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다양성과 혼종성, 식민성과 근대성이 공존하는 곳.
잉카, 마야, 아스텍 문명을 품은 땅에서 이민족의 오랜 야만을 인내한 사람들.
혁명과 저항, 희망과 열정이 층위를 이루는 대륙, 라틴아메리카!
“자연으로부터 축복 받은 라틴아메리카는 왜 역사로부터 저주를 받았을까?
프로축구 수원삼성 서포터스는 대관절 무슨 생각으로 체 게바라 깃발을 흔드는 걸까?
새들은 왜 페루에 가서 죽고, 어떻게 조류의 배설물이 중남미 지도를 바꿔놨을까?
정말이지 좁힐 수 없는 다리 사이의 거리 때문에 탱고는 에로틱한 걸까?
화려한 골반문화로 발산되는 쿠바의 낙천성은 그저
어금니 깨문 자들의 이빨 빠진 웃음에 불과할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나열되는 다수의 질문 가운데는 책 안에서 답을 찾은 것도 있고, 여전히 물음표 상태로 남은 것들도 있다.
33개국에 6억이 넘는 인구가 사는 곳, 잉카, 마야, 아스텍 등 화려한 고대문명을 꽃피운 곳, 남북의 길이만 1만2,000㎞에 달하는 광대한 대륙. 다채롭고 풍요로운 땅이지만, 생각해보면 라틴아메리카는 늘 우리의 관심 또는 지적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땅이었다. 급기야 21세기 지구의 역사에서는 변방으로 밀려나버린 대륙. “자연으로부터 축복 받은 라틴아메리카는 왜 역사로부터 저주 받았을까?”라는 첫 번째 질문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아리다.
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를 읽는 다섯 가지 키워드!
어떤 대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얻는 것과 같다.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중심의 관심과 지식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라는 세계를 만나는 경험 또한 그러하다. 이 책은 멀고 생소한 라틴아메리카로 안내하는 나침판과 같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라틴아메리카 깊숙이 들어가 있는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키워드 1 ‘경계_길 위에 핀 꽃’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룬다. 국경을 둘러싼 멕시코와 미국의 갈등에서 허쉬 초콜릿으로 대변되는 달달한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경계에 선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키워드 2 ‘아바나_음악의 섬’
심장박동을 닮은 쿠바 음악과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의 삶이 소환된다. 음악, 리듬, 영화가 생물처럼 살아 숨 쉰다.
키워드 3 ‘혁명_총알처럼 시를 품고’
혁명, 투쟁, 저항의 아이콘 체 게바라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총알처럼 시를 품었던 파블로 네루다, 그리고 전사가 된 아멜리오 혹은 페트라들의 서사!
키워드 4 ‘차스키_발바닥이 날개였던 잉카의 파발꾼’
잉카제국은 발바닥으로 이룩한 문명이었다. 달리는 운명을 타고난 차스키가 없었다면 잉카제국의 번영도 없었다.
키워드 5 ‘슈거노믹스_설탕으로 빚은 땅’
애초의 라틴아메리카는 축복의 땅이고 바다였다. 그 땅에서 사탕수수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서구에 의해 발견된 사탕수수와 카카오는 수 세기 동안 그 땅의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설탕이 쿠바를 노예로 부리고, 초콜릿이 음식천국 멕시코를 조롱했다.
길 위에서 만난, 라틴아메리카의 민낯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라틴아메리카는 멀다. 멀어서 멀고 몰라서 멀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만나는 라틴아메리카는 기대만큼 친절하지는 않다. 어쩌면 길 위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만난다면 느끼게 될 당혹스러움 혹은 날것의 생경함을 책으로 먼저 느끼게 한다. 낯설지만 끌리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어느새 깊숙이 빠져들어 버리는….
스토리텔러의 내공이 만들어내는 대체불가의 스토리이 책의 저자 장재준은 세상 사람들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이 정도는 알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이토록 단도직입적으로 쏟아낼 수는 없다. 독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그 땅에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더 진하게 배어난다. 마치 지구의 중심이 라틴아메리카에 머물러있는 듯 세상 모든 현상과 결과에 라틴아메리카와 연결 짓기를 시도한다.
쿠바 혁명과 체 게바라, 잉카와 차스키, 미국과의 국경 분쟁, 그 사이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그 땅에 학문적 빚을 진 지식인에게 기대했던,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끌어낸 담론이지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고갱의 족보 찾기와 신라 와당(과 안데스 토기의 유사성)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체불가의 발상이다. 설탕으로 일어선 땅이 설탕으로 녹아내리는 역사의 아이러니 부분에서는 식민지 역사를 지닌 동류항의 공감을 끌어낸다.
문학작품을 읽듯 밑줄 긋게 만드는 문장의 힘당최 끊어낼 수 없이 밀도 있게 이어지는 문장과, 행갈이를 위한 커서 끝조차 파고들 틈 없이 탄탄한 텍스트의 봇물에서 문득, 자신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자음 한 획조차 허투루 내보내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그 땅에 대한 기록이든 기억이든. 사실이 아닌 것을 적지 못하고, 확인되지 않은 로망을 부풀리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이 저자가 라틴아메리카에 보내는 헌정 혹은 진정성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일단 첫 문장에 올라타는 순간 끝을 볼 수밖에 없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고, 갖게 된다.

영화〈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쿠바 혁명에 다소 적대적이다. 노골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반감을 숨기지는 않는 듯하다. 영화에서 쿠바 혁명은 음악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그들을 조기에 불명예 은퇴시킨 장본인으로 환기된다. 부당하게 쿠바 음악을 도태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에 철퇴를 가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음악(인)이 쿠바 혁명에 ‘전속’되었다는 논리다. 이것은 빔 벤더스와 라이 쿠더가 쿠바 혁명에 붙이는 첫 물음표이자 느낌표다. 음악에 눈이 멀어 간과하기 쉽지만 선뜻 맞장구치기도 쉽지 않은 논리다. 왜냐하면 이것은 혁명 전이나 후의 부단한 섞임과 접목 및 다양한 실험들을 도외시 한 채 쿠바 음악을 지극히 정태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와 왜곡이기 때문이다.
- <누가 그들의 골반을 단속할 수 있을까> 중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는 우리가 동경하는, 우리가 소비하는 그 체 게바라는 부재중이다. 없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만2,425km 그 어디에도 혁명의 시나리오는 없다. 자유와 해방으로 향하는 로드맵은 없다. 체 게바라의 전매특허인 화약 연기 매캐한 시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혁명가를 다루는 영화에 혁명은 통편집 되었고, 총성은 녹음되지 않았다.
- <길이 체 게바라를 만들었고, 체 게바라는 길이 되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