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개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개가 선사(禪師)가 아니라면 누가 선사란 말인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물은 무엇일까? 여러 답이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모든 생물 위에 군림하지만 자기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한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상처 입고 화를 내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본디 어디에도 없던 생각을 무수히 지어내며 ‘인생은 왜 괴로운가’ 묻고 또 묻는다. 생각이 많아서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동물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뛰어놀 때는 열심히 놀고, 배고플 때는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면 아무 데서나 자는 고양이나 개를 가만히 지켜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나도 동물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 싶다. 생명을 지닌 같은 존재인데 왜 인간은 고양이와 개보다 행복하지 않은가.
이 책은 한 마리 개와 14년간 동거한 한 남자가 그 개에게서 배운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 나는 누구이고 삶은 무엇인지, 그 의문을 해결하려고 철학을 전공하고 여러 종교를 전전하던 저자 앞에 어느 날 갈색 털을 가진 개 ‘보바’가 나타난다. 사료를 챙겨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텔레비전을 함께 보고 일터에도 함께 출근하고, 그저 그런 일상을 보바와 함께 하면서 저자는 어느 날 그동안 풀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것, 모든 존재를 열린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보라는 것,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라는 것, 나아가 이 우주에서 먼지에 불과한 생명의 존재 이유를 감동적으로 터득한다. 어쩔 땐 나뭇가지로 머리를 후려치는 것으로, 어쩔 땐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디르크를 그저 가만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준 보바. 그가 선사(禪師)가 아니라면 누가 선사란 말인가!
스승이자 친구로, 종(種)을 떠난 우정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 외롭지 않다
1991년에 태어나 1992년에 저자를 만나기 전까지, 보바는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네 번의 파양과 두 번의 동물 보호소 생활을 거친 떠돌이 개였다. 저자가 보바를 만나게 된 것도 이미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보바를 감당할 수 없었던 친구가 입양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연은 따로 있었다. 다른 보호자들로부터는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라는 평가를 받은 보바였지만 저자는 첫눈에 ‘영혼의 단짝’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인연은 보바가 췌장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14년간 이어졌다.
14년 동안 둘은 늘 붙어다녔다. 저자는 조깅을, 보바는 산책과 공놀이를 즐기던 공원은 물론이고, 저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유소, 남프랑스의 어느 사원에서 열린 티베트불교 캠프…, 어디든 함께했다. 저자가 자기 일을 할 동안 보바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편안히 지냈다. 물론 보바가 ‘하고 싶은 대로’ 한 일들은 반려인인 저자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낯선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난감하게 만들고, 아끼는 안락의자를 물어뜯어 화가 나게 하고, 진흙탕에서 뒹굴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그러나 이 아찔한 사건을 통해 저자는 어떤 철학과 종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낯선 사람을 배척하기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물건을 적게 소유하니 이사하기가 편해졌다며 생각을 긍정적인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보바를 ‘네 발 달린 스승’, ‘코가 촉촉한 보살’이라고 추켜세우고 스스로는 ‘모자란 제자’로 칭할 만큼 저자는 보바의 행동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관찰했다.
근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한 명의 인간과 한 마리 개가 나눈 깊은 교감에 있다. 생명을 가진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떤 생명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사랑한다면 이 세계를 따듯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임을 밝히고 있다.
모든 것을 분석하는 철학도의 습관을 깨뜨린
네 발 달린 스승에게서 배운 삶의 비밀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철학적 질문과 불교, 여러 영성가들의 말을 보바와 함께 풀어간다. 공(空), 무아(無我), 사성제, 윤회, 도(道)와 선(禪). 그리고 붓다의 여러 가르침과 틱낫한, 중국의 한산 스님, 조주 선사, 앨런 와츠, 스즈키 순류, 리처드 로어 신부 등. 머리로만 익히고 알았던 철학 이론과 영성가의 말을 보바의 행동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고 핵심을 뚫은 것이다.
