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음악미학의 주제들로
음악이 우리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존 파웰의 신작출간 후 지금까지 독자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의 저자 존 파웰이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전작이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풀어쓴 글이었다면, 이 책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서는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느끼는 의미, 감정, 취향, 음악에 대한 반응, 음악성… 등이 핵심이다. 전작은 음향학의 주제들, 이번 책은 음악미학의 주제들을 다루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책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서 저자는 “음악이 왜 우리에게 그토록 심오한 영향을 미칠까?”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진 심리학적 연구와 사회학적 연구를 파고든다. 음악 심리학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고, 음악이 어떻게 아기가 엄마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고, 어떻게 와인의 맛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지, 마트에서 느린 음악이 나오면 왜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지를 밝힌다.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며 음악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음악의 즐거움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음악에 관한 한 우리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은 우리 주변 도처에, 우리가 인식하든 못 하든, 자의적으로 또는 배경음악으로 존재한다. 음악은 우리의 감정과 지성은 물론 신체적 삶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음악은 우리가 일하고 휴식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방식에 깊이 관여한다. 음악은 우리를 웃거나 울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과 유대감을 맺도록 돕고, 병에서 회복되도록 돕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노래들은 그저 삶의 배경에 깔리는 사운드트랙만이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듣는 음악만으로 우리의 성격과 성장 배경과 심지어 나이가 얼마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음악의 쓰임새를 과학적 실험의 증거들을 들어 설명이 책이 일반적인 음악이론서들과 다른 점은 저자가 음악의 감정 표현이나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자, 수많은 사례들을 분석해서 여러 질문들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조가 행복을 불러오고 단조가 슬픔을 일으킨다는 단순한 인식에서부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까지, 음악이 감정에 미치는 여러 원인들을 살펴본다.
14장에서 특히 저자는 연주가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몇 가지 실험결과들로 설명한다. 악보대로 연주하든 즉흥적으로 연주하든 연주가는 음악의 정서적 효과를 최대로 살리고자 여러 가지 기법들을 활용한다. 그들은 다양한 해석으로, 강조로, 타이밍으로, 연주법으로, 세기로, 음색으로, 때로는 실수조차 활용해서 우리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어찌 보면 수백 년 전에 그저 종이 위에 그려진 악보였을 뿐인 것에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는 것은 연주가들인 셈이다.
이렇듯 음악연주에 감정을 싣는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며 저자는 거장의 연주와 무덤덤한 컴퓨터 연주의 차이가 무엇인지, 사람이 어떤 소리를 더 가슴에 와 닿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치를 설명한다. 음악의 감정 표현,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려 한 좋은 시도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음악을 옆에 끼고 사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하나는 음악이 뇌에 적절한 자극을 제공하고 아울러 즐거움도 선사하는 멋진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에는 물론 뇌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들이 있다. 예컨대 강력한 감정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유쾌한 음악을 들으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서 긍정적으로 기분이 바뀐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음악을 감정으로 바꿀까?
우리의 뇌는 과도한 자극도 부족한 자극도 좋아하지 않는다. 상황이 복잡할 때는 조용한 음악을 선호하게 되고, 삶이 지루할 때면 자극적인 음악이 뇌를 간질인다. 우리는 종종 신체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음악을 사용하고, 기분 전환용으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상황의 의미를 강조하려고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 결혼식이나 서양의 장례식에서 그 용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음악의 또 다른 흔한 용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듣는 음악이 있다. 이렇듯 저자는 실험심리학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음악의 다양한 쓰임새를 과학적 실험의 증거들로 설명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여러분이 다양한 질병을 이겨내고,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쉬도록 돕고, 과제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고, 그리움에서 기쁨에 이르는 감정들로 여러분 삶을 채워준다. 그러니 음악을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 사랑하는 음악을 잘 활용하여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즐거이 해야 할 숙제가 아니겠는가.
[미디어 소개]☞ 동아일보 2018년 2월 10일자 기사 바로가기☞ 매일경제신문 2018년 2월 9일자 기사 바로가기☞ 연합뉴스 2018년 2월 9일자 기사 바로가기☞ 문화일보 2018년 2월 9일자 기사 바로가기☞ 서울신문 2018년 2월 10일자 기사 바로가기음악을 장르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성격과 음악 취향의 관계가 순전히 음악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적으로 음악만을 고려해서 선택한다면, 여러분의 취향은 특정한 소리 유형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각각의 음악 장르는 다양한 소리를 포괄한다. 심지어 하나의 음반에도 다양한 음악적 소리가 들어간다. 내가 열일곱 살 때 헤비한 록을 좋아하는 친구들 모두는 레드 제플린의 4집(‘Stairway to Heaven’이 수록된 음반)을 헤비한 록의 진수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여덟 곡 가운데 헤비한 록은 실제로 네 곡뿐이다.
가사는 노래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하는 구절을 그저 추가하는 것으로도 음악에 성적 매력이나 슬픔을 불어넣을 수 있다. 목소리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감정은 보컬의 억양만으로도 전달될 수 있고, 우리는 모르는 언어로 된 노랫말에도 감동받을 수 있다. (시규어 로스의 팬들이 아이슬란드어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심지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꾸며낸 언어로도 노래에 감정을 담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사운드트랙에 나오는 엔야의 아름다운 노래 ‘Aniron’은 요정들이 사용하는 ‘신다린’이라는 언어로 불린다.
(가사 없는) 음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에는 무용지물이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자극할 수는 있다. 우선 감정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자. 감정은 기분과 다르다. 우리는 항상 이런저런 기분을 느끼지만, 항상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상대적으로 짧고 강렬하며, 피부 온도 변화와 같은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을 동반할 때가 많다. 정서적 반응이 음악과 관련되면 음악과 동시에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음악이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