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공포는 아이를 삼키고, 그 아이가 자라서 되는 어른마저 삼킨다.”많은 의사들이 의아해한다. 자가면역질환, 심장병, 만성 장 질환, 편두통, 우울증 같은 질병이 어째서 이토록 만연하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병에 특히 취약하고, 치료하기도 그렇게 어려울까?
그것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지닌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의 만성적인 스트레스 인자, 상실, 역경, 두려움이 그들의 뇌와 몸에 심어놓은 시한폭탄이 수십 년 후 성인기에 터지는 것이다. 머리는 옛일을 잊더라도 몸은 결코 잊지 않는다. 질병은 몸의 기억이 터뜨리는 고통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아동기역경후증후군’이 피치 못할 운명은 아니다. 생애 초기의 트라우마가 심신에 미친 영향을 되돌리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게 해줄 다양한 치유 전략과 기법이 개발되어 있다. 너무나 오랜 세월 고통에 갇혔던 당신을 이제 해방시킬 때다. 이 책은 스스로도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저자가 관련 연구들을 수백 편 분석하고 주요 연구자들을 인터뷰하는 한편 ‘역경-질환-치유’의 과정을 통과해 온 열세 명의 삶을 추적하여 펴낸 실태 보고서이자 치유 안내서다.
■ 1990년대에 미국의 두 의사, 빈센트 펠리티와 로버트 앤다에 의해 시작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연구(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약칭 ACE Study)’는 아동기에 겪은 여러 유형의 역경과 성인기에 엄습하는 신체적·정신적 질환 사이에 뚜렷한 과학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는 언어적 폄훼와 모욕, 정서적·신체적 방임, 신체적·성적 학대, 함께 사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정신질환 혹은 물질 중독, 어머니가 학대받는 장면 목격, 별거나 이혼으로 한쪽 부모를 잃는 것 등의 아동기 트라우마를 포함한 열 가지 유형의 역경을 지표로 삼았다.
■ 겪어야 했던 역경의 가짓수로 매기는 ACE 점수가 4점인 사람들은 0점인 사람보다 암 진단을 받을 확률이 두 배나 됐다. 점수가 1점씩 올라갈 때마다 성인기에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하게 될 가능성이 20%씩 상승했다. ACE 점수가 4점인 사람은 0점인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60%나 높았다. 6점 이상이면 수명이 20년 가까이 단축되었다. 7점 이상인 사람 가운데 담배나 술을 하지 않고, 과체중이 아니며, 당뇨가 없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이들조차 ACE 점수 0점인 이들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360% 높게 나타났다. 부모가 사망했거나,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당했거나, 방임되었거나, 부모의 불화를 목격한 아동들은 성인이 되어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당뇨병, 두통, 루푸스, 암,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아동기에 힘든 상황을 겪으면 성인이 되어 만성피로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6배로 커진다. 한쪽 부모를 잃은 아동은 성인이 되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배, 부모가 이혼한 아동은 훗날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2배다. 만성적인 독성 스트레스는 이처럼 평생을 공격한다.
■ ACE 연구가 제공한 새로운 렌즈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몸과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어째서 고통에 시달리는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고 멘토링 해야 하는지, 심신의 병을 더 잘 예방하고 치료하고 관리할 방법은 뭔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심원한 수준에서 회복과 치유를 이뤄낼 방법은 또 무엇인지 등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최고의 소식이다.
뇌는 어린 시절엔 크게 변할 수 있으며, 일생 내내 가소성(可塑性)을 유지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뇌와 신체에 입힌 피해를 되돌릴 여러 가지 강력한 방법들을 발견했다. 당신의 나이가, 혹은 자녀의 나이가 몇 살이든 늦지 않았다. 비교적 간단하며 과학에 근거한 몇몇 방법, 몇몇 단계를 밟음으로써 뇌를 재시동하고, 치유를 촉진할 새로운 경로를 열고, 당신이 원래 되었어야 할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스스로 실행하는 12단계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치료법들에 든든한 밑받침이 되는 것은 마음챙김 명상이다. 이 명상은 뇌 내의 신경회로망을 다시 활성화하고 염증반응을 재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 단 하루 동안 8시간짜리 수행 프로그램에서 마음챙김 명상과 그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BSR) 요법을 수행한 경우에도 스트레스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도 덜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염증성 화학물질에 잠겨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따라서 몸과 신경에 염증이 덜 생기며 신체적 질환과 불안, 우울 역시 덜 생기게 마련이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여럿 겪으며 성장한 사람이라도 명상 수련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 정서적·신체적 안녕을 증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치유법들에 이어지는 장, ‘좋은 양육을 받지 못했어도 좋은 양육을 할 수 있다’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이 만성적인 독성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회복하도록 도우려는 부모와 교사, 멘토들이 꼭 알아둬야 할 열네 가지의 실용적, 일상적 전략을 소개한다.
