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리덕수의 포스터(선전화) 작품 60점을 중심으로 장은수 출판 평론가의 서문 '북한 선전화, 남한 미학을 만나다', 고영범 작가의 소설 '필로우 북-리덕수 약전', 서윤후 시인의-끝남과 시작, 반복하는 것에 의미를 담은 시- 다섯 편 그리고 정연심 미술 평론가의 비평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을 꿈꾼다'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들 각각의 글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리덕수라는 낯설고 수수께기같은 인물을 변주하고 확장하면서 흥미를 더해가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처럼 부유하는 작가 리덕수를 우리 옆에 현존하는 존재로 자리하게 만든다. 특히 이 책에 소설을 쓴 작가 고영범은 “허공에 떠 있는 땅 위에서 꽃이 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화답하며 리덕수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이 책의 작가 리덕수Redux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스스로를 실향민 2세 작가라고 소개하는 리덕수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알려진 바로는 그는 북한의 선전화가이면서 활동은 남한에서 한다. 남한의 북한 선전화가 리덕수는 일종의 돌연변이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선전화 양식을 따르지만 핑크, 옐로우, 블루 단 가지 파스텔 톤 색상만으로 채색된 포스터는 솜사탕처럼 달콤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물신의 독재’를 의심하고 서로 전혀 다른 두 세계의 충돌이 가져올 파국을 염려하는 존재다.
정치의 언어로 정치를 넘어서는 작업
가까이 있지만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미지의 땅인 북한 주민의 정치-경제-문화적 삶이 담긴 리덕수 선전화의 구호들은 ‘정치의 언어로 정치는 넘어서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리덕수는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북한에서 발표된 선전화들을 아카이빙하고 권력이 내세워 온 온갖 선동 구호들과 이미지를 지금 우리의 언어로 재해석해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는 북한 예술정치의 가지를 잘라서 남한 상품미학의 대지에 이식하는 일이다. 이는 적대하는 두 세계를 하나의 장 속에서 만나게 하는 일이고, 남북한 양쪽의 사람들에게 적대에 길든 현실의 삶을 조망하게 함으로써 두 세계를 소통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언어의 뼈를 바꾸면 생각의 모양도 달라진다. 언어 혁명은 사상 혁명이기도 하므로 리덕수의 작업은 분단의 질곡에 갇혀 있는 남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예술적 실험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시험적 시도에서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이 움트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서문에서
이렇듯 리덕수는 이미지와 구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선전화의 주요 연결 고리를 해체-재조합-재해석한 후 색다르게 함으로써 남북한 양쪽의 권력을 모두 조롱하고 피폐한 남한의 물질주의적 삶을 풍자적으로 비틀어 놓는다. ‘민족 해방의 날’은 “민족 해장의 날”로 바꾸고 “택배 수송을 용감 민첩히 하자” “한 푼 두 푼 모아 저금한 돈으로 돼지 사고 집 샀네” 같은 식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 리덕수Redux
<<리덕수 포스터북-나는 이렇게 쓰였다>>에는 리덕수의 포스터(선전화) 작품 60점을 중심으로 장은수 출판 평론가의 서문 <북한 선전화, 남한 미학을 만나다>, 고영범 작가의 소설 <필로우 북-리덕수 약전>, 서윤후 시인의-끝남과 시작, 반복하는 것에 의미를 담은 시- 다섯 편 그리고 정연심 미술 평론가의 비평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을 꿈꾼다>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들 각각의 글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리덕수라는 낯설고 수수께기같은 인물을 변주하고 확장하면서 흥미를 더해가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처럼 부유하는 작가 리덕수를 우리 옆에 현존하는 존재로 자리하게 만든다.
