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임휴찬 산문. 취재기자, IT 기획자, 연극 연출가, 영상 제작자 등 직장 생활과 창작활동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느낀 단상들을 모아 엮었다. 산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지만, 책의 구성은 형식을 지정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수필과 칼럼들이 지나가다가 꿈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무의식을 표현한 글들도 불쑥 나타난다. 작가의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그 생각의 내밀한 촉감과 정서까지 담을 수 없을까, 고민한 흔적들이다.
출판사 리뷰
관습과 통념은 온전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세상은 내일이라는 희망을 손에 쥐여주며 오늘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내일은 다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말들에 지친다.
해피엔딩을 쓰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십수 편의 희곡과 단편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했지만, 그중 해피엔딩 스토리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엄연히 존재하는 불행을 가상의 해피엔딩으로 치환하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런 해피엔딩은 막연한 거짓 희망을 심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새드엔딩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세상을 관찰하며 살아온 일기와도 같다. 취재기자, IT 기획자, 연극 연출가, 영상 제작자 등 직장 생활과 창작활동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느낀 단상들을 모아 엮었다.
산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지만, 책의 구성은 형식을 지정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수필과 칼럼들이 지나가다가 꿈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무의식을 표현한 글들도 불쑥 나타난다. 작가의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그 생각의 내밀한 촉감과 정서까지 담을 수 없을까, 고민한 흔적들이다.
영화감독, 취재기자, IT 기획자, 연극 연출가 그리고 영상 제작자 등 카멜레온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 사는 세상과 마주한 임휴찬.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그의 이름 앞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해본다.
그는 있는 모습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거짓 없는 모습, 그래야만 억지 해피엔딩으로 인한 새드엔딩이 되는 모순을 막을 수 있기에.
그의 글은 시원하다. 글 속에 담긴 깊은 내면의 고뇌를 시원하고 담백하게 풀어낼 줄 안다.
우리가 그동안 억지 해피엔딩에 갇혀있었다면, 이제 그의 글을 만나보자.
고양이의 믿음8년째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자라서 당연히 애교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여전히 신기하다. 배를 까 뒤집고 가슴 부위를 조몰락거려도, 턱밑에서 목을 쓸어내리며 힘을 주고 눌러도, 꼬리를 붙잡고 빙빙 돌려도, 민감할 것 같은 급소 부위들을 마구 만지는데도 기분 좋다며 ‘갸르릉’ 거리기만 한다. 곁에 있는 인간이 자신을 해할 것이라는 의심이 전혀 없다.
어쩌다가 발치에 와 있는 걸 모르고 발등이나 꼬리를 잘못 밟아도 얕게 ‘끄응’ 소리를 낼 뿐, 자신을 공격한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단지 실수였다는 걸 다 아는 듯한 눈빛. 완전한 신뢰관계라고 해야 할까?
예닐곱 살 꼬마 때도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자라면서 다소 방어적으로 나를 대했다. 불만이 있었던 것인데, 시간이 흘러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동물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서툴렀다. 귀엽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꼬옥 붙잡고 안아서 고양이가 불편해하는데도 놓아주지 않곤 했다. 고양이는 참다가 내 품을 뛰쳐나갔고, 그 과정에서 내 손이나 팔을 할퀴기도 했다. 그러면 나도 화가 나서 꼬리를 슬쩍 밟고 도망가는 식으로 복수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점점 나를 믿지 않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의 습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와의 공존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잡힌 나라에서는 대로변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불쑥 다가가도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다가와서 무릎에 얼굴을 비비기도 한다.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쌓인 행동방식.
반면 한국에선 먹을거리를 좀 주려고 불러도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는 길고양이들이 많다. 고함을 치거나 위협하며 내쫓는 사람들을 접해봤기 때문이다. 이런 고양이들에게 사람이란 동물은 경계의 대상이다.
간혹 한국의 길고양이와도 같은 사람들을 마주치곤 한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 도망가듯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고 언제든 벽을 쌓을 준비를 하는 이들. 그 경계심의 출발점이 어디였을지 헤아리면 먹먹하기만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임휴찬
한 때는 취재기자, 한 때는 IT 기획자. 때로는 영상제작자. 아울러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연출하기도 했고, 단편영화도 틈틈이 촬영하고 있다. 지금도 또 다른 일과 창작에 도전하길 원하며, 존재와 소통에 관해 탐구하며 세상 속을 떠돌고 있다.instagram, @hue_chan
목차
작가의 말 8
지하철의 터치다운 히어로 12
당신은 ‘동안’이십니까? 14
우물 안의 감정 16
남 21
해후(邂逅) 22
고양이의 믿음 23
아이와 타인 1 25
미래는 거짓이다 26
전직 29
고생의 불평등 30
꿈 이야기 1 32
연필 쥐는 법 34
명함 앞에 엎드리는 사람들 36
아이와 타인 2 39
어떤 부조리극 41
신나는 공상세계 43
욕망 47
불신 증후군 48
사기꾼 54
싸움을 위한 시 55
부정적인 감정의 필요성 57
해피엔딩 좀 쓰면 안 돼요? 60
딸기잼 진혼곡 64
아이와 타인 3 67
잔잔하고 부드러운 설렘 68
흡연 학생은 왜 매를 맞았을까? 73
공범 76
얼치기들 78
꿈 이야기 2 79
염치의 실종 81
관성 85
완전한 식사 86
비혼과 결포 사이 88
평행선 93
스토리 중심주의 유감 94
성공이라는 환영(幻影) 98
군집의 욕망 100
도시 105
즈음 106
복잡한 심플라이프, 숨 막히는 미니멀리즘 107
밥 먹기 110
단어 111
일방적인 접촉의 위험성 112
괴물 115
중독 116
살해 118
아이와 타인 4 119
TV는 세상을 타고 121
집값 123
꿈 이야기 3 124
의자 빼앗기 125
침묵의 이유 128
그들만의 리그 129
꿈 133
악인 135
검은 밤, 철길 위에서 136
적당한 거리 137
어른 140
꿈 이야기 4 142
당신이라는 우주 145
어떤 통로 147
사람은 변한다 151
꿈이 아닌 이야기 153
나쁜 기억 154
가름 155
경계와 불신의 도미노 158
‘늦은 나이’ 콤플렉스 160
부(富) 164
모호함에 대한 변론 165
빈 공간 167
아이와 타인 5 168
파국의 시작 169
형식과 내용 170
예(藝), 예(禮) 172
그물망 175
위기 177
나는 누구의 연료인가? 178
선거 과잉 179
생각 안 할 시간 181
언어 세탁 182
죄의 크기 185
관계들 186
조건부 신사 187
생일 192
‘연령대별 많이 본’ 그 무엇 194
느림 196
다시 갈 수 없는 여행 198
옛날의 나에게 200
꿈 이야기 5 201
비관론 203
기적을 믿던 때가 있었다 205
신용카드의 결계 209
여행의 끝마다 211
말장난 214
생활기록부(통지표) 217
디지털 세계 219
아이와 타인 6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