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진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한다. 지난 20년간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셔터를 누르며 가치 있는 장면을 기록해온 사진기자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세월호 사건이나 노동자들의 장기농성장, 로힝야 난민 등을 취재 하면서 사진기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담긴 책이다.
사진기자의 렌즈 너머로 만난 사람과 풍경이 눈길을 붙잡는다. 아프고 힘든 세상을 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와 글로 풀어냈다. '이 사진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라는 비관적인 질문에 갇혀 괴로워하다가도,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카메라로 멱살을 잡아 흔드는 결기를 보이기도 한다. 사건의 현장뿐 아니라 이 땅의 사계, 유명인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홍콩시위현장 등 그가 뷰파인더로 본 세상은 스펙트럼이 넓다.
2020년 현재 경향신문 사진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보도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이 있다.
출판사 리뷰
작가는 지난 수년간 취재 현장에서 찍어온 사진을 고른 뒤 사람들에게 사진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사진기자라는 직업이 특성상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에 모두 다섯 개의 색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1부와 2부는 사회성 짙은 취재 현장의 뒷 이야기와 다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이 담겨 있다. 3부는 이 땅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었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4부는 에티오피아의 먹거리와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인들의 난민촌,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하는 대규모 홍콩 시위, 케냐 마사이 소녀들의 학교 취재와 뒷이야기를 담았다. 5부는 사진과 사진기에 대한 사유다. 쓰지 않아 버려진 사진, 선택받지 못한 사진, 의도치 않게 저절로 찍힌 흔들린 사진 모두를 감싸 안는 ‘나의 사진’ ‘나의 사진기’에 대한 단상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탄광에서 찍은 기념사진으로 사진 에세이를 마무리하고 있다. 흑백사진처럼 빛이 바랜 사진 속의 작가에게서 삼십 대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가는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보다 ‘지금 나의 중심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카메라를 넣어 두는 제 개인 사물함 앞에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습니다. 드물게 제가 찍힌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2004년 겨울, 태백의 한 탄광의 갱도 입구에서 찍은 기념사진입니다. 사물함에 붙여 놓은 지 10년은 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갱도의 끝인 막장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던 참이었습니다. 갱도 입구 쪽에서 막 근무를 교대한 탄광 노동자들이 함께 걸어 나오는 사진을 ‘함부로’ 찍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습니다. 민망해진 저를 다독이려고 했던지 직접 안내를 해 주셨던 탄광의 생산부장께서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제게 부탁을 하나 해 왔습니다.
“오랜 세월 광부로 밥벌이를 했는데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어요.”
저를 안내하기 위해 복장을 착용한 그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자, 이번에는 저보고 갱도 앞에 서 보라고 했습니다. 제 카메라를 받아 든 생산부장은 제 사진을 몇 컷 찍어 주셨습니다. (…) 사진 속의 저는 어렸네요. 호기심도 열정도 컸던 시절입니다. 사진을 사물함에 붙인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초심’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기자 생활이 중간 지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서른 전후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보다, 그간의 경험과 고민의 축적으로 지금 찍는 한 컷 한 컷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심이 아닌 ‘중심’이라 해 둘까요.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단어지요.
‘지금 나의 ‘중심’은 무엇일까?’ ‘그 중심 위에 하루하루 무엇을 더 쌓아 갈까?’
10년 후면 사진기자로서 ‘종심’을 얘기하겠지요.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나’를 다독이며 마지막까지 뚜벅뚜벅 걸어가야겠습니다.
-<에필로그 中에서>
‘그럼, 사진은 내게 무엇일까?’
질문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사진이 견고한 ‘세상’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게 합니다.
어느 날 메모리카드에 담긴 사진을 노트북에 띄워 놓고 쓸 만한 사진을 골라내던 중이었습니다. 빼곡히 들어앉은 사진들 사이에서 불순물처럼 끼어든 사진이 눈에 띕니다. 초점이 맞지도 않고 심지어 흔들린 땅바닥이 앵글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셔터가 잘못 눌린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이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이 사진 안에도 내가 들어있구나.’
