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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문학동네 | 부모님 |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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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삶이 뒤통수를 치는 망연자실한 순간까지도 너른 품으로 끌어안는 작가 이현수의 세번째 소설집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출간되었다. 내년이면 등단 30주년을 맞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내공을 발휘해 써온 작품들을 한데 묶었다.

단편뿐만 아니라 이현수가 선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성격의 첫 중편소설과, 장편 『나흘』(2013)에서 다뤘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또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두 편의 연작소설까지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의도치 않았으나 여지없이 타인과 끈끈하게 ‘엮이고’ 마는 인생사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이 소설들은 비록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함께 맺는 관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진심을 담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진심을 다해 부딪치는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라면, 나아가 소설가 이현수가 아니라면 완성될 수 없을 묵직한 교류와 아련한 엇갈림이 책 속에 가득하다.

  출판사 리뷰

“나이들수록 점점 더 금기어처럼 꺼려지는 ‘우리’라는 말을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와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엮이고 싶어진다.”
_김숨(소설가)


삶이 뒤통수를 치는 망연자실한 순간까지도 너른 품으로 끌어안는 작가 이현수의 세번째 소설집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출간되었다. 내년이면 등단 30주년을 맞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내공을 발휘해 써온 작품들을 한데 묶었다. 단편뿐만 아니라 이현수가 선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성격의 첫 중편소설과, 장편 『나흘』(2013)에서 다뤘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또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두 편의 연작소설까지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의도치 않았으나 여지없이 타인과 끈끈하게 ‘엮이고’ 마는 인생사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이 소설들은 비록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함께 맺는 관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진심을 담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진심을 다해 부딪치는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라면, 나아가 소설가 이현수가 아니라면 완성될 수 없을 묵직한 교류와 아련한 엇갈림이 책 속에 가득하다.
 
오해에서 피어난 강렬한 진심
결코 거짓일 수 없는 다채로운 만남과 결별에 관하여

 
소설집의 첫 수록작 「리플리 부인」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신구 세대 여성 간의 엮임을 따라간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지방의 한 의류매장에 쫓기듯 취직한 ‘나’는 나이든 여자 사장의 화려한 외양에 잠시 혹한다. 그녀는 소싯적에 미스코리아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유명 디자이너의 후배였으며, 모델계의 전설이 된 남자에게 열띤 구애를 받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런데 현재 사장이 ‘나’에게 시키는 일은 라벨 갈이나 구제 옷 되팔기 같은, 현실에 찌든 구질구질한 것들이다. ‘나’는 점점 사장의 눈부신 과거사가 거짓이리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사장이 거짓말할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사장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녀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증폭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서사는 숨가쁘게 내달린다.
이현수의 최신작인 중편소설 「마리나 나의 마리나」는 이 혼란감을 어느 때보다 선득하게 포착해낸다. 불쌍해 보이는 이웃집 미망인 ‘민자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었던 ‘영숙씨’는 민자씨가 벌인 마리나 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한 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숙씨는 딸 ‘우희’와 작은 아파트에서 근근이 사는 데 만족해왔던 만큼 민자씨를 깊이 증오하기에 이른다. 민자씨가 투자금을 뜯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녀에게 접근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영숙씨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민자씨에게 혐의를 씌운 뒤 그녀를 마음껏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가는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의 근육을 단련하는”(문학평론가 황예인, 인터뷰) 정신운동을 촉발하는 이 작품은 타인을 믿어보려는 마음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 끝에 선과 악의 경계를 무화하며 삶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한다.
「돈의 수사학」의 화자는 돈에 인색한 탓에 두 딸과 손자에게 원망만 받는 외로운 노인이다. 형편이 넉넉함에도 경제적 지원을 아끼는 노인을 가족들은 수전노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이 노인이야말로 경제를 읽는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자영업을 하고 싶은 손자가 노인에게 손을 벌리지만, 그가 실패할 것이 눈에 훤한 노인은 선뜻 돈을 내주지 않는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건강이 악화된 노인이 정신을 잃는 순간 손자의 비정한 진심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든다. 병실에 누워 가족들의 속내를 마저 엿듣게 된 노인의 굳은 결심과, 노인은 까맣게 잊었지만 딸들에게는 상처로 남은 노인의 과오가 뒤늦게 대비될 때 이 슬픈 가족사는 다층적인 결을 이루며 다시 한번 읽힌다.
 
