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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보이는 창 2018.봄
114ȣ
삶창(삶이보이는창) | 부모님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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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삶이 보이는 창」 2018년 봄호. 이번 호에는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의 중요한 에세이 한 편을 실었다. 2017년 가을 제주에서 있었던 '전국 문학인 제주 포럼'의 기조강연 원고인데, 시인이 일본으로 돌아가 개고한 것이다. 이 글에서 시인은 일본 근대시와 역사적 사건의 관계를 짚으면서 시가 갖는 보편성과 깊은 윤리성 그리고 정치성을 말하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 시는 예술성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판사 리뷰

《삶이 보이는 창》 114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에는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의 중요한 에세이 한 편을 실었다. 2017년 가을 제주에서 있었던 ‘전국 문학인 제주 포럼’의 기조강연 원고인데, 시인이 일본으로 돌아가 개고한 것이다. 이 글에서 시인은 일본 근대시와 역사적 사건의 관계를 짚으면서 시가 갖는 보편성과 깊은 윤리성 그리고 정치성을 말하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 시는 예술성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시의 오래 된 감상주의와 그로 인한 유아적인 낭만주의로 인한 추문이 끊이질 않는 현 단계에서 매우 유의미한 글이 될 것이다.
또 이번 호부터 문학 부분을 증면해 소설과 문학평론을 계속 실을 예정이다. 소설은 2018년 조영관 창작 기금 수혜작을 입수했다. 아직 미숙한 점은 있어도 젊은 리얼리스트의 탄생은 본지가 기다리던 바이기도 하다. 문학평론도 기존 문예지의 주제 청탁 관행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문학평론을 실을 것이다. 이를 통해 문학비평의 자율성과 비평 정신의 재활성화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시도 기존 2인에서 4인으로 늘렸다. 권선희, 박소란, 박찬세, 안상학 시인이 참여했다. 앞으로도 젊고 패기 넘치는 작품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성에 의해 벌써(?) 세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이 보이지만 간단치 않은 질문을 던진 암호화폐에 대한 강민혁의 글도 신선하다. 필자는 현재 금융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현장 감각과 만만치 않은 공부를 바탕으로 해 암호화폐가 대안 화폐처럼 이야기되는 현실에 일침을 놓고 있다. 즉, 화폐와 권력 간의 관계를 통해 그 허구성을 논파하며 암호화폐가 도리어 “자본 혁신에 기여할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물었던 공론화위원회의 허구는 채효정의 글이 세세히 짚었다.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과정은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라 도리어 반민주적인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공론화위원회의 실제 운영 과정을 통해 파헤쳤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을 동원한 “민주주의의 모델하우스”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잘 꾸며놓았든, 모델하우스에서는 진짜 삶을 살 수 없듯이, 민주주의 극장에서도 진짜 민주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에 의하면, 결정적으로 “핵발전 기술은 그 자체로서 민주주의에 반(反)한다. 왜냐하면 핵발전소에는 고도의 전문적 기술과 자본의 집적, 국가적 통제가 결합되어야 하고 에너지의 이런 통제와 분배 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개입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필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지고 있다. “물과 불과 땅은 누구의 것인가?”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의 ‘미투 운동’에 대한 의의와 오창은 교수의 영화《1987》에 대한 짧은 비평도 이번 호의 읽을거리이다.

머리말

김수영은 「절망」이라는 시에서 “풍경이 풍경을”, “곰팡이 곰팡을”, “여름이 여름을”,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온다고 했다. 새로움은 동일성 안에서는 탄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어도 그리 모자란 해석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딴 데에서” “예기치 않”게 바람이 불어올 때 그것을 맞는 자세와 태도일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우리는 ‘다른’ 윤리와 ‘다른’ 시간을 말하게 된다.
지난겨울은 혹독했지만 봄바람은 그걸 잊으라는 듯 어느새 나뭇가지를 흔들며 새잎을 깨우는 것만 같다. 이제 봄이라는 언어에는 약간의 비관이 뒤섞여 있다. 어느 쪽이든 이제 봄에 대해서 다른 서정이 필요하단 뜻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은 이제 고어가 되었다. 봄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현실일 뿐이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 특히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물, 불, 흙, 공기를 만물의 근원이라 했지만 그 근원이 깨진 지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우리는 근원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의 환희나 기쁨도 알고 보니 거대한 폭력을 바탕으로 했거나, 시의 언어라는 것도 돌이켜보니 지극한 허위에 휩싸여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도 올해 봄소식과 함께였다. 이런 상태에서 거리의 언어에 생기가 있기를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난 촛불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과연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여러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현 정부가 다행히 북한과의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안도감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모든 걸 신뢰하기에는 우리 사는 모습이 너무 복잡다단하다. 우리에게 보습을 댈 땅이 있는가 묻기에 앞서 과연 보습은 녹슬지 않았는지 괜한 걱정을 하는 것도 그러한 의미에서이다.
이번 호부터는 문학 부분을 증면한다. 잡지 산업이 나날이 쇠락해가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들 광장과 대로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것도 또한 과잉이고 사치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오솔길을 찾아야 하고 그리로 접어들 필요도 있다. 제8회 조영관 창작기금을 받은 박강산 씨의 소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그러한 과업의 일부이다. 문학평론은 기획하지 않고 문학비평가에게 독립 비평의 장을 제공하기로 했다. 비평의 위기를 부르짖지만 누구 하나 비평가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시인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신작시도 늘렸다.
사무실 옆에 새로운 건물이 신축되면서 겨우내 아니 아직까지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한 다른 세상은 오지 않을 거라는 항변 같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아직도(?) 문학을 하고 있어서인지 ‘언어’에 나날이 예민하다. 세상의 소음 속에 아직 가보지 못한 오솔길이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그나마 살아볼 만한 삶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창을 열자. 탁해진 공기도 결국 우리의 일부이니까. 그리고 지금 쯤 몸을 만들고 있을 꽃도, 나비도 마음껏 상상해보자!