…
쓸모가 없었거나, 신문 마감 이후 지워지고 잊혔을 그저 그런 사진들이 이야기를 입고 ‘어떤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 사진과 글을 개인 블로그 <나이스가이의 사진이야기>에 쌓아 두었습니다. 2014년 이후의 글과 사진을 골라내고 다듬었습니다. 들쑥날쑥한 상념들이 사진에세이라는 펑퍼짐한 이름 아래 담겼습니다. 사진을 앞세운 에세이라 독자의 시선이 사진에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늘 현재형입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개인의 감각과 경험이 투영돼 다른 이야기가 들려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진은 열려 있고 해석은 온전히 읽는 이의 몫입니다.
...
사진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습니다. 카메라 파인더는 세상을 바라보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해석하는 창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의 부족함은 사진의 실패로 자주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얻는 배움이 컸습니다. 이런 경험의 반복이 그래도 나를 좀 더 나은 기자,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누비는 한 나의 실패는 계속될 것이고, 그만큼 나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 믿으려 합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윤중
경향신문 사진기자다. 2000년에 입사했다. 용산참사, 세월호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녔다.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선과 총선 등 정치현장을 취재했으며, 월드컵과 페럴림픽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도 경험했다. 우리 시회에서 차별 받고 소외된 이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힘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카메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순진한 희망은 접었다. 그러나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카메라로 ‘멱살잡이’를 할 수 있는 결기는 잃지 않았다. 생명들이 어우러져 사는 지구 위에서 자신의 셔터소리가 음악처럼 울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여러 차례 보도사진상을 수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진은 없다. 찍고 쓴 책으로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렌즈도 눈물을 흘린다
14 아이들이었을까
16 어떤 생일 선물
20 당신이 가난을 알아?
26 사과 두 자루
30 사람만 한 우럭
34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38 증명해야 하는 슬픔
40 막대사탕과 폭행
43 미세먼지보다 지긋지긋한
45 슬픈 사자를 보았다
48 반달곰의 일이라서…
52 꿀잠을 잘 수 있었던 이유
56 ‘계란후라이’ 연대
60 안전화에 피는 꽃
62 가장 짧은 사진전
66 4월의 달력
제2부
배철수 아저씨, 점점 멋있어지네요
70 비장애인처럼 잘 살겠습니다
76 배철수 아저씨는 멋져요
81 옛날 가수를 만났다
85 아주 특별한 가족사진
90 내 반려인을 응원합니다
92 동건이와 정우를 찍다
96 에덴미용실
100 어머니의 거친 손
106 푸근한 말이 주는 위안
102 둘이 묵으이 맛나네
110 교황의 위로
116 맥주 한 잔
120 중2의 가족여행 사진
124 행운을 드립니다
128 아는 형님
131 청춘을 응원합니다
제3부
여수 밤바다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136 내 것이 되는 풍광
140 새가 없는 풍경
144 새가 있는 풍경
150 해 보세요, 그게 무엇이든
154 바람 소리가 들려
158 속도라는 병
162 여수 밤바다
166 마지막 장맛비
168 같은 하늘 아래
170 나는 DMZ의 고라니다
176 나도 변하고 있구나
180 백화산 청산이
184 생라자르역에서
188 산복도로의 매력
192 거짓의 거짓
제4부
그래도 “하쿠나 마타타”
196 살람 에티오피아
206 그 눈망울이 아팠다
걱정 쫓는 주술 ‘23’ / 메인널고나 / 눈빛의 여운 / 국경으로 가다
236 힘내세요, 홍콩
248 어쨌거나, 하쿠나 마타타
제5부
사진이 말을 걸어온다
260 자식 같은 사진
264 때로는 실패가 더 아름답다
266 정신적 이완의 정점, 깊은 심심함
270 렌즈 너머 보이는 눈동자
274 부상자 대역 마네킹
278 우리 동네 사진전
282 쓰지 못한 사진이 하는 말
286 드론에 욕해 봤나
290 혼자 하는 사진놀이
295 카메라들의 이별의식
299 에필로그|빛바랜 사진이 내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