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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밖의 안부를 묻다
모악 | 부모님 |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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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모악시인선 18권. "섬세한 관찰력으로 우리 삶에 얼룩진 그늘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고 알려진 기명숙 시인의 첫 시집이다. 2006년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는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 담겨 있다.

스스로 말하고 있듯, 시인은 등단 이후 "조리개로 조절하는 시간들"('시인의 말'을 견뎌왔다. 기명숙 시인의 시가 원거리와 근거리의 다양한 초점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고 있는 것은 그가 견뎌온 시간들이 작품 속에 단단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명숙 시인의 시에는 온몸으로 출렁거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그의 시가 온몸의 삶을 피사체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그는 "쪼글쪼글 말라가는 귤"이 "몸을 잃은 귤"로 되는 과정을 생을 향한 인간의 집념으로 보아내면서 몸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꽁치의 몸", "소금기 비릿한 몸"에서 보듯 육체성을 향한 그의 시적 집념은 주로 몸을 사이에 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무르면서, 그 몸의 울림을 자기 삶의 리듬과 일치시켜간다.

이러한 공감과 동조의 시 쓰기를 통해 기명숙 시인이 지향하는 것은 "가도 가도 손닿지 않는 쓸쓸함"이다. 그에게 쓸쓸하다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몸의 부재에서 비롯한다. 기명숙 시인에게 몸의 부재는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현실 감각이 제거되는 일인 것이다.

  출판사 리뷰

“고도의 은유와 예사롭지 않은 시어의 조탁!”
“시와 삶과 몸이 경쾌하게 얽혀드는 시편들!”

몸 밖의 세상에 대한 곡진한 서사!

<몸 밖의 안부를 묻다>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우리 삶에 얼룩진 그늘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고 알려진 기명숙 시인의 첫 시집이다. 2006년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는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 담겨 있다. 스스로 말하고 있듯, 시인은 등단 이후 “조리개로 조절하는 시간들”(시인의 말)을 견뎌왔다. 기명숙 시인의 시가 원거리와 근거리의 다양한 초점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고 있는 것은 그가 견뎌온 시간들이 작품 속에 단단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명숙 시인의 시에는 온몸으로 출렁거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그의 시가 온몸의 삶을 피사체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그는 “쪼글쪼글 말라가는 귤”이 “몸을 잃은 귤”(검은 귤)로 되는 과정을 생을 향한 인간의 집념으로 보아내면서 몸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꽁치의 몸”(꽁치), “소금기 비릿한 몸”(홍합)에서 보듯 육체성을 향한 그의 시적 집념은 주로 몸을 사이에 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무르면서, 그 몸의 울림을 자기 삶의 리듬과 일치시켜간다. 이러한 공감과 동조의 시 쓰기를 통해 기명숙 시인이 지향하는 것은 “가도 가도 손닿지 않는 쓸쓸함”(노을)이다. 그에게 쓸쓸하다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몸의 부재에서 비롯한다. 기명숙 시인에게 몸의 부재는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현실 감각이 제거되는 일인 것이다.

살점이 뭉텅 빠진 들쑥날쑥한 몸 하나 허공에 걸려 있다

퀭한 눈알을 바람이 핥고 지나가자 파르르 눈가의 잔주름이 흔들린다 헤쳐가야 할 길을 또렷이 바라볼수록 굳은살처럼 딱딱한 몸은 야위어 간다 그해 누군가 억센 손으로 그의 내장을 파내고 그 속에 단단한 뼈대를 세웠다 그의 몸 바깥에서 느닷없이 아카시아 꽃이 펑펑 지고, 군화 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비늘같이 꽃잎이 소복하게 쌓였다 바람 불어 허공이 저 혼자 우는 밤, 그는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뻣뻣해졌다

스물다섯 해, 맷집 하나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사는 북어가 있다 상한 지느러미 곧추세워 풍향계처럼 헤엄치려하는데 아무도 그에게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리 큰오빠……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한다 입술을 달싹이는데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북어 전문

이 시에서 시인의 시적 관심은 “살점이 뭉텅 빠진 들쑥날쑥한 몸 하나”에 있다. 살점과 혈색과 탄력과 온기 등을 간직했던 몸에서 살점이 빠져버린 몸은 더 이상 몸이 아니다. 그렇다고 몸 아닌 것도 아니다. 시인은 이렇게 ‘몸 아닌 것의 아닌 것’을 ‘몸 밖의 몸’으로 간주한다. 그가 시집 제목을 <몸 밖의 안부를 묻다>로 한 것은 “살점이 뭉텅 빠”져버린 ‘몸 아닌 것의 아닌 것’들을 향한 뜨거운 호명이다. 북어에서 “아카시아 꽃이 펑펑 지고, 군화 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비늘같이 꽃잎이 소복하게 쌓”이는 몸 바깥의 풍경은 자신의 몸에서 ‘뭉텅’ 빠져나간 ‘살점’들로 읽힌다.
기명숙 시인은 몸과 몸 밖의 서사를 통해 “아직 따뜻한 손, 손님처럼 되돌아가려는 맥박”(그랬더라면)의 생명력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막내딸 사주팔자에 천복이 세 개나 있다는 관상쟁이 말에 엄마 몸빼바지 물방울무늬가 파랑파랑 공중으로 뛰어 올랐지 그날은 앞서 걸어가는 엄마 궁둥이가 탱탱하게 굵은 사과처럼 보였다니까”(생선 시장에서)처럼, 시인의 몸 서사는 삶의 리듬을 경쾌하고 활달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그 리듬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의 시에는 “설익은 내 청춘은 최루”(1987년 신촌)와 같다는 비탄이 있다. 때문에 그의 시를 읽는 것은 독자의 가슴을 타고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무거운 침묵의 기미를 견뎌내는 일이기도 하다.

