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눈을 뜨니 기억이 텅 비었다. 낯설고 요사한 것들이 가득한 이곳은 만물수리점. 그런데 여기 좀 이상해. 그리고 나도 좀 이상해. "어서 오세요, '동천 만물수리점'입니다. 아마도, 내가 사장인 것 같네요." 초등학교 근처 천변 상가에는 이상한 만물수리점이 있다. 무당이 굉장한 미인과 함께 산다는 소문도, 밤이면 도깨비가 나온다는 소문도 돌지만 겉보기에는 평범한 수리점. 하지만 만물(萬物), 그러니까 ‘무엇이든’ 고칠 수 있다는 그런 수리점. 오늘도 이곳에는 '무엇인가'가 찾아온다.
출판사 리뷰
독자 수 50만 명, 덧글 수 1만 여 개
한국 전통 요괴 판타지 『동천 만물수리점 시즌1』, 드디어 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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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해 주시던 이야기 같은 한국적 판타지(현**)”, “예쁘면서도 가슴이 찡한 인연들에 한동안은 마음이 물들어 있을 것 같다(박**)”, “어쩜 이렇게 좋은 이야기꾼이 있었는지. 장마철의 꿉꿉한 일상마저 상상의 꽃망울로 즐겁다(꼬*)”, “참 독특하고 좋은, 한국형 전통 판타지. 우리나라 정겨운 도깨비가 많아 더욱 좋다(N****)”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재 소설이 드디어 출간!
현대에 스며든 한국 전통 요괴 이야기
고장 난 물건은 무엇이든 수리한다는 ‘동천 만물수리점’에는 늘 다양한 물건이 맡겨진다. 때때로―아니, 꽤 자주 ‘괴이’들이 깃든 물건까지도. 『동천 만물수리점』은 수리점의 주인인 해명이 그들에 얽힌 사연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한 한국 판타지 소설로, 작가가 직접 창작한 「아란 어미 설화」라는 커다란 틀에 『용재총화』, 『어우야담』, 『문선야승』 등 과거 문헌에 등장하는 ‘괴이’들의 이야기를 현대적 배경에 맞게 어우러냈다.
현실에 더해진 두 스푼의 환상!
한국의 토종 요괴라 하면 구미호나 처녀귀신을 떠올리기 십상이고, 그나마도 하얀 소복 또는 무덤 등 옛것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동천 만물수리점』은 현대를 배경으로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한다는 소재에 민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귀신, 요괴를 더해 자칫 낡아 보일 수 있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놀랍도록 정교한 오리지널 세계관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아란 어미 설화」는 작가가 창작한 오리지널 설정으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하면서도 친숙한 세계관이 구현되었다. 더욱이 색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그 세계관을 뛰놀며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니, 책을 손에 든 누구라도 이들의 여정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일어나! 일어나! 명이 왔어! 다 일어나!”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다고 믿는 내 상식과 이성에 맹세코, 그것은 열 살 남짓의 소년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쓰레기장에서는 돈 주고도 못 볼 기현상이 일어났다. 쓰레기들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듯, 의자가 뒤뚱뒤뚱 기울어지며 다가오고 세발자전거가 혼자서 도로록 구르고 농구공이 통통 튀어 오르거나 컴퓨터 모니터에 번쩍 불이 들어왔다.
거기에서 그쳤다면 이것은 단지 귀신 쫓아다닌다는 케이블 방송이나 심령사진 같은 걸 싣는 잡지책 수준의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뒤뚱뒤뚱 다가오던 의자는 어느새 등받이가 쑥 자라고 다리가 길어지더니 점잖게 빼입은 중년의 신사로, 세발자전거는 빙글빙글 돌더니 멜빵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대여섯 살 난 소년으로 변하고, 통 하고 튀어 올라갈 때 농구공이었던 게 내려올 때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귀여운 소녀로 변해서 소리도 경쾌하게 착지했다.
쓰레기들이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
나이도 성별도 차림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웃는 얼굴로 보며 인사를 건넸다. 그들 사이를 뛰어다니던 삽살개가 마지막으로 변신했다.
갈색과 황색이 뒤섞인 머리를 산발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되어 달려오더니 팔짝 뛰어 내 허리에 매달렸다. 외견상 30킬로그램은 되어 보이지만 매달렸을 때 느낀 무게는 5킬로그램 정도.
“명! 명! 보고 싶었어! 왜 이렇게 오래 잤어! 응?”
삽살개였던 소년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투정을 부렸다. 본능적인 사랑스러움이 개털 냄새와 함께 풍겼다.
이쯤에서 아까의 정리를 정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혼자지만 살 곳은 있고, 왠지 힘이 센데 아래층에 쓰레기를 모으고, 환각 증상을 보이는 20대 중반의 남자다.
내가 키우는 것이 개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검색에 걸린 상호는 본문이 아니라 댓글에 있었다. 글을 읽고 누군가 말도 안 된다며 댓글을 달자 거기에 마니마니가 답댓글을 단 것이었다.
「조작 아님. 친구가 핸펀 걸고 맹세함. 동천마을 상가에서 좀 떨어진 길가에 있는데 가 보면 귀신같은 여자가 나옴. 가게 이름이 동천 만물수리점이라고 하는데 나도 가 봤음. 근데 친구 아버지가 만난 사람은 남자라던데 그 남자는 밤에만 나온다는 소문이 있음. 명함도 받았다는데 명함에 적힌 이름은 김해명이라고 남자 이름 맞는 거 같음. 진심 광주 오면 직접 안내해 줌.」
뭐지?
이 글이 사실이라면 나는 귀신 붙은 요강의 속병을 치료해 준 건가? 내 가게는 수리점이 아니라 무슨 귀신 붙은 물건 맡기는 곳이었어? 그런데 문제는 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딱 잘라 부정할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럴 수밖에. 내 눈으로 물건이나 개가 사람으로 변하는 광경을 보고, 조금 전에는 어두운 창고 안에서 웬 여자가 춤추다 사라진 것까지 목격한 마당이다.
내게 최악의 상황이라면 ‘환각을 보는 기억상실 햇빛공포증 독신남’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귀신을 보는 기억상실 햇빛공포증 독신남’이란 선택지가 생기자 둘 중 어느 쪽이 더 암울한지 헷갈렸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정보는 그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의문들 사이를 묘하게 연결했다. 아까 경험한 환각도, 평범치 않은 생활 방식이나 환경도 대충 이해가 된다. 기억상실이나 바깥으로 나가기 두려워했던 것도 흔히 ‘신병(神病)’으로 불리는 제약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고.
이렇게 5분 전까지만 해도 만물수리공이다가 검색 한 번에 무당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정보화 시대의 폐해인가, 수혜인가.
작가 소개
저자 : 마니
동천마을에 사는 하급 신령 중 하나. 골방에서 신기 인터내로 인간세상을 구경하며 하루를 보낸다. 놀다 지치면 글밭에서 오타 벌레를 잡기도 한다.
목차
프롤로그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피소드1 물레
에피소드2 가장 가까운 남
에피소드3 에메랄드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