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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없는 여행
환타 전명윤 여행 에세이
사계절 | 부모님 |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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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가이드북 깎는 환타, 여행의 환상 너머 현실을 바라보다. 대한민국 대표 여행작가 환타 전명윤이 가이드북에는 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행은 오직 기쁨만을 위해 준비된 비닐하우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 책은 우리가 여행에서 보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이른바 환타지의 다음 장을 펼친다.

20년 전 실연의 아픔을 뒤로하고 인도로 떠난 환타가 그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며 깨달은 것은 딱 하나.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그들이 우리와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음을 알고 이해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풍경만 눈에 담고 여행자 개인의 체험만 찾는 여행은 그곳의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이들을 만나고 그 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때 새롭게 드러나는 것들이 있으니, <환타지 없는 여행>은 여행의 환상 너머로 난 또 다른 여행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 책에서 환타는 천 년이 지나도 지금 그대로일 것이라고 믿었던 인도, 바다 위에 거대한 카지노 도시를 세운 마카오, 장수마을 신화가 산산이 부서진 오키나와,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억압에 맞선 홍콩 등 아시아 곳곳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돌고 돌아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는 말한다. 여행하는 삶이란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이라고. 여행은 오직 이 전제 아래에서만 현실이 된다.

  출판사 리뷰

내가 알던 것은 전부 환상이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박찬일 주방장은 이렇게 말했다. “환타 1리터쯤 원샷한 기분이다. 시원하게 뻥 뚫리는데 왜 속에서 눈물이 나지?” 그가 원래부터 환타를 알고 지낸 건 아니다. 그저 환타가 언론에 쓴 글과 SNS에 올린 ‘썩개’의 팬이었을 뿐.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가이드북이며 여행작가에 대해 내가 알던 것은 죄다 환상이었다”는 것을.
직업이 여행작가인 사람이 여행에 낀 환상을 걷어차겠다고 나섰으니, 이것 말고도 밥그릇을 여러 개쯤 찬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늘 듣는 소리가 “재수 없고, 잘난 척하며, 싸가지 없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덩치 크고 털북숭이에 말까지 많은 아저씨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박찬일 주방장의 말처럼 “말하자면 톡톡 쏘는데 나중에 눈물이 나는 글”이다. ‘여행환타’에서 ‘에세이환타’로 변신하겠다더니, 이름값 한번 제대로 했다. 환타 전명윤이 쓴 여행 에세이 『환타지 없는 여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러분, 여행이 좋은 건 다 아시죠?”
환(상)타(파)가 필요한 이유

휴가철은 물론 지쳤을 때도 여행을 가라 하고, 삶도 여행이고 매일매일이 곧 여행이라는 이야기까지, 현대인은 1년 365일 늘 여행을 꿈꾸며 산다. 그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더 대단해서 기쁨은 기본, 인문학적 통찰과 삶의 활력을 주고, 어떨 때는 영어도 가르쳐주고, 심지어 인생까지 바꿔준다고도 한다. 이른바 ‘여행 구원론’이다. “일단 떠나요! 그러면 모든 게 달라질 거예요”라는 환상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환타지 없는 여행』은 구원을 찾아, 환상을 좇아 바깥으로 향하는 여행의 방향을 살짝 비튼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나의 제자리로 돌아올 때 그 여행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이다. 이 책은 여행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여행에 대한 환상이 가리고 있던 또 다른 여행길로 독자를 이끈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환상이 한 겹씩 걷히며 여행지의 풍경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확대된다. 사는 곳이 다르고 피부색과 언어도 다르지만 결국 그와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대동소이한 삶을 살고 있음을 느꼈을 때, 여행은 환타지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 되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영원히 여행을 하며 살 것이라고 믿던 후배들은 예전에 내가 선배에게 그랬던 것처럼 “형처럼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나에게서 확신을 구하려고 했다. 그 덕에 한때는 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여행을 하면서 찾아낸 최선의 답이다. 여행하는 삶이란,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이다. 여행은 오직 이 전제 아래에서만 현실이 된다. _22쪽

