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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학교 선생님은 반딧불이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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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348권. 200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유병만 시인의 첫 시집. 1982년 《주간중앙》에 「5분 소설」로 등단 이후 「예수님과 교통순경」 등 계몽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던 유병만 시인은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중동의 열사의 사막에서 땀방울을 내주고 집 한 채를 얻어오기도 했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파병 용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유병만의 이번 첫 시집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동심 가득한 세계를 펼쳐 보임으로써 휴먼이스트로서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사 리뷰

동심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세상 그리기

삶은 시간을 사는 일이라고 정의하자.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을 살고, 일 년, 이 년, 십 년으로 세월을 살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를 산다. 이와 같은 시간의 언어들이 혹은 시간의 구조가 반복되면서 순환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흔히 사계절을 인생주기에 비유하듯이 시간을 사는 삶이란 엄밀히 말하면 자연 내지는 계절을 사는 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순환처럼 삶은 그리고 인생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다. 겨울이 봄을 잉태하고 있듯이 인간의 몸은 겨울처럼 노쇠해졌을지라도 사고력은 그에 반비례하여 동심으로 회귀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곧 미래로 향하면서 과거를 지우고 선조적으로 흐르는 문명의 시간과는 달리 삶의 시간은 혹은 인간의 실존태는 시간을 반복적으로 순환하면서 현재를 사는 데 그 키가 있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가 있어서 존재하는 시간인 까닭에 현재의 실존태는 과거라는 시간의 양과 비례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연륜이라는 시간이 쌓은 탑이자 시간이 내려앉은 닻의 현재이다. 현재는 시간의 닻이 통합적으로 내려앉아 있는 시간대로, 과거와의 관계는 회귀의식 혹은 추억 등으로 맺게 된다.
그중에서도 동심의 시선이 유병만의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데, 이는 유병만의 시간의 닻이 동심으로 회귀한 까닭에 있을 것이다. 동심으로의 회귀는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시간이 내려앉은 닻이리라. 이는 또한 연륜이라는 자연이 낳은 시간의 닻에 따라서 동심의 세계에 이른 것이며, 자연의 시간이 지배하는 우주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생명체의 존재성을 방증한다. 이렇듯 순환하면서 쌓여가는 시간은 혹은 연륜은 세상을 통찰하고 삶을 성찰하는 시의 방식으로 유병만의 시세계를 좌우하는 닻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그만의 특장을 이룬다. 시간이 낳은 통찰력과 성찰의 언어 및 의식으로 점철된 유병만의 시들은 그의 연륜에서 비롯된 탑이자 닻인 것이다.

날마다 시 한 편씩 쓰고
해마다 시집을 서너 권씩 내자고
앙다문 새해 결심은 꽃에 홀려
봄날을 낭비하고
아이들 무지개를 덧칠해주다가
여름날을 낭비하고
이것도 빛깔이 있는 문장이구나
단풍잎을 주워 읽는 가을,
어느새 첫 눈송이 흩날려 가슴은
쿵쿵 뛰는데
다시 보니 어라? 어라?
팔랑대며 내려앉는 흰나비라네
― 「십 년 동안 모은 핑계」 전문

‘십 년 동안 모은 핑계’의 십 년은 사실적인 십 년이기보다는 시인으로서 유병만의 시간을, 혹은 그의 한평생을 은유하는 시간으로 보자. 곧 자연의 시간과 대척점에 있는 인위적이자 연륜에 대한 은유이다. “날마다 시 한 편씩 쓰고/해마다 시집을 서너 권씩 내자고/앙다문 새해 결심”은 시인으로서 그가 새해마다 반복하며 결심했던 자신만의 약속일 것이다. 그것은 해마다 순환하는 시간의 추이에 따라서 삶을 성찰하는 시의 방식으로 전환한다. 그러면서도 연륜의 성찰력은 자연 곧 계절의 힘에 통합되어 자연의 유인력에 함몰된다. 날마다 시 한 편씩 못 쓰고 해마다 시집을 서너 권씩 내자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탓이 계절의 유혹에 있다는 핑계 아닌 핑계가 동심으로 치환된다. 연륜의 탑이 자연의 유혹 앞에서 동심 속으로 빠지고 마는 시간의 닻이다.
때문에 유병만은 ‘꽃에 홀려 봄날을 낭비하고, 아이들 무지개를 덧칠해주다가 여름날을 낭비하고, 단풍잎을 주워 읽는 가을을 지나, 어느새 첫 눈송이 흩날려 가슴은 쿵쿵 뛰는데도 팔랑대며 내려앉는 흰나비’가 되어 겨울에 이르렀다고 세월과 통합된 자연을 노래한다. 특히 첫 눈송이가 흰나비로 치환되는 연상은 자연의 초월성이자 동심의 초월성이다. 동심의 초월성은 자연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하여, 유병만의 한평생이 도달한 지점은 계절이 순환하듯 자연과의 통합 속에서 동심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곳간에 걸어두었다가
내년 봄에 씨 받을 거라고
아내가 큰 가지를 땄을 뿐인데
치마폭에 담았을 뿐인데
나팔꽃들이
알나리깔나리, 알나리깔나리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눈으로 바라보아야 들려주는
꽃들의 소리
땄다 땄다 골라서 큰 가지를 땄다
울타리 위에서
저희들 나팔을 자랑 중이다
― 「텃밭 나팔꽃」 전문

