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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사랑도 모르면서
레디앙 | 부모님 |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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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노래하는 시를 모은 시집. 시인 류원은 현재 노동조합 상근 활동가다. 도서출판 레디앙은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 시집 발간을 계속 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다채로운 노동자 시인들이 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와 노동자, 시 쓰기와 노동운동이 행복하게 만나, 노래가 힘이 되고 무기가 될 때, 노동자들의 삶은 풍성해지고, 투쟁은 힘을 얻고, 희망의 싹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원동력이다.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는 ‘시 쓰는 노동자’를 찾아내고, ‘시 읽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계속 된다.

특히 시집 출간 비용은 출판 취지에 공감하는 ‘아마추어 시인’ 주변의 ‘동지’들과 지인들이 ‘시집 만들어 주는 노동자’들이 돼 십시일반 힘을 모아 시집 출간 비용을 후원해 주고 있다. 또한 시집의 판매 수입은 이후에 계속 나올 시집 제작비에 투입돼 시리즈 발간의 지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출판사 리뷰

흐르는 물처럼
이근원(노동운동가)


뜬금없는 일이다. 시를 읽다가 갑자기 함석헌 선생님이 생각났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발행하시던 「씨의 소리」를 읽었다. 박정희에 의해 판매금지를 자주 당해 재빨리 사지 않으면 구할 수 없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왔고, 마침 명동성당 바로 아래 YWCA에서 선생님이 강연을 한다고 하셨다. 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강당을 가득 매운 청중들 사이에서 그 분을 처음 보았다. 두루마기 한복, 긴 하얀 수염, 나지막하지만 막힘없는 말투. 내용은 아무 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얘기하시면서 우주를 넘나드는, 사고의 경계를 확 여는 얘기를 하셨던 인상만 강하게 남았다.

그런데 왜 불쑥 생각이 났을까? “너와 내가, 나와 우주가 연결되어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우주가 나와 꽤 비슷하게 생겼다”라고 노래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그의 머릿속에 매미가 살고 있고, 생사를 넘어 이미 하나가 되어 버린 코끼리와 민들레도 만나게 되어서 그랬을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항상 소녀(?)적인 느낌을 주로 주는 그의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산신령 혹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덤블도어 닮은 팔십 노인이 왜 떠오른단 말인가!

그러나 조금만 더 유심히 그의 시를 읽다보면 노자와 장자를 섞어서 내면화 한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있음과 없음은 하나다.

나는 꽃을 피워내려 애쓴 적이 없다
다만 살기위해 뿌리 내렸을 뿐
- ‘나는 꽃을 피워내려 한 적이 없다’ 부분

소나무를 꺾었으면 소나무만큼은 살자
장미를 꺾었으면 장미만큼은 살자
개똥풀을 꺾었으면 개똥풀만큼은 살자
하물며 그럴진대
사람을 꺾은 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 ‘너를 사랑하는 나는’ 부분

그리곤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며 마치 인생을 다 살아 본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노래한다.

아무도 모를지 몰라
나의 애씀을
나의 눈물을
나의 존재를

괜찮아 괜찮아

내 안의 나무가 알고
내 안의 바람이 알고
내 안의 사랑이 알고
내가 아니깐
- ‘괜찮아’ 전문

이 정도 되면 함석헌 선생님이 느닷없이 떠오른 것만은 아닌 것같다. 해서 선생님이 쓰신 「하늘 땅에 바른 숨 있어」라는 책을 다시 찾아보았다.

노자 도덕경 8장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를 선생님은 “썩 잘함은 물과 같다. 물은 모든 것에 좋게 잘 해 주면서도 다투지 않고 누구나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있으려 한다. 그러므로 거의 도(道)에 가깝다.”라고 풀이를 해 두셨다. 그러자 자신은 이미 물처럼 살고 있노라고 최선영이 냉큼 답한다.

물처럼 살리라
졸졸콸콸 흐르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그리고 너의 마음에서 우리의 마음으로 만나며 살리라
- ‘그저 물처럼 살리라’ 부분

자연스런 일은 애쓴다고 어쩔 수 없죠
자연스런 일은 모두 인연 따라 흐르죠
자연스런 일은 변하는 게 아니라 그저 품어내고 새로워지는 거죠
- ‘나는 자연인이다’ 부분

그러고 보니 글을 쓸 때 류원(流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삶의 본질, 근원을 향해 흐르고 싶다고 말한다. 심지어 사랑조차도 두려움 없이 흘려보내며 그렇게 살고 있다.

