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너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살다가 언제 별이 되었니, 그렇게 소리도 흔적도 없이. 다양한 곳에서 스치듯 만나는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도 삶이 있고, 일상이 있다. 그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살아가다 다양한 이유로 죽음에 이른다. 오직 곁에서 오래 돌봐준 사람만 아는, 피어나 자라고 시들어 별이 된 이야기. 그리고 그 길에 동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도 생은 이어진다, 아무런 감정도 후회도 없이. 그저 다시 하루가 온다.
출판사 리뷰
존재하나 존재하지 못하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어떤 삶들에 대한 이야기
고양이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관심이 있든 없든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고양이를 만난다. 길, 캠퍼스, 주차장, 공원, 쓰레기더미, 재건축 현장, SNS. 대개는 일회성으로 그치기에, 우리는 그 고양이들의 지금을 알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며 살아야 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우리처럼 고양이들에게도 일상이 있고 삶이 있다. 그 속에서 그들 역시 바로 우리처럼 태어나고 자라며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같이 매순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짧은 만남으로는 그런 모습들은 목격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진심으로 알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우리는 모르는 그 피어나 자라고 시들어 죽는 일련의 모습을 바라보며 돌보아온 사람 일곱과 그들이 돌본 일곱 고양이의 삶을 통해 늘 한쪽에 밀려나 있는 반려인 없는 무주인동물의 삶과 그들을 돌보는 이들의 삶을 살펴본다.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책 《어떤 삶들》은 일반 상식에 가까운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누구든 자기에게 주어진 그 삶을 제대로 살고 싶어 한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집이 있든 없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여전히 새삼스럽고 특별하다. 애완동물의 시대를 지나 반려동물의 시대에 닿았다고 하는데도 그렇다. 매년 발생하는 약 10만 건의 동물 유기와 반복되고 심화되는 동물학대 범죄의 근간에는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동물의 권리 문제가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 밀려나 있는 ‘무주인동물’ 혹은 ‘비(非)반려동물’의 권리와 돌봄 문제가 있다.
동물권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길고양이나 들개와 같은 무주인 비반려동물의 돌봄은 개인의 취미일 뿐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너무도 크고 고압적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이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사람 외의 존재가 함께 산다는 인식이 돋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의 으슥한 길, 쉼터, 캠퍼스, 재개발 지역까지 다양한 곳에서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 없는 고양이들,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그 희망의 애틋한 증거이다.
이 책《어떤 삶들》에는 일곱 사람과 일곱 고양이가 등장한다. 사람이 인정하는 반려인과 집이 없는 고양이 일곱,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일을 온 몸과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 일곱. 고양이 하나와 사람 하나로 엮인 일곱 개의 삶은 특별하지만 동시에 매우 평범하다.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부는 2015년 11월 13일. 고양이 집과 주변을 청소하고 얼굴도 보려 했던 여상한 날. 겨울을 대비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둔 집 내부를 치워주려고 몸을 숙여 들여다본 안에 무언가가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사체였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 물체는 오래 굶은 듯 비쩍 마른 데다 기름기도 습기도 없이 굳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움의 한숨과 기도가 새어나오려 할 때, 그 몸이, 움직였다. 아주 조금이지만 움직였다. 숨마저 참고 바라보니 배가 힘겹고 무겁게 미약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한계 안에서도 사랑 넘쳤던, 태평이와 김사라 수녀>
‘누군가 하겠지.’
당시 현주 씨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다. 다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면서도 엄두를 못 낸 채 그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양이를 살폈다. 오늘은 그곳에 없기를, 내일은 누군가 나서주기를……. 그 고양이는 그렇게 한 달 정도 더 그곳에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치료를 더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할 때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비슷했다. 차이는 결행의 여부이며, 오로지 행동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직접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원문이와 이현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큰 변화를 3번이나 겪어야 했지만 셀라는 강동구의 새 쉼터에 도착하는 순간 마치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것임을 알기라도 한 듯 안정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먼저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문지른 적 없던 셀라가 지쳐 앉아 있는 봉사자에게 먼저 다가와 등을 잠시 기대고 비비며 온기를 나누고 냄새를 묻혔다.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존재로는 인정했지만, 애착할 대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지난 몇 달을 감안해본다면 놀라운 일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일시적인 일이기는 했다. 셀라는 그런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셀라는 무드, 망고와 머리와 몸을 기대고 잠을 잤다.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분명 무섭고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쉼터를 어떻게 셋이서 장악할지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너, 셀라와 강동냥이 행복조합>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하연
도심 속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며 그들의 현실을 알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10년 넘게 길고양이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고, 잘 팔리지 않는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어느새 너는 골목을 닮아간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나는》이라는 길고양이 사진집과 에세이를 낸 적도 있다. 길고양이의 삶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노력 중이고, 직업으로 삼은 길고양이 찍사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kfzkrl/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김하연-aka-찰카기-946857685343062/블로그 : https://blog.naver.com/ckfzkrl
지은이 : 김바다
두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집 관리인. 좋아해도 끌어안거나 강권하지 않고 싫어해도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책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를 만들었다.
지은이 : 김사라
천주섭리회 소속 수녀. 2005년부터 길 위의 동물을 돌보기 시작해 현재 <내일의 고양이>라는 이름의 작은 쉼터를 봉사자와 함께 운영하면서 유기묘나 다친 고양이를 구조하여 입양 보내고 있다.
지은이 : 이현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동물을 이성적으로 보고 판단하려 애쓰는 12년 차 캣맘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은이 : 강동냥이 행복조합
2013년 안락사를 앞둔 고양이 구조를 계기로 시작된 자활단체로 작고 느리지만 단체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로 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복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곳이다.
지은이 :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와 박예진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는 2015년 국민대에서 학내 고양이 돌봄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클래식 전공 학생인 박예진 씨는 2019년도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동아리 회원으로서 학내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지은이 : 대전 거울 고양이 쉼터
2015년 대전에 개설된 쉼터로 2005년부터 구조를 시작한 미경 씨가 운영자로 있다. 유기되거나 아픈 고양이를 위주로 구조하여 치료 후 입양 보내는 것을 목표로 꾸려지는 개인 쉼터이다.
지은이 : 예미숙
2008년부터 동네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2020년 운영하던 매장 앞에서 구조해 돌보던 고양이 자두가 동물학대로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으며 동물보호법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앞으로도 수많은 자두들을 위해 길 위의 동물 돌보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목차
프롤로그
목차
한계 안에서도 사랑 넘쳤던, 태평이와 김사라 수녀
보통의 삶을 위하여, 원문이와 이현주
모두의 너, 셀라와 강동냥이 행복조합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의 이웃, 길동이와 김하연
국민대 학우입니다, 생강이와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박예진
고양이의 든든한 울타리, 크림이와 대전 거울 고양이 쉼터
가장 약한 이의 가장 큰 한 걸음, 자두와 예미숙
Bibliography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어떤 삶들》을 아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