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박지용 작가와의 짧은 서면 인터뷰 -* 이번 책은 청춘문고를 통해 발표되는 신작이네요?
- 네. 원래는 기존에 나왔던 제 시집 <천장에 야광별을 하나씩 붙였다>로 청춘문고 제안을 받았지만, 해당 시집이 얼마전 개정판으로 정식 출간되어 저는 신작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책 제목인 <점을 찍지 않아도 맺어지는 말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 어떤 말은 점을 찍지 않아도 맺어지고, 어떤 마음은 말로 전하지 않아도 전해집니다.
그런 말과 마음에 대한 글들을 엮은 책이라 제목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 첫 번째 시집 이후 두 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시를 얼마동안 쓰셨나요?
- 이번 두 번째 책은 시집이 아니라, ‘문장집’입니다. 그간 쌓아온 글들 중 시와 산문 사이에 있는 것들을 모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보다는 비교적 직관적으로, 산문보다는 비교적 압축적으로 쓰인 글이라고 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는 이제 10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집을 낼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계속 열심히 갈고 닦는 중입니다.
* 시의 매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가장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글이라는 점입니다. 분량 상으로도 짧고, 가장 압축된 형태의 글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에 가장 용이한 글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 자유를 누릴 수만 있다면 그만큼 달콤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 글을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 일상과 분리된 소재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여, 보다 세심한 관찰을 습관화하려 노력합니다. 세상에 대한 깊고 넓은 관찰을 하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 주류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시인이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독립출판 씬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와 특성이 있나요?
- 한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등단'이라는 제도를 거쳐야 합니다.
시를 누군가에게 심사 받고 그 기준을 통과해야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화가나 가수, 사진작가가 누구에게 자격을 부여받고 작품을 발표하나요.
‘예술’이라는 것이 ‘자격’이 필요한 것이라면 그냥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도 밖에서 독립적으로 오직 글로써 사람들과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렵겠지만 제 글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 나아가는 것.
그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해도,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독자분들이 글을 읽을 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 없습니다. 글이 책으로 엮인 순간, 모든 것은 읽는 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책장에서 오래도록, 그러나 이따금 책장과 책상을 오가며 읽히는 그런 책,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영수증을 주세요」
오늘 만남의 영수증을 주세요
집에 가 침대에 누워
오늘을 어떻게 처분할지 생각하게요
환불은 되는 거죠 이유는 묻지 않았음 해요
요즘은 그런 세상이니까요
곤란하다구요
그럴 거면 아까 미리 얘기를 했어야 한다구요
아 그럼 됐어요
환불은 하지 않을 테니 그냥 주세요
적어도 오늘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있어야 하니까요
오늘 우리의 절반은 나의 것이니 그 정도는 되겠죠
심지어 아까 본 길고양이 이름도 내가 지어줬는 걸요
사람이 뭐 그리 계산적이냐구요
나도 어쩔 수 없는 걸요
처리하지 못한 날들이 너무 많거든요
영수증이 없으면
내일을 살아갈 수 없거든요
「옛 생각은 짜다」
시간이 만들어준
식어 남아버린 소금기가
그것들을 함부로 헤집기 힘들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한 움큼 입에 머금을 때면
입 속 상처들이 아리다
다시 뱉어 그 소금의 면면들을
살필 때면
알갱이들의 날카로움을 발견한다
날 선 모서리 사이에 빛을 튕겨내는
편편한 면들 또한 좋은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관찰을 끝내고
다시금 한 움큼 입에 머금어 본다
하얗게 남은 소금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입가의 소금기가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소화되어버린
옛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