서로를 서로의 색으로 물들인 끝에 탁해지고 마는 내면의 빛깔
그러나 어떤 ‘엮임’은 그 관계의 채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살아가는 한 우리는 타인과 엮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관계 맺다보면 어느새 상처 입고 상해버린 내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타인과 엉겨붙어 뒹구느라 줄곧 탁해져가기만 하는 것일까.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리플리 부인」의 ‘나’에게 사장이, 「마리나 나의 마리나」의 영숙씨에게 민자씨가, 「돈의 수사학」의 노인에게 딸들과 손자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순간마다 인물들의 시야는 생생하게 채색되고 있다. 살아 있기에 느끼는 강렬한 실감으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관계는 강렬하다못해 지극히 투명하게 빛나기도 한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와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노근리 연작’으로 묶어 읽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쌍굴에서 벌어진 참사를 겪고 살아남은 ‘남자’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던 “육십 년 전의 여자” ‘인영’을 찾기 위해 실버타운에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된 안내원 ‘그녀’는 자신과 남자가 지독한 상실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낀다. 살아온 시대도, 겪은 사건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온갖 격차를 뛰어넘어 진심으로 교감한다.
그녀와 남자의 만남은 일 년의 공백을 두고 이어지는데, 앞서 수록된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가 일 년 후의 재회를, 이어지는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첫 만남을 담고 있다. 뒷이야기를 먼저 읽으며 감지했던 빈칸이 다음 단편을 읽을 때 꼭 맞게 채워지는 경험을 통해 그녀와 남자가 그렇듯 두 편의 이야기가 단단하게 결속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다른 존재들을 ‘우리’로 묶어주는 이 결속감에 대해 이현수 소설은 쓴다. 악연이든 선연이든, 그렇게 누군가와 엮였을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고. 그렇게 자꾸만 엮고 엮이며 인생은 문학이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이현수의 첫 소설집 『토란』 개정판과 동시 출간된다. 소설쓰기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는 이 믿음직한 작가의 시작과 현재를 나란히 놓고 읽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누구의 기억에도 없었더라면 좋았을 공간, 그러나 기억해야 할 공간이 있다. 소설가 이현수의 고향인 충북 영동 노근리에 있는 쌍굴도 그런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그곳에는 남녀노소 사백 명에 이르는 무고하고 무해한 피난민들이 있었다. 미군들은 나흘 동안 그들에게 십이만 발의 총알을 무차별로 발사했고, 그 흔적은 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칠십 년이 지난 오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는 걸 일깨우듯 쌍굴 밑으로 맑은 물이 너무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인연으로 그곳을 찾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그녀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사람도. 그녀는 그곳에서 온기로 떠돌며 그들을 끌어안고 가만가만 보듬고 있었다. 늙고 남루해진 인생마저 ‘애썼다, 위대하다’ 토닥여주고 높여주는 법을 터득한 그녀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덕분에 나는 숙제를 면제받은 학생처럼 조금은 홀가분한 심정으로 그곳을 떠나올 수 있었다. 나이들수록 점점 더 금기어처럼 꺼려지는 ‘우리’라는 말을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와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엮이고 싶어진다. 그녀가 부디 오래오래 그들을, 저마다의 생의 조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인 우리를 끌어안아주었으면 좋겠다. _김숨(소설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데 여러 겹의 시선이 필요했다고 한 선생님의 말처럼, 나에게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드는 시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이해하지 못할 악인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한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선생님만의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다고 상상했다.
언젠가 우리가 또다시 만나 2020년의 11월을 떠올리며 또 한 겹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작가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누구든 자꾸 이해해버린다는 말이 나는 싫지 않았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둥근 고리 속에는 각각 다른 모습의 리플리 부인이 한 명씩 들어 있었다. 회초리 같은 다리를 가진 수줍은 그녀, 뾰족한 하이힐로 미싱사의 뒤통수를 까는 그녀, 재단대에 누워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그녀, 구제 옷을 매장의 정품으로 둔갑시키는 그녀, 돈 많고 빨리 죽을 영감을 고르는 그녀…… 빙글빙글 돌아가던 둥근 고리의 중심이 팡팡 터지면서 그 빛이 사방에 흩뿌려질 때마다 장마철 흙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그녀가 잠깐잠깐 보였다. 흙탕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그녀.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거센 힘으로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망한 노래 바의 홀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_「리플리 부인」

순수하고 청아하게 태어난 인간은 일생을 사는 동안 자신이 지닌 눈부신 빛덩어리를 힘껏 훼손하기만 하다가 결국 유해한 존재로 세상과 작별한다. 그러니 인간에게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고 우희는 잘라 말했다. _「마리나 나의 마리나」

민자씨는 정말로 사업 신청서를 작성할 줄 몰랐던 걸까? 날 수정 마리나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희가 신청서를 작성하게끔 일을 꾸몄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우지 못한 빈칸은 여전히 남는다. 내가 민자씨를 불신하기 때문에 그녀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자신을 믿어준다고 느낄 때 좋은 사람으로 바뀔 의지가 생기는 법인데. _「마리나 나의 마리나」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현수
1959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97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길갓집 여자』 『신 기생뎐』 『나흘』 『사라진 요일』, 소설집 『토란』 『장미나무 식기장』, 산문집 『아는 사람만 끼리끼리 먹는』 등이 있다. 무영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송순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신 기생뎐』은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 르몽드에 리뷰 기사가 실렸다. 한국작가회의 여성인권위원장, 소설분과위원장으로 일했다.

  목차

리플리 부인 … 007
마리나 나의 마리나 … 039
돈의 수사학 … 115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 … 149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 173

인터뷰│황예인(문학평론가)
누구든 자꾸 이해해버린다는 말 … 201

작가의 말 …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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