특히 이 책에 소설을 쓴 작가 고영범은 “허공에 떠 있는 땅 위에서 꽃이 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화답하며 리덕수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사라진 시간을 찾을 방법은 없는 거 아니갔습네까. 그러나 찾긴 찾아야갔고, 그러지 않으면 배길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사물을 다시 살피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물론 물질의 상태는 변할 리가 없고. 최소한 십 초 안에 변할 리는 없갔죠. ... 그래서 책이 좋아요. 전 세계를 십 초에 한 번씩 돌아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책 중에서도 책의 껍데기, 직육면체의 껍데기. 최소화된 형태. 그걸 전 세계 대신 자꾸 들여다보는 거죠." - <필로우 북-리덕수 약전>에서
“리덕수의 작품들은 “나는 이렇게 쓰였다”와 “나는 이렇게 썼다” 사이에 놓여 있다. ‘쓰였다’의 수동이 ‘썼다’의 능동으로 변하도록 만드는 일, 이것이 이 책에서 시도된 ‘고쳐 그리기’의 핵심을 보여준다. ‘쓰인’ 작품에서 행하는 주체는 북한의 지배 권력이고, 화가는 단지 권력에 복무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언어는 수령의 옹위와 체제의 수호와 동원의 명령과 적대의 표현으로 가득하다. 북한에서 나온 떠돌이 예술가 리덕수는 그 언어를 ‘쓰다’를 통해 하나씩 혁신해 간다.”
“정치의 구호가 개인의 삶을 완전히 압도하는 현실일지라도, 권력의 거대서사만으로 한 개인의 언어를 모두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에는 “꽃에 이르는 길”이 숨어 있고, 하늘에는 “빛나는 하나의 태양”이 있고, 잘 익은 “열매가 주렁”진다. 권력의 언어에서 꽃은 혁명의 꽃이고 태양은 수령의 얼굴이며 열매는 생산 목표의 달성이지만, 개인의 언어에서 꽃과 태양과 열매는 좋은 삶과 작은 행복의 상징일 뿐이다. 삶의 기쁨을 만드는 건강한 노동, 하루치 보람을 충전한 몸이 안식할 훌륭한 살림집, 정성스레 잘 꾸민 마을 등을 누리려는 마음을 모조리 정치에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 단위에선 권력이 강하지만, 개인 단위에선 일상이 강하다. 일상은 투쟁을 안온으로, 위기를 희망으로, 스펙터클을 루틴으로 바꾼다. 이 마음이 남북 화해와 통일의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경의선 철길 따라 세계로” “직통선, 최고의 통화 품질로 잘 들리는가”. 우리한테는 “좌우합작 시대의 새건축물”이 필요하다. ‘쓰였다’의 언어는 적대이나 ‘썼다’의 언어는 평화다.”
“실향 2세대 리덕수의 작업을 통해 북한의 선전화는 남한의 아방가르드 미학과 결합한다. 그림들의 강렬한 선동성은 여전히 북한 미술의 특징을 담고 있으나 색감, 구성, 표현 등에서 더 이상 북한 미술일 수 없고, 남한의 아방가르드 미술 문법은 작품의 현대성을 담보하나 구성, 조형, 구호 등에서 더 이상 남한 미술일 수 없다. 남북한 양쪽의 미술 언어들이 조각나고 분열해서 합쳐져서 리믹스remix 된다. 그러나 언어가 뒤섞여 “부유하고 문화적인 성과를 낳”는 곳에서 새로운 전위가 나타난다. 원본을 반복하고 재현하면서 이를 비틀고 덧붙이고 재배열해 원본과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는 ‘밈 아트meme art’는 이 시대의 한 첨단이다. 리덕수는 리믹스 되기 어려운 표현문법으로 이루어진 북한 선전화를 남한의 시각언어로 재현하고, 그 선동 구호의 자리에 남한 인민생활의 비참과 고통과 희망을 끼워 넣음으로써 현대적 밈을 창조해낸다. 멋진 예술가가 있다면, 작품은 전혀 다른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주렁지게 맺을 수 있다. 아마도 우리는 이 책에서 그런 작품과 만난 듯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리덕수
냉전의 무대,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로 남북한의 공존을 상상하며 활동 중이다. 북한의 선전화를 편집 재구성해 남한 출판 미술에 뒤섞어 펼쳐내는 좌우합작 미술 전시를 한다. 2021 DMZ Art & Peace Platform(uni마루_파주),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세화미술관_서울)등의 전시를 했다.