철학 전공자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범주화하는 습관에 길들어 있던 저자에게 본능대로 움직이는 보바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살아 있는 스승이었다.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갈 때면 낯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것도, 또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흔들다 저자의 머리를 세게 때린 것도, 아끼는 안락의자를 다 물어 뜯어놓은 것도 ‘한심한 제자’인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느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비로소 지금까지 어떤 틀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머리로 꾸며진 가짜 현실 속에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하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며, 그것이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 부여를 해온 자신을 발견했다. 진흙을 잔뜩 묻혀온 보바가 욕실을 온통 추상화로 가득 채우고는 활짝 웃으며 잔뜩 화가 난 저자에게 안기던 날, 보바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인간은 그렇게 산다니까!”
‘냄새날 때가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도 있는 거지. 삶은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이야. 누가 공을 던져주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않는 때도 있어.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와서 다 젖게 되는 게 삶이야. 그렇게 변하는 삶에서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괴로워지게 되어 있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23쪽)
* 개가 철학자이자 도통한 선사라는 증거 7
1. 니체가 낡은 것을 타파한 ‘망치의 철학자’라면 개는 ‘전기톱을 가진 스승’이다. 인생이 지루한 일상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삶을 완전히 뒤집어 보게 한다.
2. 개에게는 인간처럼 언짢아하고 모욕을 느끼는 에고가 없다. 또한 자기 삶이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 개는 자신의 지혜를 아무런 대가 없이 전수해준다. 주인의 기쁨에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4. 개와 산책하노라면 태연히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성공한 삶임을,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5. 나무, 구름, 흐르는 물, 별들의 움직임, 그리고 개와 인간…, 우리는 모두 자연의 현상이며 그 흐름 속에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6. 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진리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삑삑이 공을 좋아하지만 다른 개가 소리 안 나는 공을 더 좋아한다고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7. 개는 매 순간 그 자리에 있다. 정신없이 공을 쫓아 달리다가도 다음 순간 더 할 수 없이 평온하게 잔디밭에 엎드려 쉰다.

개울가에서 잠든 보바가 그 깊은 고요와 만족감을 나에게도 전달했던 그 순간, 나는 자연의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개울은 흘러갈 뿐이고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나무는 바람의 멜로디를 알아차리고 춤을 출 뿐이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인간적인 사고에 빠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도가에서 ‘무위(無爲)’라고 했던, 행동 없는 행동을 할 뿐이다. (중략) 무위는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도(道)가,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두는 것이고, 모든 것이 스스로 자라고 꽃피우게 두는 것이며, 개울물 소리에 집중하고 자기만의 내면의 고요함과 자기만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원 벤치는 무위를 연습하는 데 아주 이상적인 공간이다. 세상 느긋한 어느 중국인이 인류 최초로 벤치를 설치하는 모습이 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할머니가 내 옆 벤치에 앉으면 보바는 할머니의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자신을 쓰다듬게 했다. 보바는 누구에게나 마음이 열려 있었고 그건 처음 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으므로, 나는 종종 그러고 있는 보바가 내게 윙크를 보내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 이런 건 일도 아니야. 그리고 할머니도 아주 행복해 하잖아…. 작은 것들… 삶에서 중요한 건 작은 것들이라고….”
모든 감정 있는 존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엄숙히 맹세한 사람을 보살이라고 한다면 보바는 분명 ‘니르바나 아우스빌둥 센터(‘열반’ 직업교육 센터)?의 최고 모범생이 분명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디르크 그로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정신세계와 명상, 불교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이자 음악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산책, 책, 개, 숲, 산, 바다를 사랑한다. 전 세계 여러 종교의 신비주의와 명상 전통들에 조예가 깊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책을 출간했으며, 관련 CD를 발매했다. 덧붙여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며 각자만의 길을 새롭게 보는 일을 돕고 있다.고대철학과 신비주의자 소로우, 에머슨, 도가, 명상, 불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자기만의 경험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국제 기독교 신비주의 명상 공동체에서 청소년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고, 정신세계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다양한 음악 밴드에서 활동했다.전통적인 단체에 소속되는 걸 싫어하지만 꾸준한 명상 수행으로 온갖 명상법의 좋고 나쁨을 두루 경험했다나. 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좋은 명상으로 판명되기도 했고 그 반대도 있었다.두 딸의 아버지로, 독일 빌레펠트 근교 어느 목장에서 살고 있다.홈페이지_ www.dirk-grosse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