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전지적 간호사 시점”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연들을
간호사 시점에서 바라보며 그린 웹툰 에세이
감정은 버리지 말아 주세요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감정노동자 수는 약 74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1.8%,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
텔레마케터, 주유원, 경비원, 버스기사, 택시기사, 배달원 등 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은 우리 가족이거나 가까운 지인, 일상에서 매일 마주치는 이웃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자동으로 안내되는 메시지가 있다. ‘2018년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조치가 시행됩니다. 상담사에게 폭언을 하지 말아 주세요.”
보호자 : 우리 애가 마루타야? 실력도 없는 것들이 진짜!
왜 한 번에 혈관을 못 찾아!
사람이 왜 실수를 하냐고!
간호사 : 죄송합니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고 혈관 찾기가 힘들어서 안 된 겁니다. 죄송합니다.
보호자 : 죄송하면 다야? 죄송할 짓을 왜 하냐고! 어디 쓰레기 같은 병원에서 쓰레기 같은 것들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있어!
-본문 ’소아과 주사‘ 중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역시 감정노동자에 속한다.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 그들의 보호자들까지 대하며 호전 상태뿐 아니라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직업. 환자와 그 가족이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간호사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사는 세상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태움’이란 말을 아시나요?어떤 직종이든 신입 시절은 견디기 힘들다. 따뜻한 가정에서 보호받다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누구나 차갑고 냉소적인 분위기에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로 도우며 의지해야 할 동료들은 어느 순간 경쟁자가 되어 있고, 힘이 되어 줘야 할 선배들은 기선제압부터 하고 본다.
“너 임신했다고 봐주는 줄 알아? 더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해! 알았어?!
”너만 임신했어? 다른 애들도 다 임신해서 3교대 했어!“
- 본문 ‘왜 저래’ 중에서
특히 간호사들 사이에는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이는 선배 간호사들이 후배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욕, 욕설, 폭행 등을 일컫는 은어이다. 환자들을 돌보는 것 외에 익혀야 할 수많은 업무를 습득하기 위해 견뎌야 할 또 하나의 난관이 있을 줄이야! 평범한 사람끼리 부딪치는 직장 생활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데,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을 살피며 선배들의 눈치까지 보는 것은 보통 멘탈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불태워야 할 산업 전선인 셈이다.
’야! 똑바로 안해?!'
“앞으로 쟤한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마세요!”
“가서 폴대나 닦아!”
- 본문 ‘넥 슬라이스’ 중에서
이 책에서도 선배들의 악행이 그려져 있지만 이는 실제 일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악습 중 일부에 불과하다. 본인이 겪은 일을 후배는 겪지 않게 하기 위해 힘이 돼 주는 고마운 선배도 있지만 보통은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본인을 지켜내기 위해 후배가 처한 어려움까지 헤아리고 도와줄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직군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돌봄의 가치, 존중받을 권리다른 직업과 달리 간호사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때 ’나이팅게일 선언문‘을 낭독한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이렇게 굳건한 의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간호사 직을 수행하지만 신규 간호사라는 과정은 그들 사이에서 견뎌내기 힘든 어두운 터널과 같다.
하물며 심신이 나약하고 예민해져 있는 환자들을 대하는 병원에서의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치매 환자나 중증 환자를 마주할 기회는 종종 있다. 그런데 근무 시간 내내 크고 작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대하는 직업이라면 어떨까? 이들은 심신이 병약하고 예민한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과 상태는 드러내지 못한다. 일하는 내내 아픈 이들과 보호자들의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보통의 직업군과는 다른, 초인적인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보호자 : 저기요. 마스크 주세요.
간호사 : 보호자 분, 죄송하지만 여유분이 없어서 드리기가 힘들어요.
저희도 한 개로 계속 쓰고 있어요.
보호자 : 너네는 안 죽잖아! 나는 죽어!
너희 나 죽는 거 보고 싶어? 너희 살자고 나 하나 죽이냐?!
- 본문 ’마스크 내놔‘ 중에서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때로는 인권조차 무시당하기 일쑤다.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는 좌절과 치유, 희망과 공포, 감동과 눈물 사이에서 온전한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간호사들의 일터가, 생각보다 전투적이고 치열하며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고맙고 귀한 손길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하는 책이다. 곳곳에 따뜻한 위로와 선물 같은 인연들의 이야기가 녹아져 있어 감동을 주기도 한다.
환자 : 힘드시죠? 이거 마시고 가세요.
간호사 : 고, 고맙습니다.
환자 : 받기만 하고 못 마실까 봐 뚜껑 열어놨어요. 여기서 다 마시고 가세요.
- 본문 ’비타50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