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음을 갈고 닦아 정결한 세계를 꾸려나가는 수도자 여덟 명과의 인연을 담아낸 에세이들이다. 진리를 찾고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기 위해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 그들의 삶에서 저자는 천사를 만나는 비밀을 발견한다.수녀님의 취미는 꽃을 곱게 말려 카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수녀원 뜰에 핀 꽃과 풀을 뜯어 정성스레 말려 하얀 도화지에 올려놓고, 비닐을 붙여 만든 카드는 아름답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그 카드에 사연을 담아 보내주신다. 가끔 수녀원을 방문하면 수녀님은 작약, 치자꽃, 매화 등의 꽃을 꺾어 신문지에 싸서 주신다. 밭에서 기른 오이, 당근, 매실 등을 알뜰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참 정겹다. 늘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시는 수녀님은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우체국에 부쳐달라는 심부름을 종종 부탁하신다. 담백한 물빛처럼 살아가시는 수녀님의 맑은 모습에서 하얀 천사가 떠오른다.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평화가 되어주는 사람이 이인숙 수녀님이다.
미래 사회에는 강하면서 부드러운 사람이 폭넓은 신망을 얻을 것이다. 멋진 수도자의 모습도 그럴 것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된 세계가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융합하는 시스템이 도래할 것이다. 신자들이 오면 손수 음식을 해 먹이거나 차를 타주는 수도자에게서 맑은 위로를 받는다. 현대인들은 거창한 설법이나 설교보다 삶 안에서 우러나는 따스한 배려에 목마르다.
희상 스님은 고통스러워도 마음을 보고, 좋아도 마음을 보게 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직접적으로 진리를 설파하기보다는 고요한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만나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어차피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잔디밭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설치 작품으로서의 의자는 앉을 수 없지만 그 어떤 근원처럼 놓여 있다. 그 의자는 고요한 곳에서 나를 만나는 체험을 유도한다. “이 뭣고?” 화두처럼 자신의 근원적인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예술의 길이고 수행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이 순간에 온전히 깨어 있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과 함께 이 순간을 가장 충만하게 누리는 것이다. 비난이나 칭찬은 모두 스쳐가는 것일 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혜영
1966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고백파 시의 창시자인 로버트 로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트 휘트먼, 실비아 플라스, 로버트 로월 등의 영미시인들과 현대 한국시인들의 시 세계를 숭고미와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탐색해왔다. 1997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이, 평론집으로 『메두사의 거울』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이 있다.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를 A Mirror Opens One Thousand Ears(i Universe, Printed in U.S.A. 2011)와 『鏡子打開千雙耳朶』(옌벤대학교 출판부, 2011)로, 시선집 『당신이라는 기호』를 『あなたという記號』(칸칸보 출판사, 2012)로 번역 출간했다. 일본에서 간행되는 『something』 및 여러 문예지에 조명되었다. 『시와 사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웹진 『젊은 시인들』을 창간했다. 부산대학교와 동아대학교에서 시 창작 및 영문학 관련 강의를 하며 시와 산문을 쓰고 있다.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