목차
서문 북한 선전화와 남한의 아방가르드가 만나다 / 장은수 ..7
포스터
북한포스터 나는 이렇게 썼다 ..21
지금 여기 꽃에 이르는 길 ..23
멋진 신세계를 열어 나가자! ..25
조국강토를 아름답고 살기좋은 락원으로 ..27
6시 내고향을 록음방초 우거지게 ..29
시기를 노치지말고 씨를 뿌리자! ..31
열매는 온 나라에 주렁졌다! ..33
최고의 선물 빨리받아 들이자 ..35
빛나는 하나의 태양 ..37
내 삶이 닻을 내린 곳 ..39
일심단결하여 취업을 끝까지 완성하자 ..41
공장 안팎을 알뜰히 가꾸자! ..43
오늘 더 많이 생산하였는가 ..45
납기는 생명 품질은 자존심 ..47
품질은 타협이 없다 생산성 향상 극대화 ..49
질좋은 제품이 폭포처럼 쏟아지게 하자! ..51
왠지모를 고품질 ..53
위대한 대장정 외화벌이운동 ..55
영광스러운 수출을 늘이자 ..57
4차 기술혁명운동을 더욱 힘있게 벌리자! ..59
철저히 일하며 배우자 ..61
지피지우기 백전백승 ..63
성심성의로 다시 한번 비약을 일으키자 ..65
로보물자는 근로자의 높은 열의와 로력 ..67
불금로동은 궁국의 애국로동이다 모두다 불금로동에로! ..69
택배수송을 용감 민첩히 하자 고객은 분초를 다투어 기다린다 ..71
감격과 기쁨을 자아내는 임금인상과 물가인하 ..73
잘 살며 일하고 있는가 ..75
원두를 단호히 분쇄하자 ..77
새시대건설의 돌파구를 힘있게 열어제끼자! ..79
좌우합작 시대의 새건축물을 창조하자 ..81
우리들에게 훌륭한 살림집을 더 많이! ..83
한푼두푼모아 저금한 돈 돼지사고 집 샀네! ..85
대출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자 ..87
우리나라 곳곳에 휴양소를 더 많이 건설하자 ..89
최고의 통화품질로 잘 들리는가 직통선 ..91
경의선 철길따라 세계로 ..93
청년들이여 앞장서서 세기적 기적을 창조하자 ..95
믿음직한 청년 보람찬 청년이 되자 ..97
창의 륭복합 혁신 심장으로 받들자 ..99
극력의 로력적성과 ..101
잠간만 자력갱생은 우리의 정신 ..103
도래할 공동체 우리 민족은 하나이다 ..105
우수한 일당 백의민족 ..107
녀성들은 훌륭한 일’군 ..109
착취없고 압박없는 우리의 사회제도 ..111
민족면역의날 슬기로운 대중생활 ..113
민족해장의날 내몸을 잘 보호관리하자 ..115
내일의 행복을 불길높여 더욱 꽃피워나가자! ..117
친형제와 같이 사랑하고 원호하자 ..119
좌우를 막론하고 뜻깊은 만남 모두찬성 ..121
유쾌한 공동체의 창조적 로력은 내일을 개조한다! ..123
명랑한 생활의 창조는 정연한 마음에서 ..125
문화 생활은 나의 힘 ..127
녀성들은 훌륭한 춤’군 ..129
위대한 예술의 탄생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131
영구 불멸의 친선으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 ..133
개선문 축원의 꽃물결 ..135
부유하고 문화적인 성과가있으라! ..137
나를 아껴쓰자요! ..139
나는 이렇게 쓰였다 ..141
소설 / 고영범
필로우 북_리덕수 약전 ..143
시 / 서윤후
반영원 ..177
시 실안개 때로는 죽여주는 것 ..180
시 오렌지 산책과 레몬 비 ..182
시 밤그늘 속에 앉아 있으면 나는 무엇으로 보이나요 ..184시
나는 이렇게 쓰였다 ..186
비평 / 정연심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을 꿈꾼다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