흘러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매순간 새로운, 위대한 사랑이 만들어짐을 믿으며
방금 나눈 우리의 키스도, 약속도 두려움 없이 떠내려 보낸다
- ‘사랑은 흘려보내기’ 부분

최선영은 심리치료를 전공하고, 상담을 하기도 한다. 자아초월학을 공부하는 중이기도 하다. 그에게 이메일을 받으면 보낸 사람이 “마음아 놀자(mindplay)”라고 나온다. 내 주변에서 마음더러 같이 놀자며 달려드는 유일한 사람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해님을 보면 눈을 감고
달님을 보면 눈을 뜨고

목 마르면 물 마시고
몸 마르면 술 마시고

그리우면 한껏 멀리 보고
외로우면 한치 앞을 보고

애쓰지 말고
애끓지 말고

그냥 살아요
마냥 살아요
- ‘우리 그냥 살아요’ 전문

그런 그에겐 만남과 헤어짐이 안팎으로 같은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상대방도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다.

사랑한다면
나는 사랑이 되리라

보이지 않으나 언제나 곁에 있고
만져지지 않으나 언제나 포근하며
들리지 않으나 언제나 다정하고
냄새나지 않으나 언제나 향기로운

나는 사라지고 사랑만 남으리라
- ‘사랑한다면 사랑이 되라’ 전문

이 정도 되면 “흐름 속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속에 보금자리 친 내 영혼”이라는 공초 오상순의 묘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흐르고 흐르면서, 그 안에 보금자리를 치고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

다시 함석헌 선생님의 시 한편이 생각난다.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그 사람을 가졌는가’ 부분

돌아보니 오랜 기간 “저런 사람 하나”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이 시집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저 하나 있는 그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류원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중앙회노동조합 상근활동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노동조합 활동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바꿔주었고, 더불어 사는 행복을 경험하며 세상 속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운동해온 동지들과 용기 내어 투쟁해온 사람들 덕이다.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한 연극, 그리고 스무 살 끝자락에 만나 지금까지 이어오는 연극운동 단체 ‘생활연극네트워크(생연)’에서의 활동은 연극이 자기 성장을 위한 안전하고 파워풀한 도구임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연극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변화의 도구로 활용되길 바라는 생연의 서원에 공감하여 사무국장으로 함께 활동하며, 연극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인연들로 현재는 보다 본질적인 공부를 위해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을 전공하며, 노동조합 활동과 심리상담 및 연극을 하는 할 일 많은 시인이 되어가고 있다.

  목차

1부 사랑, 숨결을 나누며

마땅히 있어야 할 그 모든 것들과 함께
너를 사랑하는 나는
나는 물었어야 한다
나는 꽃을 피워내려 한 적이 없다
우리 그냥 살아요
너와 함께라면
안다
달팽이 사랑
고슴도치 사랑
에잇, 그건 낚시꾼이 아니죠
촛불 하나 손에 쥐고
사랑은
기다림의 자세
사랑은 흘려보내기
사라지지 않기를
걷고 또 걷고
다짐
오늘의 기도

2부 사랑, 인연의 흐름

미련
우주인
손가락이 왜 다섯 개인 줄 아니
가난한 비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린 날
비로소
너의 이름은
그대가 나를 기억만 해준다면
사라지고 살아지는 시간
재개발 空家들 속 애처로운 나의 집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 내 머릿속에 매미가 살기 시작 했어
결국 난 또 사랑을 하겠지
그림자 사랑
민들레 꽃씨처럼
사랑 의식
궁금해
잊지 말아야 할 것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지나온 시간들
사랑보다 어려운 함께 살기
지켜준다는 건 지켜봐 주는 거라네

3부 사랑, 여행의 시작

매일 우는 건 당연하죠
코끼리와 민들레의 사랑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하여
그대가 나를 사랑하거든
눈물에 맛이 있다면
그저 물처럼 살리라
인연에 대한 예의
홀로 핀 꽃이 있으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우리
나는 오늘 행복합니다
진짜 안다는 건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
나를 믿는다는 건
‘에는’과 ‘란’
똑같은 걱정은 이제 그만
너도 아니
너의 별, 작은 나의 사랑 고백
나 여기 있어
공황장애
기다림
작은 꽃 이야기

4부 사랑, 일상 안으로

민들레의 생명력
별을 닮은 마음
눈물이 흐르는 까닭은
그대가 바라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신들의 장난
다람쥐의 꿈
사랑을 하는 이유
너에게만 들리지 않는 소리
어떤 길이든
당신이 내게 보여준 것
이별
사랑할 땐 언제나
소소한 일상
인연은 내가 있기에 가능한 것
도로시의 발견
그 집에 놀러가고 싶다
인연

5부 사랑, 사랑이 되어

별 같은 너
그냥 그대로 온전하다
엄마
껴안아 주세요
바람이 불어준다
존재
완전히 온전한 우리
괜찮아
지금 이 순간
안녕
노을
나를 살게 하는 너
삶은 창조
내가 되어 가는 길
너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사랑이 되라
다짐
이런 게 사랑인가요
인연 따라 만나는 시련 앞에서
떠나면 보이는 것들
안녕하세요
나는 자연인이다
눈 내리는 날의 풍경
시의 의미
이유
내 사랑 내 곁에
깨어남
미소 지으세요
나다움
여지껏 사랑도 모르면서

시집을 읽고 이근원
시인을 말한다 곽장영
시집을 내며 류원(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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