-「‘봄’이라는 현실」(‘창을 열며’)

시에 대한 생각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가운데 공통된 요소도 있습니다. 시에 대한 호오와는 관련 없이 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이라는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딱 잘라 말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인간 의식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를 응축해서 새겨 넣는 예술이므로 어떠한 관점에 서 있는 시인이라 하여도 통상적인 일상어를 부단히 체로 쳐서 골라내야 합니다. 일상에 익숙해져서 완전히 무지러진 언어로부터 탈피해 쇄신해야 합니다. 그 사고를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이미 현실을 재검토하고, 주어진 그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시적 행위인 동시에 그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러므로 현실 인식을 바꿔나가야만 합니다. 이미 성립된 정의조차 의심하며, 선악과 미추를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대다수가 쏠려가는 지점으로부터 이탈한 인간. 대부분이 찬동하며 흥겨워하는 것에는 머쓱해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많은 사람의 그늘에서 홀로 웃음을 짓는 사람, 결코 심술쟁이가 아니며 평소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사람이 좋으나, 유연하게 반골적인 기골을 숨기고 있는 사색하는 사람. 이것은 아무리 관점이 달라도 시를 살아가는 사람이 지닌 공통된 자질입니다. 언어를 갈고닦고, 의식을 개간해가는 시인은 요컨대 현실 인식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의식의 개척자이기도 합니다.
―김시종, 「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

맥락을 따라 재정의한다면, 화폐란 재화 및 서비스 간에 등가 관계가 성립하도록 보존, 유통, 회전시키는 권력 장치가 만들어낸 정치적 수단이다. 화폐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특권을 지닌 상품이 된 것은 바로 화폐를 그렇게 작동시킨 권력 장치 때문이다. 교환의 매개 수단, 계산 단위, 가치의 저장 수단이라고 알려진 교과서적인 화폐 기능은 모조리 국가가 포획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말한다. 세금이라는 권력 장치의 포획 덕분에 어떤 상품이 화폐가 된다. 바로 그 상품으로 세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되면 그 상품이 화폐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화폐는 본래적으로 ‘가상’화폐다. 단지 그것은 권력 장치의 폭력에 의해 화폐가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변동성 때문에 화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권력 장치 입장에서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말과 같으나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비트코인은 창시자의 의도대로 자신을 화폐로 만들어줄 권력 장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폐가 아니다.
―강민혁, 「‘가상’화폐의 정치경제학」

권력과 손잡아 수혜를 얻었던 한국 개신교의 원역사가 지금의 한국 교회를 만들었다. 꾸준히 자본과 권력에 영혼을 팔아 그 정치적 구호들을 종교의 규율로 삼으며 차별과 폭력을 일삼았다. 1966년 시작된 조찬기도회는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과 기독교 우파 세력의 정치 세력화의 중요한 장이 되었다. 이들이 구국기도회에 나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좌파를 몰아내자고 기도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을 이어받는다. 반공과 반인권적 행태는 단순히 중세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권력과 야합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정치 세력화를 위한 하나의 구성물이다.
―이정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작가 소개

저자 : 삶이보이는창 편집부
<푸른작가 06>

  목차

■ 창을 열며
‘봄’이라는 현실 … 황규관 - 2

■ 시선
70년 동안의 외침 … 강정효 - 6

■ ‘오늘’
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 … 김시종 씀/곽형덕 옮김 - 18

■ 시
저 비가 몰고 오는 것들 / 흐르는 서열 … 권선희 - 41
손 / 독감 … 박소란 - 43
봄밤 / 히히 … 박찬세 - 47
리미오 / 고강호 … 안상학 - 52

■ 소설
차뚤부즈 … 박강산 - 55
(제8회 조영관 창작기금 수혜작)

■ 평론
소년이라는 제도-소년 표상에 각인된 시적 주체의 월경(越境)에 대하여 … 박동억 - 74

■ 노동의 인문학
‘가상’ 화폐의 정치경제학 … 강민혁 - 92

■ 성, 더듬어 읽기
왜 영화 속 성소수자들은 자주 사망하는가 … 신필규 - 103

■ 산문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한국 사회와 개신교
… 이정한 - 108
극장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공론조사는 어떻게 숙의민주주의가 되었나 … 채효정 - 120
짙은 어둠의 시대를 건넜으나, 문은 아직도 멀리 있다-영화《1987》과 ‘87년 체제’를 넘어서 … 오창은 - 143

■ 문화 시평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성평등을 향한 변혁 운동으로서 #MeToo 운동 읽기
… 이나영 - 154

■ 서평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 사랑하는 일-유진목, 『디스옥타비아』… 윤정기 - 162
‘가춘할매가 전하는 고요한 평화의 시간-박성우, 『웃는 연습』 … 차정선 -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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