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38년간 일본에서, 17년간 정신병원에서
살아야 했던 덕혜옹주의 삶에서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의 역사를 읽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이긴 사람의 특권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잘못한 역사, 패배자 시점의 역사는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아픈 패배의 역사, 잘못한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과거의 반성 없이는 미래의 발전도 없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기억하는 인물시리즈’의 첫 번째 인물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마음으로 기억하는 인물시리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역사를 이해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가치와 교훈을 얻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물 시리즈다. 비록 덕혜옹주가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인물은 아니지만, 나라를 빼앗긴 우리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미 지난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 노동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한국 법원은 1인당 1억 원씩을 배당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노동자가 낸 최초의 소송으로부터 10년 만에 이루어낸 승소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은 2019년 한국에 수출하는 몇몇 물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은 물론, 전 국민적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과거의 역사를 토대로 벌어진다.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원인과 결과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덕혜옹주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빼앗은 경술국치 2년 후인 한국사에서도 가장 힘든 시기에 태어났다. 왕녀로서 왕과 백성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성장하는 대신, 나라를 빼앗은 일본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삶을 살아야 했다. 가족과 헤어져 일본에서 감시를 받으면서 살아야 했으며, 순종이나 어머니가 죽을 때조차 제대로 슬퍼하지 못했다. 결혼도 일본이 정해준 사람과 해야 했는데, 그나마 그녀를 아껴주었던 남편과도 결국은 헤어졌으며 딸도 일찍 잃고 말았다. 결국 옹주는 마음에 병이 생겼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17년 동안 살아야 했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광복이 된 지 7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의 비극적인 삶은 왕녀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삶, 또 한 여성의 삶으로서 살아 있는 역사를 지금의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덕혜옹주의 이야기와 함께 당시 한국과 세계적인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덕혜옹주의 삶을 따라가면서
조선 말기부터 근대까지
한국사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이해한다 대한제국의 옹주는 왜 일본에서 살아야 했을까?
일본은 어떻게 우리나라를 침략했을까?
조선의 왕비는 왜 일본에 의해 죽었을까?
3.1운동의 무기가 태극기였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광복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대한민국 국민은 왜 다시 광장으로 나가야 했을까?
이처럼 덕혜옹주의 생애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조선 말기부터 대한민국 근대에 이르는 역사의 중요 키워드인 제국주의와 조선의 개화, 강화도 조약부터 대한제국의 설립까지의 큰 사건들, 일제 강점기에 희생된 사람들과 독립 운동들, 그리고 2차 세계대전과 광복, 이후의 민주화 운동까지 덕혜옹주가 살아간 8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기의 세계사와 한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기 위해 ‘덕혜옹주를 통해 본 한국사/세계사’를 책 속의 코너로 만들어 덕혜옹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과 역사적 사실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마지막에는 ‘한국사 속 덕혜옹주의 생애’를 통해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덕혜옹주가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한국사 연표와 덕혜옹주의 연표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덕혜옹주를 깊이 이해하고,
내가 덕혜옹주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사고력 2배 인물 탐구서!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일지라도 그것을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황과 삶에 맞추어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독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며, 사고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이 책에서는 ‘내가 덕혜옹주라면’이라는 책 속 코너를 통해 덕혜옹주가 겪었던 상황을 한 번쯤 상상해보고, 현재에도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상황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도록 한다. 왕족으로 태어난다면, 나의 일상생활이 모두 공개된다면, 자유를 빼앗긴다면, 다른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등의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생각하고 직접 적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친구나 부모님과도 함께할 수 있는 독후활동이다. 이를 통해 덕혜옹주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독서의 심화학습의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일본은 고종의 사망 원인을 뇌일혈 혹은 심장마비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흘 뒤로 예정되어 있던 아들 이은과 마사코의 결혼식은 1년이나 연기됐다. 특별히 알려진 눈에 띄는 질병도 없는 건강한 몸이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생명이 꺼질 만큼 나약한 인간도 아니었다.
을사늑약에 끝내 사인을 하지 않은 고종의 강직함이 일본의 심기를 건드린 지는 아마 꽤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때는 마침 파리에서 평화회의가 열리던 시기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고종이 파리로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는 밀사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에, 어쩌면 일본은 호시탐탐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선의 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1대 황제. 45년간 조선을 통치했으나 일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비운의 왕. 그는 이렇게 떠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독이라니? 살해라니? 고종의 승하는 조선인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나라를 잃은 망국의 군주는 아마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_ 벼랑 끝에 서서
장례는 6월 10일에 치러졌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순종을 극진히 간호하던 덕혜옹주의 모습을 장례식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일본이 덕혜옹주의 장례 참석을 불허한 것이다.
조선에서 순종의 장례가 치러지던 날, 덕혜는 일본의 학습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수업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덕혜의 몸은 학습원에 있었으나, 그저 육신이었을 뿐 영혼은 조선을 향해 절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오라비의 장례식에조차 참석할 수 없는지, 그러고도 내가 옹주가 맞는지, 조선인으로 태어난 것이 이토록 원망스러워야 할 일인지….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 덕혜옹주는 완전히 혼자가 되고 만다. 어머니 양 귀인마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일본에서 소식을 들은 덕혜는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아, 어머니… 저는 이제 어쩌면 좋아요….”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조선으로 돌아온 옹주는 이제 덕수궁이 낯설 지경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도, 오라버니도, 그리고 이제 어머니마저 덕혜의 곁에 없는 것이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런데 더욱 서러운 일이 생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상복을 벗으라니요…?”
덕혜가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입은 검은색 상복을 가지고 일본 궁내성에서 트집을 잡은 것이다.
_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