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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이 불러들인 새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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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18년 《한국문학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상용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선인장이 불러들인 새>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55로 출간되었다. 안상용이 웅숭깊게 그려 보이는 시의 묘미는 아이러니, 즉 역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역설은 삶의 다른 이름이며,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의 시선이 가닿는 곳엔 역설로 가득한, 전복이 필요한 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 역설의 현장으로 그는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전진의 장수 여광이 쿠차왕국을 침략했을 때 승려 쿠마라지바는 사촌 여동생과 합방하지 않으면 그녀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파계할 수밖에 없었다. 인질로 끌려간 쿠마라지바는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한자로 번역하면서 멸시와 조롱과 굴욕을 승화시킨 은유,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탄생시켰고, 그것은 불교사상을 대변하는 정수로서 자리 잡았다.
“달이 지면 빛을 잃는 우물 속 달빛처럼 형상은 있다가도 없는 것,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마라, 아픈 늪에서 깨달음의 꽃은 피어나리니.” 이와 같은 발견은 저잣거리를 전전하며 높은 삶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인문정신의 궁극을 갈망하는 인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쿠마라지바의 철학과 사상은 시를 창작하는 사람에게도 절대적으로 유효하다. 시는 괴로움 중에 있는 자, 낮은 곳에 있는 자, 소외된 현장에서 생성된 정서를 미적으로 구조화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는 사장보다 직원이 잘 쓰고, 교수보다 초등학교 선생이 잘 쓰고,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잘 쓴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이다.
정서는 살아가는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의미하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정서가 미적 구조화 과정을 거치면 시의 정서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안상용 시인은 몸으로 뛰며 땀 흘리는 대가만큼만 돈을 버는 사람이다. 전공 지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저잣거리의 삶에서 동력을 얻는 시인의 세계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괴로움 중에 있거나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우주를 탐색하지 않으면 시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그 해답을 찾으려고 고뇌하지 않으면 시는 끝내 빛나는 날개를 보여주지 않는다. 쿠마라지바는 승려이되 승려가 아닌 굴욕을 안고 ‘삶’이라는 관념의 실체를 찾으려고 고뇌한 결과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은유를 탄생시킨 것이다.

나비 한 마리 자동차 앞 유리에 앉아
연약한 날개를 접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힘겹게 기어올라 눈을 맞춘다

행복하냐고,
행복했었냐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날개를 가졌느냐고

바람 등에 업혀
하늘을 누릴 수 있느냐고
― 「나비 날다」 전문

「나비 날다」는 족쇄를 찬 채 날지 못하는 생활인의 비애를 형상화하고 있다. 어느 날, 삶의 현장을 뛰다가 잠시 멈춰 섰는데, “나비 한 마리 자동차 앞 유리에 앉아/연약한 날개를 접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무슨 말을 하려는 듯/힘겹게 기어올라 눈을 맞춘다”. 마주 보던 시인은 나비가 말을 걸어온다고 상상하기에 이른다. 나비의 물음은 어렵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 어린아이의 물음과 같다.
그 물음은 “어디든 갈 수 있는/날개를 가졌느냐고//바람 등에 업혀/하늘을 누릴 수 있느냐고”이다. 나비의 입장에서 보면, 난다는 것은 인간이 두 발로 걷는 것처럼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기본사항조차 이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바로 이러한 차이에서 비극은 발생한다.
시인은 나비처럼 날고 싶었던 것이다. 현대 도시인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갈망은 시인뿐 아니라 현대 생활인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법한 일이다. 다만, 나비의 날개를 시적 은유로 도입해온 상상력이 돋보일 뿐이다.
― 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

살면서 웃을 날 얼마나 될까,
항상 먹구름 낀 표정으로 살아왔는데
거울 속 너를 봐
행복해 보이니?
찌든 얼굴, 축 처진 어깨
웃음기 없는 표정은 어둡기만 하지?
웃을 일이 없다고?
아니, 웃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 거야
웃어봐,
웃어야 예쁜 마음이 보여
화난 게 아니라면
눈을 지그시 감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봐
거봐, 따라만 해도 기분 좋아지잖아
때로는 거짓 웃음도 필요해

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웃어야지
— 「웃어봐」 전문

달을 뜯어먹던 개가 웃는다
지나가기만 해봐라,

꼬리를 흔드는 나를 보고 웃는다
나보고 짖어보란다

지나가려고 울부짖었다
달이 웃는다

에끼, 바보 같은 사람아
배알도 없는 개만도 못한 사람아

네발짐승이 되어 짖는다
자존심까지 버린다

달이 비웃어도
길바닥이 따귀를 때려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 「개가 웃는다」 전문

늦은 아침
무거운 머리를 부여잡고 냉수 한 사발 들이킨다

멸치 똥을 따고 있는 도끼눈과 마주친다
괜스레, 멸치 하나 입에 넣으니
바다 내음 비릿하다

슬그머니 옆에 앉는다

일찍 좀 들어와요,
몸 생각해서 술 조금만 먹고요

멸치 똥만큼이나 늘어난 잔소리가
수북이 쌓여간다
— 「멸치 똥」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상용
1970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2018년 《한국문학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원, 시삶문학회 회원, 대덕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웃어봐 13/유리창 14/편지 16/개가 웃는다 17/내 가슴에 작은 별 하나 있다 18/나비 날다 20/폭포 21/이팝 22/민들레 24/멸치 똥 25/선인장이 불러들인 새 26/하심(下心) 28/오르가슴 29/행복다방 30/흑심 32/가을을 읽다 33/기도문 34

제2부
꽃이라서 웃는다 37/종이꽃 38/잎새의 변(辯) 40/가을 하늘 41/모과나무 42/국화 44/마중물 45/투병 46/각도 48/감사 49/울 엄마 텃밭 50/성에 52/도둑맞은 눈 53/담쟁이 54/겨울 강 56/매듭 57/사랑니 58

제3부
성에꽃 61/냉이꽃 지다 62/꽃 그림자 64/봄날 65/꽃의 충격 66/범람 68/여름 69/가뭄 들다 70/나 여기 있어요 72/호두 73/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74/들풀 76/소음 77/태양의 집착 78/당산나무 80/정적 81/호텔 앞 네거리 82

제4부
칼의 노래 85/숨겨놓은 시간 86/네모난 태양 88/겨울나무 90/마녀 91/안개 92/꽃심 94/바랑 속 꽃을 만지다 95/장미 96/냉이 98/가을 아침 100/치매거미 101/광장 102/수탉 104/첫눈 106

해설 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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