“팬을 거느린 최초의 가이드북 작가!”
환타가 말하는 여행의 윤리

이 책은 한 여행작가의 탄생기이다. 자신의 여행 취향과 여행작가라는 직업 사이의 부조화, 직업으로서의 여행에 필요한 윤리의식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 사이의 갈등, 그리고 여행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들려준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느냐”라고 말하는 시대에, 환타는 가이드북은 한 지역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종합한 리뷰집이라는 신념과 가이드북의 구매는 저자와 독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여야 한다는 약속을 세운다.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 취재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정보는 정확해지지만, 시대의 변화 앞에 정보가 오류가 되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여행지의 버스 시간이 바뀌고 음식 값이 오를 때마다 가이드북에는 ‘틀린 정보’가 쌓인다.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정에 더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 누군가가 귓가에 대고 “애초에 정보를 대충 제공했으면 됐잖아”라고 속삭인다. 이와 같은 타협에 밀려 곳곳에서 공정함에 금이 가고 있으니, 이 또한 여행에 낀 짙은 환상을 걷어내야 하는 이유, 환타가 필요한 이유다.

가이드북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아마 이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정한 방향은 스토리텔링의 강화다. 나는 가이드북 작가 가운데 글을 많이 쓰는 편이고 다방면에 관심을 걸치고 있다. (…) 두 번째는 남과는 다른 큐레이션이다. 종국에 독자가 가이드북을 고르는 기준은 저자의 독보적인 전문성과 그가 수집한 정보에 대한 신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그런데 서점에서 이런저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보면 ‘과연 이 책에 담긴 정보가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보다 정확할까?’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_73쪽

환타는 “여행작가가 지역의 문제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그때마다 “잘 만든 여행책은 그 지역의 시대와 현실을 여행이라는 주제로 기록한 지역서이자 민속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관광도 중요하지만 현실과 역사의 무게에 눈을 감지 않고, 자신이 쓴 책을 들고 낯선 여행지에 방문한 이들이 곤란에 빠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며, 그 여행길이 안전할 수 있도록 주의와 당부를 잊지 않기. 그가 세운 여행의 윤리에는 환상이 낄 자리가 없다.

“2019년 7월, 환타가 홍콩 시위를 찾아간 까닭은?”
질문하고 공부하는 여행자의 최신 뉴스

또한 이 책은 아시아 곳곳의 최신 뉴스를 전해준다. 그에게 있어서 가이드북 취재는 단지 호텔, 맛집, 유명 관광지의 정보를 모으는 일이 아니다. 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듣는 일이다. 듣고 또 듣기를 반복했더니 그곳의 삶이 깊이를 드러냈다. 텔레비전 뉴스는 인도에서 벌어진 강간 살인 사건만 보도했지만, 여행자의 뉴스는 그로 인해 일어난 인도 사회의 변화까지 알려주었다. 신문 기사는 오키나와가 장수마을이라고 알려주지만, 여행자의 뉴스는 그곳의 경제적 피폐와 위태로운 생존을 전한다. 상하이 인민광장 한쪽에 걸린 수많은 구혼자 벽보와 영화배우의 코에 현상금을 건 인도의 극우 정치인, 아시아 여행객을 뙤약볕에 줄 세우는 페닌슐라 홍콩 호텔은 여행자의 뉴스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페닌슐라 호텔에 묵는 투숙객만 들어갈 수 있는 로비 라운지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들은 라운지에 자리 잡고 앉아 문 밖에 줄 선 이들을 바라보며 귀족이 된 듯한 우월감을 만끽한다. 호텔의 비싼 가격에는 이렇게 상대적 우월감을 맛보는 기회까지 포함되어 있다.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고 사람들은 참 속이 없다. _160쪽

여행지의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공부하기! 이것이 바로 환타가 환상을 타파하는 도구다. 그래서일까? 환타는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 들고 2019년 6월과 7월 뜨거운 홍콩 시위의 한복판으로 달려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또 한 번 그곳에 서서 홍콩 시민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는지 직접 묻고 들었다(「#17. 우산혁명 이후」, 169~180쪽에 수록).

