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두가 굶주리고 가난했던 시절, 각양각색 이웃들과 살아가던 운명의 끈에혼신의 온기를 주어 되살려낸 자전소설. 지금은 재개발이 한창이라 곧 있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부산 매축지 마을. 도심 속 섬처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매축지, 그 위에서 유소년기를 치열하고 숨 가쁘게 살아냈던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출판사 리뷰
바다를 메워 만든 땅, 매축지
60, 70년대를 살아가던 이들의 숨결과 음성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모두가 굶주리고 가난했던 시절, 각양각색 이웃들과 살아가던 운명의 끈에 혼신의 온기를 주어 되살려낸 자전소설.
지금은 재개발이 한창이라 곧 있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부산 매축지 마을. 도심 속 섬처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매축지, 그 위에서 유소년기를 치열하고 숨 가쁘게 살아냈던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술지게미로 아침을 대신한 아이의 불콰한 얼굴빛이며, 모두가 달달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돈 없이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관 입구를 몰래 들어가려다가 잡히는 순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만들었던 지구본 제작 과정은 마치 바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고 자세하다.
가난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따뜻했던 그 시절을 지면 위에 고스란히 옮겨둔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역사를 넘어서, 그 시대를 함께했던 이들이 향유할 문학으로,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겐 시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리가 될 것이다.
큰방의 북쪽 벽에는 남향으로 감실龕室이 만들어졌다. 두껍지 않은 송판으로 너비 50센티미터 길이 60~70센티미터 정도의 직육면체 상자를 하얀 창호지로 발라서 벽에 걸고 아버지의 신주神主를 모셨다. 촛대 두 개를 신위神位 양쪽에 두고 앞에는 작은 향로를 놓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자식들이 두 번 절하고 제를 올렸다. 집안의 대소사를 절하며 고하고, 특히 형들이나 누나가 중·고등학교 입시에 합격하거나 학교에서 상을 받은 날에는 따로 절을 올리며 그 소식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삼년상三年喪이 매축지 조막만 한 집의 방 한쪽 귀퉁이에서 치러졌는데, 그것은 엄마가 흰 상복을 입고 허위허위 세상을 헤쳐 나가야 했던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였던 것이다.
_ 하나. 1966년 5월
그러나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소고깃국 뚝배기에 하얀 쌀밥을 말아 넣고 입천장이 데는지 콧물이 흐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국밥을 떠먹고 불고기를 집어 먹었다.
짭짜름하고 달콤한 불고기도 입에 들어가면 녹는 듯 없어져 버렸지만 국밥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향기와 맛이 났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본 바로는 그것은 후추의 향이었다. 거기에는 매운 듯도 하고 달콤한 듯도 하며, 뜨거우면서도 서늘한 향기가 황홀하게 뒤섞여 있었다. 엄마에게서 그것이 후추의 향과 맛이라는 말을 듣고 ‘엄마, 우리도 담부터는 밥에 후추 뿌리 묵자’고 나는 엄마에게 말하였는데, 엄마는 슬며시 웃었다.
_ 셋. 지구본(地球本)
동네 아주머니들은 집집마다 돌아가며 화투판을 벌이고 육백을 쳤는데 그 자리에서는 앞집 부엌 찬장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부터 뒷집 아저씨 사타구니의 종기에는 누가 어떻게 ‘이명래 고약’을 붙였는지까지 있는 말 없는 이야기들이 모두 오가서 서로 숨기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쌀집 막내딸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대놓고 물어보거나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남의 말 옮기기 좋아하는 몇몇 아주머니들 간에 따로 소곤소곤 귀엣말로 추측되고 전해졌던 것인데 그중 두 가지 설이 유력하게 경합하였다.
_ 6. 결혼 이야기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재영
소설의 배경인 부산의 매축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성장하였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대기업에 입사하여 삼십 여년을 밥벌이로 보내고 3년 전 은퇴하였다.소설을 책으로 내는 것이 처음인 초보이지만 앞으로도 이런저런 글들을 써보려고 메모장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목차
하나_ 1966년 5월
2_ 매축지 단상(埋築地 斷想)
셋_ 지구본(地球本)
4_ 작은 방의 젊은 그들
다섯_ 볶음밥, 도시락 그리고 개미
6_ 결혼 이야기
일곱_ 부둣길과 U.S.A.
8_ 변소야담(便所野談)
아홉_ 잘살아 보세
10_ 목욕 이발기(沐浴 理髮記)
열하나_ 우리의 명랑 문화생활
12_ 배반의 세월
열셋_ 춥고도 따뜻했던 겨울
14_ 하일소화(夏日笑話)
열다섯_ 졸업
16_ 광녀약전(狂女略傳)
열일곱_ 엄마의 기도
열여덟_ 노을 속으로
뒷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