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큰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싹을 틔운다
김탁환이 발견한 두 번째 인생 발아의 시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그 질문 겸 감탄사를 들었고 또 따라했다. 아름답지요?”
― 정혜신.이명수|『당신이 옳다』저자
“다르게 아름답고 다르게 진실할 때 다른 삶이 펼쳐진다”
이야기에 매혹된 소설가 김탁환이 땅에 매혹된 농부 이동현을 만나
서로를 흔들어 깨운 시간들!25년간 역사소설과 사회파소설을 써오며 사회에 반향을 일으켜온 작가 김탁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거친 세상 속에 놓인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회와 인간이 만들어온 문제에 천착하며 쉼 없이 소설을 써왔다. 그러던 중,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 또한 글 쓰는 기계가 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기존의 작법과 시선, 가치관으로는 소설가로서 더 이상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써내려 갈 수 없음을 거리 위에서 통감했다. 그리고 어느덧 소설가로서의 후반생을 준비해야 할 시기, 결국 작업실을 벗어나 길 위를 걸었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품은 채 지방 곳곳의 ‘마을’로 향했다.
그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마을은 전라남도 곡성이다. 그곳에서 도시소설가 김탁환은 농부과학자 이동현을 만나 두 번째 인생 발화의 시간을 함께했다. 이를 통해 발견한 삶의 지혜와 회생의 길을 신간『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 담아냈다. 이 책은 김탁환 작가가 마을을 샅샅이 어루만진 끝에 쓴 르포형 에세이로서, 도시소설가가 마을소설가로서 내딛는 시작점이자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소멸에 맞서는 벗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다전국의 마을들을 종횡으로 누비며 그가 맞닥뜨린 주제는 ‘소멸’이었다. 지방, 농촌, 농업, 공동체의 소멸을 체감하지만, 결국 인구 1천만의 서울에서 살아가는 그 누구도 세월의 위력 앞에, 자본주의 시스템의 잣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소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농부과학자 이동현은 작가의 이러한 질문에 하나의 답이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준 사람이다. 그는 곡성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기업가이자 미생물학 박사이며, 2019년 유엔식량기구 모범농민상을 받은 농부이다. 그는 동생물과 공존하는 생태계의 법칙과 인간다운 삶의 철학, 공동체에 흐르는 연대의 힘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교집합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삶을 오롯이 비추며 이야기의 세계와 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비록 자본주의 시대에 그 가치가 퇴색되기도 하지만, ‘농(農)’과 ‘소설’처럼 각자 삶에서 결국 지키고 싶은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만남의 과정에서 김탁환 작가는 소멸의 위기와 만물의 고통에 반응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이동현 대표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지키는 태도’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씨앗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빗대어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교차하며 담아낸다. 1장 ‘발아’에서는 각자 마음속 깊이 간직한 한 글자를 떠올리며 삶에서 지키고 싶은 것을 되새긴다. 2장 ‘모내기’에서는 미실란의 창업과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3장 ‘김매기’에서는 각자 맞이한 위기 앞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4장 ‘추수’에서는 사람을 존중하고 건강한 문화가 있는 기업과 행복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실천해온 노력의 결실을 보여준다. 5장 ‘파종’에서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마을에 필요한 적정한 기술을 도입할 때 사람과 사회에 미래가 있음을 강조한다.
바이러스, 기후 변화… 우리 삶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흙에서 배운 지혜로 우리 안에 꺼져가던 빛을 다시 밝히다이동현 대표가 땅과 흙, 동식물로부터 체득한 지혜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일깨운다. 일례로 모 사이의 거리를 보통 논보다 세 배 이상 띄고, 화학비료 대신 왕우렁이로 피를 제거하는 방식은 언뜻 비효율적인 듯 보이지만, 오히려 벼가 더 깊이 뿌리를 내려 재해에도 강하게 살아남는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쳐온 대도시의 생활 방식과 삶과 사람 간의 거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지금 더욱 귀기울이게 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식량 위기 등 삶의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에 좌초되지 않기 위해 붙들어야 할 가치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리듬감 있는 문체, 솔직한 자기고백, 삶에 대한 통찰력으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답사를 다니며 발견한 곡성의 마을 이야기들을 각 장 끝에 담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치유 사진 작가’ 임종진 작가가 곡성과 미실란에서 찍은 생명력 가득한 사진은 이 책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작가 김탁환과 농부 이동현은 결과에 만족하기보다 새로운 길을 내어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 길의 모습은 다르되 결국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건강한 공존을 고민하는 사회에, 삶의 방향을 되묻는 개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도시소설가에서 마을소설가로, 소설가 김탁환이 발견한 회생의 길 이 책엔 도시소설가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는 과정이 담겼다. 미실란이 지방, 농촌, 벼농사, 공동체 등 네 가지 소멸과 맞서 싸우는 과정, 이 대표가 과학적인 방법론과 전통적인 이야기를 한 그릇에 담는 과정, 곡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엉키고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 이동현과 김탁환이 우정을 나누는 과정 등이 볏단처럼 쌓였다.
새롭고 낯선 만남 속에서 이 대표는 나를 흔들어 깨웠고 나 역시 그에게 영향을 줬다. 거창하게 운명이란 단어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서로의 곁에 머물며 달라졌다. 나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싶었고 그 역시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장편소설에 흥미를 느꼈다. 서른 살 무렵부터 질주한 20년을 돌아보고 정돈한 후 또다른 20년을 시작할 나이이기도 했다.
가족에게조차 드러내지 못한 고민과 감정을 서로에게 보여줬다.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삶이 때론 대황강 새벽안개처럼 모호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껄껄 웃었다.
이 만남이 나를, 이동현 대표를, 미실란을, 곡성을, 또 이 책을 읽는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까. 논 사람인 벼가 그 답을 내놓을지 모르니 서둘러 들녘으로 나가봐야겠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2018년 3월부터 지금까지 이동현 대표와 틈만 나면 만났다. 왜 나는 그를 자꾸 찾아갔고, 그는 왜 계속 나와 어울렸을까.
우연히 인사를 나누고 뜻이 통하더라도, 바쁜 시절을 탓하며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적지 않다. 그와 나는 그렇게 엇갈리지 않고, 사는 곳이 멀다고 핑계 대지 않고, 만나서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마시고 함께 먹고 함께 잤다.
우리 대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발아(發芽)’이다. 발아는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공 발아를, 신을 대신하여 잠든 씨앗을 깨워, 씨앗이 스스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잠든 씨앗은 미래를 대비하여 움츠린 채 영양소를 아끼고 지키지만, 깨어나 싹을 틔울 때는 영양소를 활발하게 생동시킨다. 아직 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씨앗이 지닌 영양소들로 싹이 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가가 되고 과학자가 되기 위한 도약의 순간을 일찍이 겪었다. 문학과 농업의 전문가로 이십 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미 해결한 문제도 있지만 적지 않은 인생의 난관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 할까. 이 정도에서 평온한 길로 방향을 틀까.
― <1-1 두 번째로 내 삶을 깨우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