여행은 기쁨만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20년간의 긴 여행을 돌고 돌아 환타가 닿은 곳은 현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이곳이다. 1999년 인도-파키스탄 국경을 넘으며 인도 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파키스탄을 욕하고, 파키스탄 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인도를 욕해야 했던 경험은 환타에게 “여행지에서는 그곳의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의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에 한 인도인이 나와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을 보며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제3세계를 여행하며 잘 알고 있다고 젠체했던 그의 환상이 깨진 순간이다.
이처럼 책에는 현실이 여행의 기억을 부르고, 다시 여행의 경험이 현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여럿 등장한다. 그 또한 환상을 가졌다 깨트리기를 반복하며 발 닿는 곳을 넓혀 갔다. 그는 서울에서 유행하는 흑당 카페라테를 보며 오키나와에 짙게 그늘을 드리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생각했다. 또한 태풍이 닥친 제주에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펜션 주인의 말을 듣고 태풍 때문에 위험해질지도 모르니 지금 당장 섬에서 나가라고 했던 오키나와 케라마제도의 민박집 주인을 떠올렸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환타는 현실에는 없는 환타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여행은 기쁨만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라고. 만약 당신이 지금 여기에는 없는 유토피아를 다른 어딘가에서 발견했다고 느낀다면 그곳의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깊이, 더 멀리 들여다보라고.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환타가 세상 곳곳에서 배운 건 이게 전부다.

시선이 닿은 그곳이 당신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갈 차례다. 당신이 여행을 시작한 이유, 그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 _291쪽

가이드북 작가가 된 후에야 자세한 정보를 취재하기 위해 몇 배나 더 들여야 하는 발품과 비용이 부담스럽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칭찬이 아니라 욕만 더 듣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떳떳하게 취재하고, 업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공정하게 분별하고, 침묵은 금이라고 말하지 않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나만의 욕심이 아니길 바란다. _「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중에서

누군가에게 가이드북은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수평선 너머의 풍경을 꿈꾸게 하는 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제대로 안내해야 하는 나에게는 서바이벌 키트 혹은 만능 구급상자다. 그 책임감 때문에 내가 쓴 가이드북은 늘 잔소리로 넘쳐난다. 지도 밖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현지인에게 당신이 특별한 이유는 당신의 지갑이 그곳의 지폐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_「랭킹의 시대」 중에서

지금 한국에 쏟아지고 있는 인도의 성폭력 뉴스는 인도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목소리이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절규다. 이 소란은 인도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더없는 증거다. 우리 시민 사회는 인도를 향해 강간의 왕국이라고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도의 변화에 침묵으로만 답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_「인도발 급행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전명윤
1996년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아시아에 깊이 천착하며 여행책을 만들어 왔다. 딴지일보 인도 특파원, 시사저널, 세계일보, 포스코 신문에 장기 연재를 했고, KBS 월드넷 <세계는 지금> 인도 지역 영상 리포터, KBS 1라디오 <손미나의 여행가방>에 고정 게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는 팟캐스트 <벙커원 특강>, <그것은 알기 싫다>에 출연 중이다. 잘 만든 가이드북은 최고의 지역학, 종합 인문서라고 믿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책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서로는 <프렌즈 오키나와>, <프렌즈 베이징>, <프렌즈 인도ㆍ네팔>, <중국 100배 즐기기>, <상하이 100배 즐기기>,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등이 있다.

  목차

추천의 말 4
들어가며 7

1장. 천상천하 환타독존
#01 여행은 기쁨만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 15
#02 어디나 환타가 필요한 곳이 있다 … 23
#03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 35
#04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45
#05 가짜 환타 대소동 … 55
#06 랭킹의 시대 … 65

2장. 여행자의 뉴스공장
#07 국제 뉴스의 숨겨진 진실 … 77
#08 인도가 세계 2위의 소고기 수출국이라고 … 87
#09 주연 배우의 코를 잘라라 … 97
#10 아리가토 카레 … 107
#11 인도발 급행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 115
#12 장수마을의 몰락 … 125
#13 환상 속의 미야코 소바 … 133
#14 사람을 찾습니다 … 145
#15 귀족은 줄 서지 않습니다 … 153
#16 홍콩 거리의 비밀 … 161
#17 우산혁명 이후 … 169
#18 카지노 칩으로 우공이산 … 181
#19 성 바울 성당 앞에서 … 191
#20 오리지널이라는 환상 … 199

3장. 여행자의 인사법
#21 그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라 … 209
#22 상전벽해 … 221
#23 거리에서 만난 동화 … 229
#24 베이징 짜장면과 교토 짜장면 … 243
#25 중화라오쯔하오는 왜 별로일까 … 253
#26 오키나와 음식은 왜 맛이 없을까 … 261
#27 자마미 105 스토어 … 271
#28 지금은 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 … 281

마치며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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