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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씀 | 부모님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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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글쓰기 애플리캐이션 <씀>에서 '마음이 여름'이라는 필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성하의 글을 모았다. 삼백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 혹은 에세이, 시 등, 길고 짧은 그의 글은 평생에 이어져온 깊은 외로움과 자괴,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기초로 한다. 그럼에도 '마음이 여름'이라는 필명과 마찬가지로, 여름과 같은, 슬프지만 뜨거운 삶을 살아내가는 그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출판사 리뷰

글쓰기 애플리캐이션 <씀>을 통해 쓰인 글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성하의 짧고 긴 글을 책으로 엮었다. 각 사용자의 글을 특별히 노출시키지 않는 플랫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홍성하의 글은 많은 이들이 위로가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책에서는 쓰인 글을 그 주제에 따라 일곱 개의 장으로 엮었으며, 이는 300쪽에 달한다.

정확하게, 또박또박
우울을 발음하다.


홍성하의 글은 여러 감정과 생각들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울’을 가장 기본으로 한다. 그리운 사람을 더는 사랑할 수 없어서, 꿈이 없는 어른이 되어 버려서, 고물상에 책 다섯 박스를 팔고 손에 쥔 육천오백 원으로는 이틀 치 라면도 살 수 없어서. 그는 지나가 버린 것들, 영원할 수 없는 것들,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비가역성을 슬퍼하며, ‘이제 영원한 건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뿐’이라 말한다. 그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정들에 대해 여러 가상의 주인공들, 어쩌면 자기 자신을 투영한 사람들을 불러와 이야기한다.

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가난한 젊음에 대하여


초반부의 장들에서 그는 ‘사랑’, 그중에서도 특히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때에는 추잡할 정도로 집착하며 사랑하는 감정에서부터, ‘비행기’(128쪽)와 같이 그저 “이국의 그대, 안녕하신지.” 그저 안부를 묻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서도 이런 감정도 사랑이며, 저런 감정도 사랑일 수 있다 말한다.
홍성하는 플랫폼을 통해 포기했던 글을 쓰는 일을 새로 시작했고, 이곳에서의 반응에 다시 글을 쓰는 삶을 떠올리고 있다 말한다. 그래서 그는 6, 7장의 후반부에서 ‘가난’, ‘먹고사는 일’, 그리고 글을 쓰는 삶에 대한 동경 혹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펜을 부러뜨리고’ 울던 그는 마지막 글 ‘소설’(285쪽)을 통해 책을 발간하는 소감을 함께 전한다.

씀, ‘문학’ 기능과 <주변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된 <씀>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때문에 이 환경에서 작성되는 글 역시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좋은 분량과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홍성하의 『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은 김현경의 『오롯이, 혼자』 그리고 강은우의 『최대 흐림』 이후 <씀>에서 발간하는 세 번째 출판물이다. <씀>에서 2018년 초 출시한 새로운 기능인 ‘문학’ 기능을 통해 발표된 홍성하의 소설 <주변인>은 글감으로 쓰인 짧은 구절에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얼마 전 밤의 허리께를 베어내고 도착한 당신의 편지에는 눅눅한 새벽의 냄새가 물씬. 당신께서는 단정한 활자 안에도 당신 고유의 내음을 담을 줄 아시나 봅니다. 백지 가운데 새초롬 앉은 그 한 마디 문장을 한참 쓰다듬다가 코끝이 찡, 아렸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하셨다고요, 당신.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저는 몇 번을 다시 들여다 보아야 했습니다. 저는 낯선 이를 까닭 없이 궁금히 여겨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성별도 직업도 취향도 모릅니다. 하물며 내일모레의 계획이나 어제오늘의 생활, 더 옛날의 아픈 역사는 어떻게 알까요. 세상의 잣대로 보면 우리는 생면부지의 타인입니다. 그런 사람을 무작정 궁금해할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러나 우울한 그늘에 한 발짝 들어와 이 선선함과 어둑함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당신. 당신의 천진한 한마디를 곱씹다 보니 경계심과 의아함은 슬며시 사라지고, 갑자기 저 역시 당신이 알고 싶어 지는 것입니다. 낯선 호의에 속절없이, 마음 녹아내리는 것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혹시 관계란 얼마를 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더 알고 싶은지에 따라 깊어지는 걸까요? 벌써 당신이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예,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그리워해 본 일이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마, 당신이 저의 처음이라고 말할 것 입니다.
- ‘답장’ 중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이 못생기고 더러운 우울이 저의 맨 얼굴이에요.

좋으실 대로 환멸하셔요.
어차피 당신은 씩씩하고 잘 웃는 저만 예뻐하시잖아요.
- ‘억지로’ 중

그대가 겪는 슬픔의 밑바닥에 내가 살았다. 그대는 그렇게 아프고 힘들 때만 나를 찾았다. 나는 그것이 기뻐 그대의 고유한 암흑으로 더 깊이 잠기었다. 심해어처럼 그대를 기다렸다. 눈이 캄캄해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용모는 흉하게 뒤틀렸으나 언제 나를 찾을지 모르는 그대를 위해 나는 기꺼이 나락에 머물렀다. 가끔은 그대가 아주 슬프고 괴롭길 바랐다. 그런 나의 이기심을 그대는 용서해야 했다. 쓰고 역한 그대의 눈물을 다 삼켜주는 이를 저 환한 뭍 위에선 찾을 수 없었으므로. 그대는 나의 품 안에서만 등을 구부리지 않고 잘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간혹 그대는 나를 무슨 슬픔을 배설할 변기쯤으로 여기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나도 실은 그대가 언제까지고 망가져 있길 빌었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진 말자, 언젠가 그대가 말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방식’ 중

  작가 소개

저자 : 홍성하
마음이 여름과 같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름자에 매달고 태어났으나, 장맛비의 눅눅함만을 간신히 닮은 덜 자라고 겉늙은 91년생 남자.

  목차

1장 흉기의 이름은 고독
2장 부치지 않은 편지
3장 너무 뜨거운 멜로디
4장 마음에는 입술이 없다
5장 영원의 (불)가능성
6장 삶,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음
7장 가난한 젊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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