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에게 분열되어 있으면서 외밀(外-密)한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실재적인 목소리를 다룬다. 이 책은 자크 라캉, 사뮈엘 베케트,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그리고 엘렌 식수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불가능한 위상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를 다루었다. 우리의 말이 대개 우리 삶에 불가능한 범위의 것을 망각하게 하는 반면, 한계 너머에서 필연적으로 울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 이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불가능한 목소리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출판사 리뷰
이 책 『불가능한 목소리』는 목소리의 불가능성에 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순서는 반대일지도 모른다. 즉, 목소리의 불가능성이 먼저 있었고, 그것이 다섯 명의 인물들(자크 라캉Jacques Lacan,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엘렌 식수Hlne Cixous)로 하여금 쓰고 말하게 했으며, 그에 이어 다섯 명의 글쓴이가 다시 모여들게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불가능한 목소리』는 목소리의 불가능성을 경유해 다시 내는 목소리가 된다. 그리고 다시 순서를 바꿔, 그렇게 목소리의 잠재된 가능성을 말하려는 역설적인 시도로서 목소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무엇을 말해야 할 것인지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은 투명하고 명석한 목소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미작용에서 말해질 수 없거나 들릴 수 없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말하기·듣기의 원천이 되는 목소리에 관해 다룬다. 라캉의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정신분석의 대상 중 하나로서 ‘목소리-대상’으로 특정한 바 있다. 이 책은 자크 라캉, 사뮈엘 베케트,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그리고 엘렌 식수가 이야기한 목소리에 관한 불가능성에 대해 다루며, 이러한 불가능성의 간극, 틈새를 엿보고자 하였다.
“내면의 목소리가 뭔지 진짜 알 것 같아요. 그건 자기 자신의 느낌인데 어떤 다른 사람의 언어에요.” 여기서 우리는 라캉이 대상 a의 외밀성extimite이라 부른 것을 목격한다. 목소리는 바깥(외부)에 있는 동시에 안(내밀)에 있어서 그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다. 목소리는 단순히 타자의 그것이 주체의 그것으로 내면화된 것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를 뒤엉키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말이 외부로부터 나에게로 묵직한 덩어리처럼 던져지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것은 내 안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으며 아무런 물리적 실체가 없는 공백과 같다. 그래서 목소리는 안팎이 뒤얽힌 공백의 덩어리 같은 특이한 대상이다. 라캉이 말하듯, “목소리는 공백에서 공명한다.” 보이스voice는 보이드void에서 울리는 것이다.
_「목소리」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무언가로 한정하고 어딘가에 소속시키려는 모든 언어적 기획을 좌절시키고 도주하는 존재가 무명씨라면, 그래서 그를 언어로 묶어 두려는 시도가 필패할 수밖에 없다면, 거꾸로 무명씨의 정체는 그를 포획하기 위해 내리쳐지는 언어의 그물망을 간신히 빠져나오는 순간에만, 즉 언어를 통한 자기 정체화의 실패를 통해서만 언어상에 찰나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명씨는 언어적 자기 규정 시도의 실패를 뒤집어 이 실패를 계속해서 시도해야만 자기 자신을 점멸하듯 현시할 수 있을 것이다.
_「무명씨 이야기」
중요한 것은 이들의 존재와 사연 그 자체가 아니라, “Je”의 자리에 이들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도망침으로써 가까스로 드러나는 무명씨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도주의 방법이자 자기 증명의 주문은 “Je”의 자리 안에서 “지금 ‘나’라고 말하고 있는 자는 내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것이다. 무명씨는 “Je=○”이란 관계식에서, “나”를 한정 짓기 위해 우항의 빈 자리(이것이 결국 “Je”의 자리다)에 어떤 이름이나 속성을 대입하든 그 자리 바깥으로 달아나 등호를 베어 버림으로써 기어이 “Je≠○”을 만들어 놓고 마는 어깃장이다. 그가 “Je”의 자리에 마후드와 웜을 빚은 것도 결국 이들을 언어적으로 조형하는 과정에서 틈만 나면 그들로부터 선을 긋고 달아남으로써 자기 존재를 명멸하듯 빼꼼 내비쳤다 사라지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
_「무명씨 이야기」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영옥
연세대 철학과에서 사르트르 철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에서 레비나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미셸 앙리의 『물질 현상학』 및 『육화, 살의 철학』, 기욤 르 블랑의 『안과 밖: 외국인의 조건』, 『달리기』, 자크 랑시에르의 『역사의 형상들』, 모리스 블랑쇼의 『저 너머로의 발걸음』이 있다. 막심 로베르의 『스피노자와 그 친구들』을 옮기고 있다.
지은이 : 박영진
연세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라캉과 바디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cole de la Cause freudienne 소속 분석가와 교육분석을 했고,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Bruce Fink)와 수퍼비전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임상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극작과에서 정신분석을 강의하고 있다. 학술지 Textual Practice(A&HCI)에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읽기: 라캉과 바디우 사이」를, 학술지 Concentric(A&HCI)에 「반철학, 철학, 사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 읽기」를 게재했다. 저서에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캉, 사랑, 바디우』가 있고, 역서에 『라캉의 사랑』,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공역), 『메타정치론』(공역)이 있다. 현재 ‘라캉정신분석클리닉’에서 정신분석 임상을 실천하면서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cafe.naver.com/lacanseminaire
지은이 : 이진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수학하고 현재 파리 대학교(舊파리7대학)에서 사뮈엘 베케트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지은이 : 고해종
인문학 연구자, 연극 연출가. ‘연극으로 철학하기’를 과업으로 삼고 ‘철학극장’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서 공부했고 논문 「포스트드라마론의 실재 인식 비판: 주체의 역설과 드라마의 복권」으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캉과 데리다를 상보적인 관계로 독해하고 그에 대한 상속의 사유로 알랭 바디우의 철학을 새기면서 예술철학과 미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그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데리다와 현대 연극: 차연의 유사-변증법과 드라마」,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로베르토 쥬코〉와 악의 윤리학」, 「액체적 사랑의 윤리: 영화 〈팬텀 스레드〉의 사랑론」 등의 글을 썼고, 〈아Q정전〉, 〈부재중인 방〉, 〈오만한 후손들〉, 〈총독의 소리: 국민적 인간의 생산〉 등의 연극을 만들었다. 현재 단국대, 성신여대, 수원대, 한국외대에서 강의하고 있고, 데리다의 목소리론을 염두에 두고 〈비평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지은이 : 배지선
폭력과 트라우마, 부인, 부정, 억압, 검열과 통제를 넘어 역사를 다시 쓰면서? ‘모(국)어’의 복합성, 말하는 존재와 모(국)어, 나아가 언어와의 관계에 깊이 연관된?주체적 기억과 집합적 기억을 연결하는 글쓰기와 언어의 생성과 생산 조건을 드러내는 논문으로 파리 8대학 젠더 연구 박사과정에서 학위를 받았다. 성폭력과 증언, (자전적) 글쓰기, 번역 등에 관한 글을 썼다. 학위과정, 보다 근본적으로는 낯선 언어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글쓰기’라는 무한의 영역, 그 힘에 열중하게 되어 이를 주된 연구 영역으로 삼고 있다.
목차
서문/9쪽
목소리/11쪽
무명씨 이야기/25쪽
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45쪽
우편적 목소리, 텔레-파시/75쪽
꿈의 목소리, 목소리의 꿈/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