타자의 몸에 깃든 삶과 교신하기!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서 눈에 띄는 시편들은 ‘당신들’로 통칭될 수 있는 타자들의 삶이다. 시인은 자기 ‘몸 밖의’ 일들이 발신하는 상처와 아픔을 기민하게 수신해내는 감도 높은 몸을 가졌다. 따라서 ‘몸 밖의 안부를 묻’는 일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안부를 묻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삶과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몸과 몸이 삶과 삶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핏줄로 얽힌 사이라도 간격을 둬야할 때”(쌍화차)가 있으며, 그럴 때 “몸 하나의 생김/몸 하나의 떨림”(귤 하나)은 “엇나간 인연처럼”(철쭉) 어떤 간절함으로 서로를 부른다. 시인은 이러한 부름을 통해 삶의 도처를 밝힐 줄 안다. 시인의 몸은 타자의 몸이 보내는 삶의 파동을 감지하고 그 파동에 응답할 줄 아는 것이다.

매연이 보풀처럼 엉켜 잘 끊어지지 않는 골목, 논노패션 여자는 동대문에서 묻혀 온 졸린 눈꺼풀들 탈탈 털어 건다 피곤도 액세서리처럼 주저리주저리 걸린다

정희네 실밥 터진 옆구리 수십 번을 누볐고 적금통장이 털린 박 양은 잘못 물린 지퍼에 살갗을 뜯겼다 윤희 할머니는 쌀 두 가마에 황톳길 너머로 시집을 왔고 진안 댁은 흉년을 견디다 못한 오라비 손에 이끌려 재취가 됐다는, 박리지만 환불이 안 되는 논노패션 골목

너무 늦게 생生의 안감을 뜯어내는, 논노패션 여자들은 유행을 쫓아가지 못 한다 저녁이 멍투성이처럼 흘러내리는 골목 정희네 환불이라도 받아낼 요량인지 이를 악물고 집을 나온다 개도 달도 따라붙지 않는 한밤중이다
―논노패션 전문

최금진 시인은 해설에서 “시의 언어는 세상에 없는 시인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시에 형상화된 삶은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새로운 삶이자 유일한 삶이다. 시가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현실의 삶과 시적 삶은 같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박 양” “윤희 할머니” “진안 댁”과 “정희 네” 등 “논노패션 여자들”의 삶은 누구나 현실의 길목에서 한번쯤은 만날 법한 삶이다. 하지만 기명숙 시인이 포착해 낸 그들의 삶은 현실 밖의 현실, 삶 밖의 삶에 가깝다. 이는 시인이 종종 현실의 경계를 초월해가는 시 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서 “이명 약을 갉아먹던 귓속 쥐들이 쏟아져”(사거리)나오고, “박쥐의 현란한 비행 윤색의 기술”(변주)을 볼 수 있는 것은 시인이 현실 밖의 현실을 능숙하게 형상화해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가 비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몸과 몸 밖의 세계가 끊임없이 교신하고 있듯, 현실과 현실 밖의 세계 또한 서로의 생명력을 향해 교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명숙 시인의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는 삶과 삶 밖, 몸과 몸 밖, 현실과 현실 밖의 중첩 구조가 긴밀하게 구축되어 있다. 박성우 시인이 기명숙 시인의 시집을 두고 “흔적을 지우는 일로 흔적을 선명하게 하고 감정을 감추는 일로 우리의 마음을 이내 일렁이게 하고 만다”라고 한 것은 그러한 까닭을 확인시켜준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지만 그 충돌하는 힘과 힘의 교란과 교섭 속에서 시인은 시적 감동과 울림의 파장을 현실과 삶의 경계 너머로까지 증폭시켜내는 것이다. 그럴 때 기명숙 시인의 시는 “바깥세상이 기억나지 않는 듯이 그러나 내 것이 될 수 없는 비극의 공유지”(카페 탐 앤 탐스)처럼 읽힐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에서 삶과 삶 밖이, 시와 시 밖이, 몸과 몸 밖이 서로 얽혀드는 공유지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기명숙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와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북어'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9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2019년 현재 글쓰기센터와 공무원 연수원 등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목차

1부 숨을 고르는 사이
노을 / 비와 눈발 / 아가미 / 꽁치 / 홍합 / 주스 / 일회용 라이터 / 닭똥집 / 국경에 대하여 / 화암사 / 타라 / 당나귀 카페 / 유 씨 제각 / 서가에 꽂힌 오래된 책

2부 희미한 얼굴들
비 소식 / 되찾은 문패 / 그랬더라면 / 검은 귤 / 생선 시장에서 / 북어 / 당신의 보길도 / 스물한 살 / 닭 / 1987년 신촌 / 뼈 / 맨드라미 네일 아트 / 별다방 / 쌍화차 / 섬

3부 말의 기척
11월 / 천변 산책 / 도서관 / 짧다의 조건 / 식은 커피 / 못 박는다는 말은 / 변주 / 푸르스름한 비명 / 사거리 / 회전문 / 무화과 그늘 / 귤 하나 / 철쭉 / 낙화

4부 문 바깥의 소식
가을을 통과하는 법 / 점집 골목 / 논노패션 / 카페 탐 앤 탐스 / 대낮 풍경 / 러닝머신 / 복사기 / 회화 / 오브제에 관하여 / 양철북 / 폭우 / 개 같은 산책 / 거꾸로 달리기 / 새벽

해설 몸 안의 몸, 설렘과 몸살의 이율배반 - 최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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