타이밍에 숨을 고르고, 잠시 쉬어 가는 법을 배웠다.

낯설고 색다른 환경은 사고의 전환과 흥분, 해방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는 동시에 딱 그만큼의 두려움이 매일 밤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다름에서 비롯된 차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에 나는 이미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 있는 사람이었다. 매순간 부딪쳤고, 아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미세한 변화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보다 만족스러운 나로 변모해 있을 것이라 기대할 뿐이었다.
프롤로그

캠프힐에서는 장애인을 빌리저villager 또는 레지던트resident라고 부른다. 의미 그대로 마을의 주민인 것이다. 토마스, 헬렌, 안나, 크리스틴. 카인은 한 사람씩 이름을 짚어가며 각자의 성격과 특징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들과 한 팀을 이루기 전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내용들이었다. 가족 관계라든가 나이, 참여하는 워크숍. 그리고 이들이 지닌 개별적인 장애에 관해서. 의학 용어에 미숙한 나를 위해 카인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단어를 발음하고 설명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또한 반복해서 확인했다.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이 절차는 두툼한 서류 뭉치에 모두 꼼꼼히 기록됐다. 자리를 비운 빌리저들과 곧장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다. 카인이 들려준 간략한 묘사에 기대어 그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그럴수록 실체는 더욱 의뭉스러웠다. 마치 구술로 전해 내려오는 설화 속 주인공들처럼 점점 흐릿한 안개 속에 숨어들었다. 애꿎은 상상력은 접어둔 채 아직 만나본 적 없는 이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불러보았다. 마음이 벌써부터 애틋해졌다.
Episode 3.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바지런히 바닥을 쓸고 옷깃을 다리다가도 티타임이 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물을 끓였다. 오븐에 넣어둔 브라우니와 썰다 만 오이를 내버려둔 채 테이블 앞에 모여드는 것이다. 안쪽 가장자리가 검붉게 물든 투박한 머그잔에 홍차 티백을 우리고, 취향껏 우유를 부었다. 한쪽에선 달콤한 쿠키 상자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 우리는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잠시 세워두었다.
30분간의 티타임을 즐기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폴폴 김이 오르는 잔을 앞에 두고 피로를 털어내는 사람, 바깥의 벤치에 누워 식물처럼 볕을 쬐는 사람, 지난밤의 작은 사건 사고를 조간신문처럼 종알종알 전하는 사람. 찻물이 서서히 식는 동안 우리 모두 ‘작지만 확실한’ 휴식을 누렸다.
‘찻잎을 우리는 동안’

  작가 소개

저자 : 송은정
1986년생. 서울의 낡은 골목에서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고, 지금은 매일 안방 옆 ‘집업실’ 책상으로 출퇴근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짓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글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다. 영화 <런치박스>의 대사처럼 때로는 잘못된 기차가 우리를 바른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보다는 성실하게. 매일, 매일의 힘을 믿는다.

  목차

프롤로그

PART 1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말고
Episode 1. 재취업의 뫼비우스 띠
Episode 2.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Episode 3.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Episode 4. 각자의 인사 방식
Episode 5. 낯선 섬 나의 보금자리

꽃을 어루만지는 동안
Episode 6. 이제 겨우 아침이라니
Episode 7.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의 시작
Episode 8. 내겐 너무나 넓고 복잡한 마을
Episode 9. 어쨌거나 행복한 사람
Episode 10. 먼 곳에서 만난 제주

찻잎을 우리는 동안
Episode 11. 비효율의 세계에 적응하는 법
Episode 12.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Episode 13.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계절


PART 2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Episode 14. 북동쪽 끝으로 향한 여행
Episode 15. 모두가 빠짐없이 즐거운 밤
Episode 16. 아무래도 할 수 없었던 말

괜찮으냐고 내게 당신이 물었다
Episode 17. 낭만적인 슬로 라이프의 부작용
Episode 18. 정상 궤도를 이탈하기
Episode 19. 나는 말하고, 그녀는 쓴다
Episode 20. 우리 각자의 평화로운 밤
Episode 21.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작고 좁은 방에 관한 이야기
Episode 22. 31일 동안의 크리스마스
Episode 23. 고요한 밤, 소란한 밤
Episode 24.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따뜻한 감옥


PART 3 나는 장거리 주자입니다
Episode 25. 파리로 떠난 음악 여행
Episode 26. 어느 일요일 오후의 앙갚음

아침 동안의 게으름
Episode 27. 달라서 아름다운 사람들
Episode 28. 시간이 내게 선물한 것
Episode 29. 시계 없는 삶
Episode 30. 빛나는 무대를 갖추기 위한 조건
Episode 31. 다정한 것들이 그립다

우리의 부엌
Episode 32. 화려했던 마지막 일주일
Episode 33. 이별 없는 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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