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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
시인동네 | 부모님 |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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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145권.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활약해온 정경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문학의 가치는 부정성에 있지만, 그 부정성이 유의미한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반이나 일탈이 아니라 정확한 위반, 정확한 일탈이어야 한다. 이 '정확한' 위반이 '차이'를 동반하면서 일정하게 반복될 때, 우리는 그것에 스타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경훈 시인의 작품들은 '예술'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출판사 리뷰

부재(不在), 세상에 없는 시간을 살다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활약해온 정경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이 시인동네 시인선 145로 출간되었다. 문학의 가치는 부정성에 있지만, 그 부정성이 유의미한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반이나 일탈이 아니라 정확한 위반, 정확한 일탈이어야 한다. 이 ‘정확한’ 위반이 ‘차이’를 동반하면서 일정하게 반복될 때, 우리는 그것에 스타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경훈 시인의 작품들은 ‘예술’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해설 엿보기

정경훈의 시는 2인칭, 그러니까 ‘당신’이나 ‘너’를 향한 발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집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연쇄적인 진술, “백수는 사랑을 하고/사랑은 백지를 탐하게 하고/(…중략…)/사랑을 시인하게 되고”(「패러독스」)에서 확인되듯 이 ‘백수?사랑?백지?시인’은 패러독스한 세계 안에서 의미의 계열을 형성하고 있다. ‘사랑’은 ‘백지’, 즉 발화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시인하게” 되는 단계까지 데려간다. 이때의 ‘시인’이라는 기호는 두 번 읽어야 한다. 한번은 ‘시인(admission)’으로, 또 한 번은 ‘시인(poet)’으로. 분명한 것은 2인칭 ‘당신’이나 ‘너’와의 관계인 ‘우리’가 ‘사랑’, 즉 ‘the love’(「13월 11일의 나체」)라는 기호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시인이 ‘시인(admission/poet)’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오로라」에서 시인은 ‘당신’이 있어서 “울다가 웃다가 혹은 울거나 울지 않거나”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당신과 함께” 떡볶이를 먹고, 국을 끓이고, 오이를 깎고, 설거지를 하는 “뻔한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다가 불현듯 시인은 “우리의 아름다운 것이 무서”(「오로라」)움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것은 왜 무서워지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사건이 무섭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것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13월 11일의 나체」에서 화자는 “안녕, 안녕 이 더러운 사랑아”라는 진술처럼 ‘the love’, 즉 사랑을 잊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사랑 빼고는 남는 게 없으니까, 사람을 버릴 수 있었던 거야 숫제 너 하나가 문제다 너 하나가 내 세계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너 하나를 사랑해서 내 세계가 행복에 겨운 거다 물리적으로 고통을 받아야 변화하던 내가, 너 하나로 족히 거룩해지니, 본디 성체로 거듭난 것만 같다 조물주가 된 것만 같이, 세렝게티의 하이에나가 된 것만 같이, 일루미나티의 광추가 된 것만 같이, 책망은 더 이상 나의 성질이 아닌 것처럼, 나는 좀처럼 빗겨 나간다 화학의 주의를 오용하지도 남용하지도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 하나가 가히 메토이소노를 이룬 것이다 아아, 종교가 무슨 필요가 있어 믿음으로 세상을 직시하는 것이, 윤회를 바라며 고즈넉이 귀의하는 것이, 자연을 먹고 단식을 하고 돼지를 살생하고 모가지를 바치는 일들이 내 세계에 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중략…)

