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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들소는 몇 번째 들소일까?
휴먼필드 | 부모님 |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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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능표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페스추리처럼… 파삭파삭, 고소하니 달달하게 씹히는"(황인숙 시인) 겹겹의 108가지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본문은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는데, 첫 번째 이야기 '기억의 집'은 유년부터 소년기까지 주로 어머니에 관한 기억들이다. 두 번째 이야기 '미망'은 7~80년대 엄혹한 시절의 체험들이다.

세 번째 이야기 '사랑에 관한 문장'은 아내와 아들 등 가족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화약을 안고 누워있는 성냥 알맹이'는 문단과 문인들에 얽힌 일화, 다섯 번째 이야기 '귀에 스치는 바람 소리'는 출판과 직장 생활, 그리고 여섯 번째 이야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들소는 몇 번째 들소일까?'에서는 최근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출판사 리뷰

페스추리처럼… 파삭파삭, 고소하니 달달하게―
환하다! 삶을 위로하는 치유의 문장들이 독자를 끌어안는다.


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능표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페스추리처럼… 파삭파삭, 고소하니 달달하게 씹히는”(황인숙 시인) 겹겹의 108가지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본문은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는데, 첫 번째 이야기 ‘기억의 집’은 유년부터 소년기까지 주로 어머니에 관한 기억들이다. 두 번째 이야기 ‘미망’은 7~80년대 엄혹한 시절의 체험들이다. 세 번째 이야기 ‘사랑에 관한 문장’은 아내와 아들 등 가족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화약을 안고 누워있는 성냥 알맹이’는 문단과 문인들에 얽힌 일화, 다섯 번째 이야기 ‘귀에 스치는 바람 소리’는 출판과 직장 생활, 그리고 여섯 번째 이야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들소는 몇 번째 들소일까?’에서는 최근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초로에 들어선 시인은 자신의 삶을 직접 무대에 올려 ‘인생’이라는 큰 드라마를 연출한다. 여기에 가족과 친구, 동료, 선후배, 스승, 거리의 갑남을녀와 역사 속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여 한 편, 한 편씩 드라마를 완성한다.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시리면서도 따뜻한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담아내고 있다.
‘들소’는 ‘기억’의 다른 이름이다. 시인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기억이 곧 삶이다. 지나온 기억들, 그 기억들을 되풀이하여 기억하는 것, 수많은 그것들의 총합이 인간의 역사다.”라며 영결의 아픔을 삭인다. 이어 “삶의 도착지는 묘지가 아니라 그 기억들을 간직한 ‘다른 삶’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기억의 집’)라는 자각을 통해 ‘죽음’이라고 하는 인간 본연의 문제에 관해 나름의 답을 내놓기도 한다. ‘기억과 삶’에 관한 시인의 생각은 책 전반에 걸쳐 중요한 모티브를 이루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축이 되고 있다.

‘웅숭깊은 눙침’과 ‘무구한 청순함’

이 책의 미덕은 의미심장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일상적이며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시인의 언술은 매우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며 위트가 넘친다. 그림을 그리듯 상황에 따라 시 콩트 동화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막힘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인의 숨결을 따라가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쉬고 눈물을 훔치고 폭소를 터뜨리면서 시나브로 미지의 들판에 도착해 저마다의 ‘들소’ 떼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읽을거리, 문단 풍경과 일화들

시인이 풀어놓는 이야기 소재는 매우 다양하고 시간적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데, 특히 네 번째 이야기 ‘화약을 안고 누워있는 성냥 알맹이’는 주로 시인이 직접 만나고 교류한 문인들 얘기다. 여기에는 김승옥 김영태 김운경 박남철 박세현 박영한 신대철 오규원 윤성근 이병률 이창기 이향희 정현종 최인훈 함민복 황인숙 등 당대 문인들에 얽힌 다양한 일화들을 담고 있어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단 풍경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흠씬 두들겨 맞고 집으로 가는 길에 단짝 친구를 만났다. 그는 돌팔매의 명수였다. 그의 손에 이끌려 왔던 길을 돌아갔다. 신작로 저 멀리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친구가 힘껏 돌멩이를 던졌다. 손을 떠난 돌멩이는 정확히 머리를 맞췄고, 일격을 당한 그는 풀풀 황토 먼지를 일으키며 길 위에 쓰러져 뒹굴었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지만 그 역시 또래였을 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나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사택에 사는 아이들과 농가 아이들 사이의 해묵은 불화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막연히 짐작할 뿐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때 그 포물선을 기억한다. 친구의 손을 떠난 돌멩이가 그려내던 그 아득한 포물선, 분노와 갈망에서 시작해 불안과 우려로 이어졌던 짧고도 긴 포물선!

