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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노스탤지어
SE BOOK | 부모님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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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불길한 죽음의 예감 때문에 시작된 여행. 그 수많은 여행에서 내가 가장 멀리까지 가본 곳은 다름 아닌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 여행에는 참고할 만한 어떤 지도도 표지판도 없었다.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필요 없는 곳에서 나는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걷고 또 걸었을 뿐이다. 살금살금 걸으며 밤뿐인 곳에 머물길, 오래도록 잠만 자길, 비를 맞아도 젖지 않길 바랐다. ‘너’라는 존재가 영원히 숨어버린 곳에서, ‘너’라는 세계 끝까지 걸어가 너의 이름을 불렀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끝이 있는 길이 아니라
매번 자라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몰라”

혼자 몰래 울고 미래를 놓아주던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
“넌 행복해진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본 적 있니?”


불길한 죽음의 예감 때문에 시작된 여행. 그 수많은 여행에서 내가 가장 멀리까지 가본 곳은 다름 아닌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 여행에는 참고할 만한 어떤 지도도 표지판도 없었다.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필요 없는 곳에서 나는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걷고 또 걸었을 뿐이다. 살금살금 걸으며 밤뿐인 곳에 머물길, 오래도록 잠만 자길, 비를 맞아도 젖지 않길 바랐다. ‘너’라는 존재가 영원히 숨어버린 곳에서, ‘너’라는 세계 끝까지 걸어가 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곳. 착륙할 곳이 없는 곳. 그곳이 ‘너’라는 세계인 걸 알고 나는 얼마나 울었던지. 그 질퍽한 어둠 속에서 나를 놀라게 한 건 나를 죽일 듯 덤벼들었던 괴물이 아니라 그저 내 발걸음에 움찔 놀란 나의 그림자뿐이었다. 괴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어른이 된 겁먹은 소녀와, 어느 인생에나 있는 외로움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왼쪽 가슴에 작은 주머니가 달린 셔츠를 입고 쇼핑을 하다 그 안에 작은 영수증을 무심코 넣은 적이 있다. 순간 ‘유방암’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왜 갑자기 그 단어가 떠올랐는지 몰랐지만 한번 떠오른 부정적인 단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나는 쇼핑을 하다 말고 화장실 작은 칸으로 들어가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단어를 지우기 위해 휴지로 손과 주머니를 닦아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유방암, 엄방유, 유방암, 엄방유’라는 단어를 경쟁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결국 가슴을 콕콕 찌르는 자잘한 통증과 사그라지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 후로 나는 주머니가 달린 옷은 절대 입지 않는다. 생각만으로도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감정은 수없이 많고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삶은 한없이 고단해지기 때문이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와 호주머니에 든 손. 아름다운 선율과 화창한 날씨. 햇빛이 비치는 곳에 둥둥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 그 사이에 나만이 감지하는 공포가 주위를 끊임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무기력해졌다. 이렇게 화창한데, 모든 것들이 평화롭고 고요한데, 왜 나만 이토록 초조하고 불안한지.
-기억 환기

어떤 날은 별 탈 없이 일상을 병행하며 그럭저럭 잘 버텨냈다. 하지만 불쑥불쑥 등장하는 소외감과 생에 대한 어긋남은 그런 일을 겪고도 살아가고자 애쓰는 힘과 용기를 모조리 빼앗아 가버렸다. 신준은 점점 더 많은 것에 무기력함을 느꼈다. 결혼하고 이미 자식까지 있는 친구들을 보면 삶은 더 허무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이생에는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느닷없이 호주머니 속으로 파고든 미로의 작은 손은 아무 노력도 없이 처음 상실한 곳을 떠올리게 하고 거기서부터 삶을 이어가도록 마음을 부추겼다. 이 낯선 여자의 세계를 의지하고 조금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지나간 일을 미워하지 않고 자신의 육체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준은 도무지 그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뻔뻔하고 난처하게 그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버넷기념 분수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말이야. 우리 모두는 어쩜 자기 자신이라서 고통받고 있는지도 몰라. 나는 나라서. 너는 너라서. 아마 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이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았을 거야. 그게 흠은 아니잖아.”
미로가 지닌 모호함은 죽음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때문이라고 신준은 생각했다.
미로의 시선은 페르낭 코르몽의 「여호와의 저주 전의 카인의 행차」에 고정되어 있었다. 신준은 잠시 그림을 감상했다.
그림에서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비참한 몰골로 메마른 사막을 걸어가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허리에 도끼를 차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노인이 차고 있는 그 연장은 마음만 먹으면 즉각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것 같았다. 반쯤 펼친 오른손의 검지는 화폭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곳을 가리키며 정면을 향해 있었다. 그 뒤로 나무 가마를 힘겹게 나르는 남자들이 뒤따르고 그 위에는 삶의 처절함을 남김없이 겪은 듯 갈등 없이 앉아 있는 불행한 여인과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림 속에 확연히 드러나는 메마른 고통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같아 보여 인상적이었다.
-두 세계

  작가 소개

지은이 : 신미로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과 같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영원히 언어 안에서 방황하고 싶다. 그곳에서 만나는 세상은 나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이다.

  목차

기억 환기
버넷기념 분수대

두 세계
고양이 물루
배꼽: 최초의 상처
밤의 작별
노인이여 내가 당신과 함께 가 드릴까요?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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