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작가들의 동시대성 탐구와 희곡 개발 전 과정을 함께하는 국립극단의 프로젝트 2021 [창작공감: 작가] 희곡선의 두 번째 작품.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왕서개 이야기> <수정의 밤> 등 여러 희곡의 무대화 작업을 통해 “방대한 역사 속 작은 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가로 촉망받고 있는 김도영. 『금조 이야기』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피난길을 되돌아가는 ‘금조’의 발걸음을 따라 전쟁 속 인물들의 얼굴을 차례로 조명한다.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딸을 찾고 있는 ‘금조’의 눈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간 속 한반도에 살고 있는 들개, 시인, 역무원, 고아 등 30인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전쟁 속 인간과 동물,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속에 전쟁 같은 일상을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우리 자신이 비친다.
출판사 리뷰
작가들의 동시대성 탐구와 희곡 개발 과정을 함께하는
국립극단의 프로젝트! 그 두 번째 희곡선의 주인공 『금조 이야기』
“내가 죽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살리는 법이야.”
지금의 전쟁을 누가 끝낼까?
작가들의 동시대성 탐구와 희곡 개발 전 과정을 함께하는 국립극단의 프로젝트 2021 [창작공감: 작가] 희곡선의 두 번째 작품으로 김도영 작가의 『금조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왕서개 이야기> <수정의 밤> 등 여러 희곡의 무대화 작업을 통해 “방대한 역사 속 작은 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가로 촉망받고 있는 김도영. 『금조 이야기』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피난길을 되돌아가는 ‘금조’의 발걸음을 따라 전쟁 속 인물들의 얼굴을 차례로 조명한다.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딸을 찾고 있는 ‘금조’의 눈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간 속 한반도에 살고 있는 들개, 시인, 역무원, 고아 등 30인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전쟁 속 인간과 동물,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속에 전쟁 같은 일상을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우리 자신이 비친다.
김도영 작가의 『금조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아들’ 또한 하나의 의미로 포개지지 않는다. 한국전쟁 발발 7개월 후, 전쟁통에 잃어버린 딸을 찾아 길을 나선 금조와 이 여정을 함께하는 아무르, 관객은 둘의 동행을 따른다. 이 두 존재는 부모와 집을 잃고 ‘들개’처럼 떠돌다 난민(亂民)이 되거나 난민(難民)이 되어 버린 수많은 인간/비인간 ‘고아들’과 조우하지만, 각각은 금조나 아무르의 모티브를 단순하게 반복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전쟁, 즉 타자에 대한 착취와 수탈(또는 사냥)을 동반한 위계의 구축이라는 근대적 기획에 노출되어 있지만, 각각의 삶의 조건은 고유하여 대체되거나 생략될 수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무르는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가진 개체로서 생의 순간순간 다른 이름, 다른 종으로 불리며 자신만을 대표하는 존재가 된다. 결말로 돌진하는 대신, 긴 호흡으로 존재 각각의 순간순간을 찬찬히 살피는 사려 깊은 시선이 낳은 풍성하고 정확한 이해다.
- [창작공감: 작가] 운영위원 전영지(드라마터그)의 「인간과 비인간, 나와 타자의 공존이 ‘환유’하는 세계들」 중에서
때로 사람들을 지나치기도 하는데, 곧잘 이름을 잊어버리는가 하면, 어떨 때는 지나쳐 가는 사람의 삶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금조 이야기는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과거가 아니고, 금조 이야기는 금조만의 이야기가 아닌 셈입니다. 어떤 물음들과 의문들과 고민들 앞에서 『금조 이야기』는 이렇게 썼어야 할, 이렇게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그랬습니다.
- 김도영 작가 인터뷰에서
시놉시스
1950년 6월 28일.
그날도 금조는 주인집 메밀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메밀밭은 드넓었지만, 금조가 키우는 메밀밭엔 메밀꽃도, 메밀도 자라지 않았다. 해가 정오를 막 지날 무렵, 금조는 세간을 꾸려 길을 떠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철렁. 금조는 두고 온 어린 딸을 찾으러 주인집을 향해 내달렸지만 이미 모두 피난을 떠난 뒤였다. 침묵.
해가 지도록 점점 더 텅 비어 가는 마을을 뒤지며 딸을 찾아 헤맨 금조는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울린 뒤에야 작은 보따리를 챙겨 피난을 떠난다.
금조 이야기는 그로부터 7개월 뒤, 1951년 1월에 시작된다.
전쟁의 갓길을 훑어 가고, 뚫고 나아가는 금조(그들)의 피난 여정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주인여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금조 정신없이 떠난 건 아니었다는 거죠. 사모님이나 어르신 정도 되는 분들이라면, 피난을 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계셨을 거예요. 근데 왜 저를 메밀밭에 보내신 거예요?
주인여자 글쎄. 별생각 없었어. 난 그냥 일을 준 거잖아. 매일 아침 일거리를 할당해 주는 게 내 일이야.
금조 씨도 안 자라는 그런 메밀밭이 아니라 차라리 다른 일을 주시지 그랬어요.
주인여자 애를 잃어버린 게 안타깝긴 한데, 내가 챙겨야 되는 건 아닐 텐데.
금조 이 찻잔. 7개월 전에도 쓰시던 거네요.
주인여자 뭐?
금조 이건 여기 있네요. 찻잔은 필요하셨나 봐요.
주인여자 지금… 내 탓을 하는 거야…?
금조 네.
시인2 하나라도 더 죽이자는 게 어떻게 시가 됩니까! 죽여서 살아남자는 게 어떻게 시가 돼요!
시인1 내가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남도 살리는 법이야. 죽자고 외치는 것보다, 살자고 외치는 거야.
시인2 선생님한테 지금 제 마음이 전달되기는 하는 겁니까…?
시인1 어리광을 참아 주고 있는 게 안 보여? 내 덕분에 지금까지 목숨 건지고 살아남아서 고작
한다는 게 이상주의 타령밖에 없어?
시인2 네. 살아남았죠. 권력의 개로요. 그까짓 연단 순서가 뭐라고,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첫 번째 순서로
바꿀까 그 궁리를 하다가 깨달은 거겠죠. 선생님이나 제가 전쟁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는
사실이요. 과거의 그 커다란 전쟁이 선생님한테 남겨 준 교훈이 이겁니까? 정치가들이 원하는
말이 뭔지 배우신 거예요? 더 높은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걸 배우신 거예요?
모리타 너 완전 돌았구나?
노구치 제정신이 아닌 건 너야. 표범 감싸겠다고 안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죽은 사람 탓을
하고 있잖아. 타키자와가 괴롭혔다고? 타키자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아. 너. 예전에 밖에서 안 돌아온 직원들. 설마 그 사람들도 아무르가 그런 거야? 사실대로 말해.
모리타 아니야.
노구치 난 이제 네 말을 못 믿겠어.
모리타 못 믿으면 어쩔 건데. 너 내 친구 맞냐? 어릴 때부터 평생을 같이 있었는데, 타키자와가
그럴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면서, 나는 못 믿겠다?
노구치 아무르가 온 날부터 뭔가 잘못됐어. 애초에 야생 표범을 들이는 게 아니었어. 네가 못 하면 내가
해. 담장 밖으로 내보낼 거야.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도영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왕서개 이야기> <수정의 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