― ‘내 기억 속 포물선 하나’ 중에서

나는 말썽꾼이었고 객지에 계신 아버지와 떨어져 홀로 자식을 가르쳐야 했던 어머니는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말썽이 극에 달하면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새끼손가락 끝마디를 태우셨다. 나는 손목을 잡힌 채 성냥개비 하나가 다 타들어 갈 때까지 고통을 견뎌냈다.
“이 상처를 보면서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오늘 일을 잊지 마라.”
굳게 다짐하곤 했지만, 철이 들기까지 여러 차례 어머니께 손목을 잡혀야 했다. 통증을 견디는 힘은 그만했는지 몰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내게는 없었던 모양이다.

― ‘엄살’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능표
1984년 <문예중앙>에 ‘스물여섯 번째의 산책’ ‘눈’ ‘미완의 풀’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에 첫 시집 <이상한 나라>를 냈다. 1994년 마지막 작품을 발표한 후 시단을 떠나 20여 년 동안 출판사를 경영하며 문학 역사 철학 경제 의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다수 펴냈다. 2015년 두 번째 시집 <슬픈 암살>을 상재하면서 시단에 복귀했다. <삼나무숲의 기적> 등 가족을 소재로 여러 편의 동화를 썼다.

  목차

첫 번째 이야기/ 기억의 집

난/ MRI/ 도망꾼/ 내 기억 속 포물선 하나/ 소녀 이름은 “야!”/ 엄살/ 누명/ 부자가 되는 방법/ 비방/ 열무김치/ 엄마 사진/ 빨간 벽돌의 유래/ 기억의 집/ 추억만 묻힐 곳이 없다/ 아이가 전하는 말/ 미루나무가 있는 언덕

두 번째 이야기/ 미망

스트리킹 streaking/ 오늘, 가장 화려했던 1분/ 미망/ 전봇대/ 깊은 뜻/ 야행/ 산딸나무 꽃을 보았다/ 복원/ 눈

세 번째 이야기/ 사랑에 관한 문장

사랑에 관한 문장/ Snow on the mountain/ 군사우편/ 참극/ 견공소구일대기 犬公素狗一代記/ 여인과 싸워 이기는 법/ 이놈이 변했네!/ 아이가 해준 것/ 까치밥과 비단 금침/ 쇼핑/ 박피/ 마지막 교훈/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 합방/ 불명 不明/ 병/ 주문/ 벼락/ 교훈/ 추석 전후/ 쥐포수생쥐포획기/ 말하는 방법/ 가을 호박/ 어떤 행성/ 겨울로

네 번째 이야기/ 화약을 안고 누워있는 성냥 알맹이

너 참 안됐어!/ 목숨/ 첫 원고청탁/ 화약을 안고 누워있는 성냥 알맹이/ 원고료 산정법/ 원고료 상승률/ 생계/ 중은/ 평생 시인/ 박남철 vs 박남철/ 부음/ 같은 시집이 두 권인 이유/ 누구시죠?/ 웃기시네!/ 루저/ 나와바리/ 원고 마감/ 이생수염전말기 李生鬚髥顚末記/ 농담/ 어디까지 가 봤니?/ 시참과詩讖 시참詩斬

다섯 번째 이야기/ 귀에 스치는 바람 소리

귀에 스치는 바람 소리/ 가구 배치/ 인문학 또는 대학의 위기/ 남은 책/ 초판 1쇄/ 작가와 편집자/ 공자와 노자/ 칼잡이들/ 출간 전 연재/ 전설/ 시인과 부인/ 아우슈비츠 &/ 선의 善意/ 욕/ 함량/ 등단/ 도랑/ 정상에서 다섯 번

여섯 번째 이야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들소는 몇 번째 들소일까?

죽음의 풍경/ 여행의 풍경/ 다짐/ 자랑/ 사람은 무엇으로 죽는가?/ 고장 수리/ 선물/ 현대의학/ 거리/ 학습/ 고급 정보/ 꿈, 난데없는/ 시시한 이야기/ 1987/ 목련이 있던 자리/ 뻐끔뻐끔/ 불청不淸/ 수목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들소는 몇 번째 들소일까?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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