아침을 영광스럽게 열어주는 나팔꽃이 없는 여름은 인위적이다. 자연의 여름은 나팔꽃으로 아침을 열고 작열하는 태양의 여름을 드넓게 펼치는 영광의 닻이 본질이다. “울타리 위에서/저희들 나팔을 자랑”하는 나팔꽃과 함께하는 삶의 시간은 자연과 통합된 시간이며 탈자본의 시간이고 탈탐욕의 시간을 사는 일이다. 나팔꽃과 함께하는 여름을 사는 삶은 태양이 주는 풍요로운 시간을 영위하는 순수와 평화의 시간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태양의 시간은 자연이 스스로 우리에게 찾아오듯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유병만의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남다르다. 나팔꽃과 함께하는 아침의 영광은 인간이 “눈으로 바라보아야 들려주는/꽃들의 소리”가 되는 까닭이다. 인간의 주체적인 안목이 투여됐을 때 비로소 나팔꽃도 인간에게로 다가와 영광의 시간으로 살아난다는 유병만의 전언이 문명비판을 동반한다.
― 진순애(문학평론가)

■ 추천사

시인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첫 시집이 팔리든 말든
약속한 지구본을 우리에게 선물하세요.
우리가 가꿀 지구니까요.
아파트 뒤 도랑에 참붕어 송사리가 헤엄치는
정말 선진국을 만들 거예요.
이 도시에서 네온 불빛이 깜빡 기절을 하면
119 구급차 대신
할아버지가 모은 오일램프를 창가에 켜놓고
개똥벌레와 별을 부를 거예요.
아이 유괴범을 온몸으로 물리친 할아버지와
천 명 비밀조직을 잊지 않을게요.
두고두고
우리가 가꾼 장미꽃을 바칠 거예요.

― 유치원에서 손자 일동

어른들이 미사일 꽁무니에 불을 붙일 때
지우개 없는 마음으로 우리는 호랑이를 그렸어요
허리에서 지뢰가 사라졌다며 기지개를 켜는
한반도라는 호랑이지요
남쪽 바다 멀리 꼬리 끝을 내밀었듯
동쪽 바다에 내민 바위섬이야말로 내 발톱이라고
이웃나라 벚꽃이 건드리면 으르렁거려요
노란 모자를 쓴 우리들이 남과 북을 오가며
손잡고 아리랑을 부르면
아침저녁 타고 내리는 노란 버스는 정말이지
길고 긴 아리랑열차가 되는 거예요
북극곰을 만나러 여름방학 때 달려가고
망고 익는 열대나라에서 철길 위로 달려오면
눈송이 날려 마중하는 호랑이지요
귀를 기울여 들어보세요
지구촌을 마음껏 오가는 아이들이 무궁화라며
어흥, 어흥, 사계절을 웃고 있어요
- 「독도는 호랑이 발톱이에요」 전문

