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는 왜 동물을 사랑하는가’
너무 당연해서 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랑에 관하여 오래된 SF 단편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간은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동물원에 갇힌다. 주인공은 자신이 지적 생명체임을 증명하려고 갖은 수를 쓰지만 외계인들은 그의 메시지를 묵살한다. 고독과 절망에 지친 인간은 동물원의 창살 틈으로 들어 온 작은 동물을 반려동물 삼아 키우기 시작한다. 집과 먹이를 주고 가족으로 만든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외계인들은 황급히 그를 풀어 주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다른 동물을 길들이고 키우는 존재는 동물원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중요하게 본 건 지능이 아니라 다른 생물을 다른 목적 없이 그저 반려하려는 마음 또는 욕구였다. 그런 마음을 지닌 생물은 우주를 통틀어서도 드물기 때문이었다.
동물을 향한 사랑은 가끔 너무 간단해 보여서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귀여운데 나를 잘 따르기까지 한다면 그 존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조금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만약 ‘귀엽고 나를 잘 따른다’는 이유가 정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높은 지능과 이타성을 가진 다른 동물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다른 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이다. 오직 인간의 정신 속에만 존재하는 이 특별한 사랑은, 그러나 너무 사소하고도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관한 논의는 주로 ‘신’이나 ‘언어’ 같은 거창한 주제에 한정돼 있었고, ‘우리 집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를 그와 비슷한 선상에 놓으려고 시도한 사람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신이나 언어의 기원에 관한 의문 못지않게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수수께끼에 관심이 없더라도 동물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좋은 시간은 즐기고 힘든 시간은 흘려보내면 된다. 그러나 만약 동물을 향한 사랑의 깊이를 조금 더하고 싶다면, 혹은 때로 이 사랑이 신비하게 느껴져서 그 정체를 약간이나마 더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사랑의 모든 단계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살며 사랑하며 기르며』는 친절하게 구성돼 있다. 바로 동물과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꾸려 놓았다. 예를 들어, 만남에 해당하는 1장 ‘반려동물 찾기’는 우리 각자가 동물을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을 인류가 처음으로 동물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순간과 연결한다. 2만 6천 년 전에 어두운 동굴 바닥에 발자국을 남긴 한 소년과 개의 이야기가 인류와 동물의 관계 전체로 이어졌다가 다시 저자 자신이 어릴 때 사랑했던 반려견 이야기로 연결되는 모습은 더없이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시점을 연결해서 반려동물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알려 준다. 특히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자꾸 말을 거는 이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는 이유,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는 이유처럼 얼핏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주제에 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또한 반려동물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논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예를 들어,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동물을 ‘반려한다’는 표현이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는 이렇게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으면 그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가끔은 이기심이고, 가끔은 심리적 편향이며, 가끔은 그저 인류의 오래된 본능에 따른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동물을 향한 사랑이 사실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각각의 부분으로만 따지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합쳐지면서 논리와 합리를 넘어선 커다란 사랑이 태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소보다 비싼 시절이 있었다고?“가장 긴 문장을 말하려 해도 / 단어는 필요 없다네.” 보들레르의 시 「고양이」에 등장하는 이 시구는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고대 아일랜드에서는 한때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 한 마리의 값어치를 한다고 보았다(쥐를 잘 잡는 고양이의 몸값은 소 세 마리에 해당했다). 저자는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이유가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그와 별개로 이 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관한 역사 속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소개한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는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와 문학 작품을 가득 소개한다. 최고의 동물언어학자인 아이린 페퍼버그가 자신을 ‘간택’한 새끼 앵무새를 거부하지 못한 일화처럼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동물 애호가였던 알렉상드르 뒤마의 반려동물 중에는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소년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처럼 기묘한 이야기도 있으며, 고양이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통해 상대를 테스트한 장 자크 루소의 일화처럼 유쾌하고 기발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풍부하게 준비돼 있다. 영국의 유명 소설가 호러스 월폴은 세상을 떠난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시를 썼는데, 이 책의 저자가 소개한 시구는 그 슬픔만큼이나 아름답다. “올해 핀 가장 달콤한 장미.”
또는 인간이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사실 속에 담긴 모든 기쁨과 슬픔을 네 문장 안에 담아낸 매리 엔셀의 문구는 어떨까. “동물은 그 자체로는 굉장히 무기력하다.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되면서, 나도 그렇게 되었다. 나 역시 무기력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나약한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만약 특별하거나 놀라운 통찰을 얻지 못한다 해도, 이 책은 이런 표현들만으로도 제값을 다할 것이다. 사랑하는 동물로 인한 기쁨과 슬픔을 세심하게 언어로 다듬은 표현들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 깊고 넓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당신처럼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 사랑을 말하기 위해 끝없이 공들여 갈고 닦은 단어들을 읽는 순간, 당신은 사랑을 이해하기에 앞서 이미 그 사랑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1961년, 나사는 ‘햄’이라는 침팬지를 우주로 보냈다. 지구를 떠난 최초의 유인원은 그저 ‘65번’이라고 알려진 채 우주로 향했다. 이 프로젝트의 홍보를 맡은 담당자들은 침팬지에게 주어진 이름과 캐릭터와 거기 담긴 서사를 공개할 경우, 이 침팬지가 살아서 지구로 귀환하지 못했을 때 자신들에게 돌아올 후폭풍을 예상했던 것이다. ‘65번’은 성공리에 귀환한 후에야 햄이라는 이름이 공개되었다(녀석의 특성을 잘 알고 있던 사육사들은 이미 이 침팬지를 ‘촙촙챙’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4년 후, 런던 동물원은 독수리 한 마리가 동물원을 탈출하고 나서야 이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처음에 동물원 직원들은 탈출 사태 자체에만 주목했다. 그런데 탈주한 독수리가 리전트 공원에서 묘기를 부리자,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열기가 극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독수리를 지칭할 이름이 꼭 있어야 했고, 결국 독수리는 ‘골디’라는 이름을 얻었다.
(...) 유명한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 주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동물에게 붙은 이름은 인간이 그 동물을 자신의 공간으로 들였음을 알리는 비유이자 상징이며, 동물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고, 인간과 동물을 운명 공동체로 만들어 주는 장치다.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추구하는 것 중에는 ‘근감각적 공감kinesthetic empathy’이라는 게 있다. 근감각적 공감은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이며, 언어의 도움 없이도 서로를 연결시키는 능력이다. 아마 당신은 주로 동물들이 이런 능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사실이 있다. 인간끼리 소통할 때는 말과 글이라는 도구를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장 신뢰하는 관계에서는 말과 글이 전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