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작품을 차례로 선보이며 황홀한 사랑의 순간을 담아온 작가 안드레 애치먼. 사랑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뀐 세계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포착해온 그가 이번에는 사랑이 끝난 뒤의 모습에 시선을 돌린다. 강렬한 첫 만남,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열, 거짓말처럼 식어버린 상대의 마음과 남겨진 자의 상실감……. 《마리아나》는 떠나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사랑의 시작과 끝을 농밀하게 추적하는 짧은 소설이다.
안드레 애치먼은 “사랑이 끝나면 누구나 혼자 남는다”라는 불변의 진리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가까웠던 이에게 배신당해 혼자 남겨졌으면서도 사랑이 없던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위험하고도 달콤한 ‘사랑의 마법’에 사로잡힌 마리아나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마리아나의 이야기는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의 찬란함을 비추는 《페루에서 온 신사》와 함께, 《마리아나》는 사랑이 진 후의 생채기를 천천히 보듬으며 깊은 여운으로 기억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미련, 슬픔, 분노, 후회, 질투, 체념, 집착…그 모두를 뛰어넘는 사랑, 오직 사랑에 대하여그저 로마에 가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예술가 아카데미. 마리아나는 그곳에 도착한 첫날 저녁, 한 남자를 만나고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를 갈망하던 시간도 잠시, 남자는 이내 마음이 식어 마리아나를 떠난다.
마리아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연인을 향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미련과 슬픔, 분노와 후회, 체념과 집착 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되묻는다. 우리가 나눈 사랑은 무엇이었는지,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 적 있었는지, 다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당신을 알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편지를 써 내려가며 마리아나는 깨닫는다.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낸 사랑의 시종《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이 새롭게 그려낸 사랑의 본질《마리아나》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찬란하고도 지독한 사랑의 민낯을 똑바로 응시한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 욕망, 후회, 집착의 감정을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꾸밈없이 담아낸다. 밀도 높은 일인칭 목소리는 사랑의 달콤함뿐 아니라 그 이면의 잔인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대에게 느끼는 모순적인 끌림, 외면받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갈망, 버려졌다는 감각 속에서 피어오르는 묘한 쾌감, 부끄러움을 잊고 끝없이 구질구질해지는 마음……. 《마리아나》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복잡한 궤적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간 남성 화자를 중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탐구해온 애치먼은 이번 작품에서 여성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사랑을 새롭게 이야기한다. 생동감 넘치는 여성의 목소리는 17세기 서간체 고전 《포르투갈 수녀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젊은 포르투갈 수녀가 고국으로 돌아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사랑의 비극성을 응축한 서간체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애치먼은 작품에 담긴 “솔직한 슬픔”과 “속절없음을 알면서도 사랑을 향해 손을 뻗는 마음”에 매료되었다고 밝히며, 오래된 목소리를 현대로 옮겨와 사랑으로 인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낸다.
《마리아나》는 사랑이 떠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 이미 끝났음을 알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 상처 입은 뒤에도 사랑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흔히 멋없고 비루하다고 치부되어 외면받는 감정까지 세세히 보듬으며, 사랑이 남긴 가장 솔직한 흔적을 끝까지 좇는다. 결국 《마리아나》가 그려내는 것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 번 발생하면 그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고, ‘나’라는 감각과 동일성마저 흔드는 경험. 《마리아나》는 사랑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변화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좇아가며 사랑의 본질을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길어 올린다.

난 모든 걸 다 모아놔. 아이가 바닷가에서 보낸 특별히 행복한 날을 언젠가 다시 누리길 바라면서 조개껍데기를 모아두듯이.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해. 내가 하는 걸 과연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어.
작가 소개
지은이 : 안드레 애치먼
195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성장했다.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나 뉴욕에 정착했다. 2007년 발표한 첫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여덟 밤》 《하버드 스퀘어》 《파인드 미》 《수수께끼 변주곡》 등의 장편소설과 논픽션 《폴스 페이퍼False Papers》 《알리바이》 등을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뉴욕 시립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