베트남 며느리가 순산했다는 읍내 전화에
논두렁이 파랗게 깨어나고 있다
노인의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완만하게 달라붙어 있던 들판이 뚝 떼어진다
잠시 주춤하던 족보의 한 갈래가 생기를 되찾고
상속되어져야 할 땅의 분량이 새로운 식량을 서두른다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한 혼잣말이 논두렁을 가로지르던 바람에 베어 물리고
들녘 한 켠이 툭 닫힌 핸드폰 밖에서 곰곰이 쭈그려 앉는다
지난 시절은 불임의 푸르름이었다
지난 날들은 불안한 가계였다
일찍 여문 씨알 몇 훑으려다가 부주의한 손가락이 주춤 열리고
갈 길 바쁜 소나기가 허릴 낮게 구부려 담배 내음 짙은 안쪽까지 적신다
문득, 월남전에서 아뿔싸
그 옛날 그 땅에 고엽제를 뿌렸던 기억을 떠올리자
노인의 숨결이 노랗게 말라버린다
의족을 짚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하는 기억들을 챙기려는 듯
낮게 기어 다니던 소나기가 더운 열기의 정수리 위로 떠밀리고
웅크려 있던 호흡을 힘껏 곧추세운다
며느리가 온 후
집안의 날씨가 더 따뜻해진 것도 태양을 혼수품으로 가져왔기 때문임을,
논두렁에 묻어두었던 걱정을 가로질러 읍내로 빠르게 달려간다
-「정글에서 온 풍경」 전문

첫 시집이 얇은 도시락이라면
오일램프를 환하게 켜놓고 나누어주는
출판기념회라도 열어야 도리일 텐데
아무래도
마스크도 안 쓴 채 지구촌을 달리는
인터넷열차 안에서 팔아야 할 것 같다
별빛이 듬뿍 든
새벽 눈물로 간을 맞춘 이 도시락을
조금씩 천천히 드시면서
나날이 행복해지시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야 할 것 같다
평생 같은 값입니다, 떨이요! 떨이!
- 「첫 시집」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유병만
알라딘 램프를 찾으러 간 이라크에서 땀방울을 내주고 집 한 채를 얻어왔다. 1982년 《주간중앙》에 「5분 소설」로 등단 이후 「예수님과 교통순경」 등 계몽소설을 발표했다. 200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 「정글에서 온 풍경」이 당선되어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경기문학상〉 공로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십 년 동안 모은 핑계 13/가위바위보 14/텃밭 나팔꽃 15/정글에서 온 풍경 16/오이와 속옷 18/오일램프 예찬 19/문장의 외출 20/친구야, 너도 다시 피우니? 22/독도는 호랑이 발톱이에요 23/친애하는 푸들 동지여 24/속죄하는 방법 26/인어가 우는 밤 27/별을 부치다 28/도돌이표 사랑을 하자 30/풋내 31/하늘 페이지 32

제2부

지구 청소하는 날 35/오일램프 계시록 36/함께 가는 들녘 38/결혼의 노래 39/부부는 40/사랑 연습 41/탕탕, 고양이놀이를 할 거예요 42/에덴아파트 아이들 43/직녀와 나비 44/몰래한 사랑 45/18홀 46/둥글고 푸른 집 47/후쿠시마 결혼식 48/첫사랑 49/미소 시인이 데려온 감나무 50/봄날 손빨래 51/첫 시집 52

제3부

문장 안에 가둔 죄 55/초승달 도둑 56/광장 한가운데 변기를 내다놓고 57/금붕어 학교야, 안녕 58/다 닳은 호미처럼 59/무안 연꽃축제 60/코로나와 퇴고 62/방긋, 진품명품 63/뒷북치는 소리 64/세월이 주는 축복 65/작은 집에서 받는 선물 66/닭띠와 뱀띠 67/쑥 68/강물의 노래 69/첫눈 70

제4부

밭농사, 글 농사 73/휴전선역엔 낮달이 떠 있다 74/고추 모종들 76/넉넉한 주말 77/코로나가 보낸 편지 78/산부인과 병원엔 영안실이 없다 80/터키 램프 환영식 81/인자한 비밀조직 82/무릉도원 만들기 84/난 배추예요 85/로즈 힙만 남았다 86/농막 전기밥솥 87/나처럼 사세요 88/청춘의 땀방울은 보석이 되는 거야 89/봄날의 기도 90

제5부

텃밭 학교 93/11월의 아이 94/대한등(大韓燈) 96/여름밤 소꿉놀이 97/어린이날 헬리콥터 98/바닷가 술집 100/지저귀는 젖가슴 101/달밤 교수형 102/푸르른 나날 104/입술을 꿰매다 105/사막에 내리는 눈 106/운수암 상수리나무 108/국밥집 놋쇠젓가락 109/금단(禁斷) 110

해설 진순애(문학평론가)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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