방송 듣기네이버 오디오클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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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odty.me/episode/12993132카이저 퍼머넌테이 병원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 상당수가 펠리티와 그가 이끄는 간호사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 수술 없이 연간 수백 파운드까지 감량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한데 완전히 성공한 줄로만 알았던 비만 프로그램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몸무게를 순조롭게 줄이고 있던 환자 다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소율이었다. 펠리티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야겠노라 결심하고, 환자 286명을 직접 일대일로 면담했다. 그리고 면담 중에 놀랄 정도로 많은 수의 환자에게서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고백을 들었다. 특히 성적 학대를 당한 이가 많았다. 그들에게 먹는 것은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먹어댐으로써 수십 년 동안 속 깊이 감춰 온 불안과 공포, 우울을 달랠 수 있었다. 불어난 체중은 원치 않는 신체적 관심을 받는 걸 막아주는 방패로서 기능하기도 했고, 환자들은 그 방패를 잃고 싶지 않았다. … 펠리티는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북미비만연구협회 전국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그는 그 자리에 모인 의사들 앞에서 “공중보건의 어떤 까다로운 문제들”은 그 근본 원인이 “수치심, 비밀주의, 그리고 삶의 경험 중 특정한 영역들에 대한 탐구를 막는 사회적 금기에 의해”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검사의 처음 다섯 개 문항은 응답자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응답자가 아동 혹은 청소년 시절에 겪었을 수 있는 정서적·신체적 스트레스 인자를 평가하는 이 문항들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이(즉 어린 시절의 환자)를 모욕하거나 폄하하거나 정서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했는지,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때리거나, 밀치거나, 몸을 성적으로 만졌는지를 묻는다. 또한, 가족 구성원 가운데 아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혹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돌보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는지, 깨끗한 옷이나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거나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었는지를 묻는다. 그 다음 다섯 문항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것이었다. 성장기의 가정 상황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이 문항들에선 별거나 이혼 등으로 한쪽 부모를 잃었는지, 어머니가 맞거나 꽉 붙잡히거나 위협받거나 길게 구타당하곤 했는지를 묻는다. 집안에 알코올이나 다른 물질에 중독된 사람이 있었는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이나 행동상의 문제를 지닌 사람이 있었는지, 자살을 시도한 사람 또는 교도소에 간 사람이 있었는지도 묻는다. 펠리티와 앤다의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면담 후 자신이 어렸을 적 겪은 역경, 즉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의 범주가 몇 가지나 되느냐에 따라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점수(ACE Score)를 부여받았다. 열 개의 문항은 전부 어떤 식으로든 가족 역기능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열 개의 문항으로부터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연구(ACE Study)가 탄생했다.
펠리티와 앤다의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57세였고 네 명 중 세 명은 대학 교육을 받았다. 다시 말해서, 좋은 교육을 받았고, 대부분이 백인이고 중산층이며,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지닌 ‘성공한’ 남녀들이었다. 두 연구자는 이들이 ‘네’라고 응답한 부정적 경험의 문항 수가 상당히 적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이 ‘네’라고 답한 문항의 수는 그 누구의 예상보다도 훨씬 많았다. 하나 이상의 문항에 ‘네’라고 답한 사람, 즉 18세가 되기 전에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적어도 한 가지 범주 이상 겪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4%로 세 명 중 두 명꼴이었다. 전체의 40%가 두 범주 이상의 ACE를 경험했고, ACE 점수가 4 이상인 응답자가 전체의 1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