방만했던 너 하나를 질투했고 미욱했던 나의 행성을 선회하며, 우회하고 망설이다가 돌고 돌아 만났다 세계를 열거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너 하나에게 향응하며 손톱을 갉는다 너 하나 때문에 여자를 증오할 줄이야, 너 하나 때문에 남자를 저주할 줄이야, 너 하나 때문에 살인을 계획할 줄이야 이로써 내 세계에 남아 있는 건 불가하다 불가능하고 여지도 없으며 오롯한 불능이다 그렇다면, 너 하나는 도대체 무엇이냐, 대지의 종말에게 인류애의 멸종에게 필사하여 잉태를 뿌리는 연유가 무엇이냐, 자주적인 너 하나에게 기거하는 너 하나에게 변명을 착상하며 언어를 지어보다가, 너 하나가 남겨졌다는 것이 바로 무진장이었음을 깨닫고야 만다 사람은 버렸다 해도 사랑은 버릴 수가 없었어, 아직까지 명치가 헛헛하다 딱딱하게 살아내서 유연하게 사랑하고 싶었어, 아직은 척추가 떳떳하다 너는 언젠가 사랑해를 뱉고, 나는 여전히 좋아해를 얼버무린다
- 「이월 이십팔일」 부분

정경훈의 시에서 ‘사랑’은 절대적인 사건이다. 이 시에서 ‘사랑’은 ‘너’와의 관계이고, ‘너’는 ‘너 하나’라는 표현처럼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단독적인 존재이다. 사랑이란 무수한 ‘너’와의 관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너’와의 관계이기에 특별한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너’는 “너 하나가 내 세계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너 하나를 사랑해서 내 세계가 행복에 겨운 거다” 같은 진술처럼 ‘나’의 운명을 좌우하는 존재이다. ‘너 하나’로 인해 ‘나’는 거룩함을 느낀다. ‘너 하나’로 인해 ‘조물주’가 되고, “세렝게티의 하이에나”가 되고, “일루미나티의 광추”가 된다. “물리적으로 고통을 받아야 변화하던 내”가 ‘너’로 인해서 고통 없이도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이야말로 ‘사랑’의 위대함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너’는 메토이소노(Metoisono, 聖化), 곧 이상적인 인간이자 성스러운 존재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에서 주인공 조르바는 완전한 자유인을 꿈꾸는 인물이다. 메토이소노는 바로 그가 갈망했던 자유인의 이상적 존재이다. 메토이소노는 물리적·화학적 변화가 아니라 영혼과 정신의 변화이다. 포도가 포도주가 되는 물리적·화학적 변화가 아니라 상징(象徵)이 되는 변화, 결국 메토이소노는 영혼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화학의 주의를 오용하지도 남용하지도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 하나가 가히 메토이소노를 이룬 것이다”라는 시인의 진술은 이러한 영혼과 정신의 변화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성화(聖化)는 ‘종교’와는 별개이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정경훈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나 10여 년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2019년 시집 『저 말고 모두가 노는 밤입니다』(샘앤파커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제1부

패러독스 13
오로라 14
13월 11일의 나체 16
말아다오 21
나는 요 며칠간 제대로 된 시를 쓰지 못했다 24
젊은 이안소프의 슬픔 27
이름을 좋아해 주세요 28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30
이월 이십팔일 32
나는 어디선가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35
그대는 어디선가 나의 이름을 부르고 36
이월 이십구일 38
타투이스트 42
은밀하게 43
파리를 가지 못한 젊은이의 몽정 44
그 핵 46
이월 삼십일 50
블루문 52

제2부

백야 55
스코츠보로 소녀들 56
달나라 60
들개 62
대배우와 앵무새의 희곡 70
너는 연민의 힘 74
음악이 있다면 영원히 75
해마의 실업: 바그다드 카페에서 76
자화상 81
가시는 좋아해 주지 못하나요 82
헤아릴 수 없는 84
오 ː이 87
동숭동 90
시대의 몰락에게 키스를 94
내 애인의 시집 100
:) 104
두 번째와 첫 번째 사이 106
아인슈페너 108

제3부

찔레꽃 113
마로니에 공원 114
프롤레타리아트의 먹이사슬 116
알레고리의 아홉 번째 궤도 119
이성과 감성 사이의 블록 122
뱅쇼 124
ㄱ과 ㄹ을 기억하는 곳에서 127
Been 130
EstCeQue 134
동부 이촌동 137
이마에 앉아서 하는 사랑 140
퇴적장 143
08 146
투 써머 148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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