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경기신문에 ‘고향갑의 난독일기’라는 타이틀로 연재 중인 글과 미발표 글을 가려 담은 책. 저자는 ‘한 글자’에 주목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글도 저자의 일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것들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깝게는 주변, 멀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담벼락에 가려지고 그늘진 자리에 자주 머문다.
출판사 리뷰
‘꽃’처럼 애틋하고
‘별’처럼 명징하며
‘시’처럼 농밀한 문장의 아름다움!
농후한 서정성과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 무엇보다 빼어난 문장이 빛을 발하는 산문집이며 한 글자 제목으로 이루어진 총 69편의 글을 담았다. 경기신문에 ‘고향갑의 난독일기(難讀日記)’라는 타이틀로 연재 중인 글과 미발표 글을 가려 뽑았다.
저자는 연극과 뮤지컬 시나리오를 주로 써 온 희곡작가이지만, 그보다도 우리 시대의 탁월한 에세이스트임을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이 첫 산문집인 탓에 우리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뿐,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문장과 가슴의 밑바닥으로부터 스며오는 정서적 울림이 주목할 만한 작가의 출현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한때 밑줄을 긋고 입으로 되뇌던 산문 읽기의 기쁨을 다시 누리게 한다. 가히 산문 미학이라 할 만하다.
한 글자에 담긴 ‘나’와 ‘너’,
수만 글자를 품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말이 소리와 다른 이유는 뜻을 지녔다는 것이다. 태고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위해 말에 뜻을 담아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가장 짧은 말로, 가깝고 요긴한 것들부터. 몸, 불, 숲, 길, 집, 밥, 땅과 같은 것들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글자로 부르는 것만큼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며, ‘말’과 ‘글’이 소중한 까닭도 그래서일 것이다.
저자는 그 ‘한 글자’에 주목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글도 저자의 일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것들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집, 가족, 이웃, 일…. 가깝게는 주변, 멀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담벼락에 가려지고 그늘진 자리에 자주 머문다. 그 시선에 슬픔을 어루만지는 물기와 온기가 담겨있다. 그늘 속에서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들, 삶을 꾸려가는 존재의 가여운 몸짓에 마음을 주고 공감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 머리의 말미에 “그늘진 땅에 피어난 꽃, 그 꽃을 닮은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미루어 짐작하겠지만, 이 책에는 화려한 등장인물이 없다. 기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가족, 가난한 예술가이거나 노동자들, 말하자면 사회의 비주류이다. 그러나 사회의 비주류일지언정 인생의 비주류일 순 없어, 저자는 이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일순이가 예쁜 것은 ‘개냥이’ 때문입니다. 개냥이는 일순이와 함께자란 고양이인데 새끼를 낳다 죽었습니다. 그러자, 한 번도 새끼를 밴 적 없는 일순이의 젖이 불었습니다. 그리곤 죽은 개냥이를 대신해서 새끼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 「둘」 중에서
저수지가 웁니다. 물에 가려진 것들이 따라서 웁니다. 울음은 얼어붙은 저수지 안에 가득합니다. 설움 때문이겠지요. 울음을 따라 균열이 얼음을 가릅니다. 갈라진 얼음 위로 지는 해가 피를 토합니다. 얼음 위로 뿌려진 노을은 갈라진 얼음만큼이나 서럽습니다. 노을이 서러워, 갈라짐이 서러워, 또 그렇게 저수지는 웁니다.
- 「곡哭」 중에서
이상한 일이지요. 왜 지나간다고 하지 않고 건넌다고 할까요. 횡단보도 말이에요. 이쪽과 저쪽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같아서일까요. 아니면 사람과 도시를 묶어주는 매듭 같아서일까요. 당신은 어디세요. 저는 출발을 기다리며 멈춤 앞에 있어요.
- 「온溫」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고향갑
대학을 중퇴하고 글을 쓰며 노동현장을 전전했다. 조선소와 그릇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으며, 노동야학에 참여하며 ‘삶의 시울 문학’에서 습작했다. 민예총이 설립되고 전남지회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다. 이후, 오래도록 글 쓰는 일을 찾아 ‘글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 〈또 하나의 진실〉 〈아버지의 나라〉 〈무등산 타잔〉 〈최용신-다시 살아도〉 등의 연극과 뮤지컬,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 〈왜, 나를 쐈지?〉, 전태일 50주기 특집 〈너는 나다〉 등의 다큐멘터리를 썼다. 공저로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이 있으며, 현재 경기신문에 연재 칼럼 〈고향갑의 난독일기〉와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목차
1장 글이 고이는 샘
둘 012 옆 015 곡哭 018 온 021
눈雪 024 글 027 봄 030 똥 033
산 036 미美 039 절 045 방 049
씩 052 책 056 저 060 숨 063
2장 살아내는 이유
첫 068 풀 071 장醬 074 벽 077
흙 080 명命 083 손 087 산山 090
길 093 감感 097 나 101 꿈 104
졸卒 108 멸滅 112 태胎 115
3장 그늘에 핀 꽃
인人 120 법法 124 그 127 연蓮 130
헛 133 잠 136 소 139 발 142
끝 145 늘 148 무無 152 틈 155
수囚 159 끈 163 명名 166 별別 169
꽃 172 강江 175 면麵 178 컹 181
4장 어두움 너머
색色 186 집 189 또 192 꿈 195
택擇 198 옥獄 201 귀耳 204 죄罪 208
툭 211 편便 214 꽃 217 별 220
옷 224 쉿 228 쫌 231 볕 234
참慘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