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곱 편의 비일상적 기담. 소설집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은 일상 어딘가 한 부분이 어긋나 버린,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정작 인물들은 당황하거나 방황하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거나, 도리어 적극적으로 임한다. 불쾌하고 기이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저 살아 내는 인물들의 담담함이 이 소설집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출판사 리뷰
불쾌하고 기이하고 아름다운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곱 편의 비일상적 기담
도여름 첫 번째 소설집 『이세기담』 2022 개정판
왼쪽 어깨 위에 커다란 송충이를 얹은 채로 살아가는 여자. 어제까지만 해도 스물여섯 살이었으나 자고 일어나 보니 서른 살이 되어 버린 여자. 지각을 들어내고 맨틀을 찾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한 여자. 원목 거울에 왼팔이 흡수되어 버린 여자. 비참하게 죽은 인간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 인어. 어떤 사소한 일로 인해 학교에서 병균, 악마 취급을 당하기 시작한 두 여자.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은 일상 어딘가 한 부분이 어긋나 버린,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정작 인물들은 당황하거나 방황하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거나, 도리어 적극적으로 임한다. 불쾌하고 기이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저 살아 내는 인물들의 담담함이 이 소설집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송충이는 점점 자라 졸업식 즈음엔 거의 새끼 고양이만 한 덩치를 갖추게 되었다. 호정의 집에 다녀온 뒤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탓에 어깨에 올려 두고 다녔지만,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바람에 만성적인 어깨 통증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호정은 삼 년 내내 내 손을 꼭 붙들고 다녔고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호정의 친구’로 불리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호정의 친구’에게 자주 다가왔지만 그 명칭 외에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볼품없는 실오라기 같은 것들뿐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주 다가오고 자주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잊어버렸다.
─ 「송충이」 중에서
우리는 G 시에 도착한다. 불편하다. 익숙한 형태들을 둘러보는 눈은 안정을 찾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곳은 불편하고 두려운 곳이다. 우리는 익숙한 곳에서 용감해지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이것이 바로 실종 사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 안은 사람의 밀도가 높지 않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돌아올 것이다. 그 높은 가능성을 모르는 아이는 멍청하다. 네게 이런 말을 한다면 너는 너도 어렸을 땐 그랬을걸,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유년 시절에도 아주 똑똑했다. 일곱 살쯤이었나. 백화점 안에서 길을 잃자마자 직원에게 달려가 미아가 되어 버린 나의 존재를 알리고 아버지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그러므로 나는 오래전에, 저렇게 우는 아이를 한심하게 쳐다볼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고 나는 그냥 웃는다.
─ 「우리는 섬으로 간다」 중에서
오늘이 서른 살의 생일이라면 사람들에게 내가 갑자기 사 년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호소하기 어려워진다. 사람들에게 어제까지는 스물여섯 살이었는데, 오늘은 서른 살이에요, 제 사 년은 어디로 가버린 거죠? 라고 말하면 다들 서른 살을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서른 살 여자의 몸부림으로 볼 테다. 게다가 엄마와 남동생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을 전할 만한 사람도 없다. 엄마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냉이를 다듬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서른 살이 되어 있었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도여름
1996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글자를 깨치던 무렵부터 글이 좋아서 글을 써 왔다.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가 모였다. 소설집 『이세기담』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송충이
우리는 섬으로 간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서른 살이 되어 있었다
맨틀과 지각 사이
거울
인어 페트라
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