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는 실재와 실재에서 파생된 언어들 사이의 왜곡을 정밀하게 포착해낸다. 뉴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시선들의 모호한 일상을 가차없이 휘저어 놓는 정지윤의 시어들과 나규환의 드로잉은 완벽하게 겹을 이룬다.
편파의 극단에 맞서 매 순간의 진실한 심상들을 소환하는 두 사람의 콜라보는 역동적이면서 유쾌하다. 강하고 빠른 선과 밝은 색들이 편견으로 은폐된 진실을 ‘지금 이곳 실감’으로 되살려 놓는다. 문자와 이미지들은 여백을 공유하며 자유자재로 공명한다. ‘해고 통지서’도 ‘입이 없는 루저’도 이 공명의 자장에 들어와 함께 춤춘다.
뜨거운 현실 속의 이슈들을 정지윤의 언어가 집요하게 쫓는 동안 말없이 완성된 나규환의 형상들은 온몸이 멍든 이들을 쫓아 주파수를 맞춰낸다. 드로잉 시집의 모든 주인공들은 권력이 조준하고 퍼붓는 ‘뉴스’들의 아픈 상처를 침묵으로 받아 안거나 쓸쓸한 서로의 등을 응시하며 오늘을 함께 버텨간다. 이 ‘버팀’이야말로 편파적으로 변한 세계를 바로잡는 눈부신 두 사람의 춤이자 공명의 축이다.
제22회 전태일문학상과 제10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로서 정체성을 갖는 정지윤의 시와 나규환의 드로잉 콜라보는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안팎에서 강제로 밀려나가는 기억들과 상처입은 당사자들을 초광각의 앵글로 분명하게 끌어안는다.『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를 통해 독자들은 구체적으로 표현된 진실의 생기와 영감이 가득한 상상력을 함께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책, 가설의 공간 - 전시장이자 공연장일 수는 없을까?
시의 행간과 여백은 백색의 아득한 심연과 우주의 측정 불가한 어둠을 압축하고 있는 마술적인 공간이다.
이미지나 언어 밖의 공간 역시 사방으로 무한하게 뻗어나간 ‘저 너머’의 무엇이다.
이 공간에는 때로는 빠르게 스쳐가거나 잠시 머물다 가는 연기 같은 형상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팽목항의 파도 앞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도 있다.
모두 종이책 한 권에 담기는 예측 불가한 스토리들이다.
구름처럼 가벼운 것, 크고 작은 것, 넓고 좁은 것, 빗방울과 샤워기와 욕조, 빨간 제라늄과 죽은 고양이, 옷걸이와 점퍼와 총…
한 사람의 시인과 화가이자 조각가인 젊은 남자가 부리는 마술이 마음껏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시집이자 드로잉 북인 책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 것 같다.
마치 56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연속 상영되는 무대이자 전시장인 이 가설의 공간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냥 책 이름을 망고나 솔방울이라 부르면 안 될까.
책 하나에 두 사람이 펼치는 공상이 뒤샹의 변기처럼 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전복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흥미롭다.
이 책 속에서 짝을 이룬 시와 드로잉의 결합 과정은 복잡한 편집 절차들만 뺀다면 영화의 내러티브만큼이나 극적인 전환을 매 쳅터 마다 완성하고 있다.
모든 예술이 영화처럼 대중적 환호를 향한 진화와 산업으로서의 광휘를 따라나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반 영화적인 책의 관념에 현실과 대치할 만한 ‘격렬한 허구의 힘’을 구축해 보려는 시도이다.
뉴스의 맥락은 뒤섞인다
그래서 편파적인 나는 언제나 이중의 역설을 견디며 산다
다 알거나 다 모르는 ‘하루’
행간과 행간에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지나간다..
.. 겹쳐지고 겹쳐지는 사건들 속에서 마침내 평평해진 나는
입체감이 사라진다..
.. 투명한 거울에 나를 비춰 보기엔 여전히 나는 편파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 시인의 말 中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지윤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시, 2014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동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전태일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동시집 『어쩌 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와 시조집 『참치캔 의족』이 있다.jmk4033@naver.com
목차
시인의 말 / 바닥들 /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는 봄날 / 나는 매일 빈 병처럼 울었다 / 과식을 한 뒤 / 관문 사거리 말발굽 소리 / 간격에 대하여 / 집 / 아무도 웃지 않았다 / 반 셔터를 누르는 오후-네거티브 / 시각 장애 사진가 K씨 / 얼음 픽셀의 결정은 날카롭다 / 레시피대로 만든 우리는-겨울과 봄의 테이블 / 샘 치과 / 물속으로 추락한 구름들은 / 때를 놓치고 / 무시할만한 수준 / 물은 납작해진다 / 취한 숲 / 줌인-타버린 연탄재의 구조 / 여의도는 아득하다 / 넝쿨장미들의 파산선고 /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 단추를 달다 라면을 끓인다 / 스쿠버의 잠꼬대-수몰지에서 / 서울역 / 루저 너는 입이 없지 / 매트릭스 / 스카이 댄서 / 모래들이 모래를 씹는다-2014 고해소의 캄캄한 숟가락 / 맥박을 읽는 구름 / 속도를 벗다 / 시뮬라크르 / 면접 보러 가는 날 / 걸어가는 나무-아르볼 께 까미나 / 누구도 9시를 비켜설 수 없다 / 치킨집 슈뢰딩거 / 바퀴는 점프를 모른다 / 달의 저쪽 / 고양이가 뛰어내린 높이 / 구름의 이정표-이산가족 상봉 / 꽃이 피는 틈 / 부동산이 나를 점령했다 / 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 / 쌀벌레들 / 구두 / 헌화 / 그렇다면, 나사들은 / 나무가 키우는 귀 / 런치박스 / 그래도 낯설다 / 코끼리 귀는 압축된 힘이다 / 희망 타운 / 칠보(七寶) 나비 / 너는 채널 밖의 이방인 / 투명한 와이퍼 / 싱싱한 거품들 /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